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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동조합의 코로나 19 극복방안, 노동조합 사회연대전략

한석호(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실행위원장)

등록일 2020년06월29일 13시0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사회는 10대90 불평등 사회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를 점유하는 불평등 사회로 들어섰고 미국과 쌍벽을 이룬다. 상위 10% 안에는 자본가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안에는 자본가의 숫자보다 더 많은 노동자가 포함되어 있다. 중산층 중에서도 상층에 포함된 것이다.
사회적 책임은 재벌과 정치 등에만 있는 게 아니다. 사회적 책임은 크든 작든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는 것이다. 노동자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사회적 책임의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
요 몇 년 사이 양 노총 안에서 사회연대전략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양 노총은 코로나19 국면에서 임금인상분 일부를 내놓겠다는 상생연대기금과 공동근로복지기금을 제안했다. 시대 상황에 적합한 노동운동전략이다. 그것을 살펴보고 힘주어 주장하려 한다.

 

 

목차

 

1. 코로나19, 위기도 불평등하다

 

2. 한국은 심각한 10대90의 불평등 사회다

 

3. 노동이 두 계층으로 분단되었다

 

4. 전태일의 풀빵정신을 부른다

 

5. 사회연대전략이 정답이다

 

6. 양 노총의 연대기금 제안을 환영한다

※ 이 자료의 내용은 집필자 개인의 의견이며 한국노총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1. 코로나19, 위기도 불평등하다

 

 한국사회는 기회와 결과가 평등하지 않듯, 위기도 평등하지 않다. 코로나19 위기가 모든 사회 구성원을 힘들게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위기가 더욱 심각하게 집중되는 곳은 밑바닥이다. 구로 콜센터와 쿠팡 물류센터 등의 집단감염에서 확인하는 것처럼, 밑바닥은 노동조건이 열악하고 당장 먹고사는 것에 집중하느라 코로나19 예방에도 취약하다.

 

 무엇보다 경제가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으면서, 밑바닥 노동자는 해고와 실직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일자리 축소로 생계의 위협에 내몰리고 있다. 그런 층이 100만 명을 넘어섰다는 적색경보가 울리고 있다. 그 사실은 사회 전체가 줄기차게 경고하고 있어서 이미 다 알고 있다. 구구절절 통계와 사연을 나열하지는 않겠다. 대통령, 여야 정치인, 언론과 교수, 노동운동 할 것 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는 코로나19 위기가 집중되고 있는 밑바닥의 삶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도 왠지 시원하지가 않다. 밑바닥 고통은 날이 갈수록 심해진다. 정부와 국회 등에서 더 적극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노동운동은 정부와 국회를 향해 밑바닥 노동을 살리라고 더 세게 압박해야 한다. 투쟁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만 얘기하면 뭔가 찜찜하다. 그동안의 노동운동은 정부와 재벌(자본)에게 무엇을 어찌어찌하라고 요구를 했다. 매 사안 정부와 재벌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벌의 사회적 책임도 얘기했다. 타당한 주장이다. 그런데 결정적인 무언가가 비어 있었다. 사회적 책임은 정부와 재벌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 책임은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있다. 그러함에도 노동운동은 노동자의 사회적 책임을 빠트린 것이다.

 

 노동운동이 앞장서서 노동자의 사회적 책임을 얘기해야 정부와 재벌에게 더 강하게 주장할 수 있다. 국민의 지지도 끌어 모을 수 있다. 다들 자기 몫은 단돈 한 푼도 손해 보지 않겠다고 하며 꾹 움켜쥐고 있으면서 상대방을 향해서만 내놓으라 한다면, 거기에는 그 어떤 진정성도 없고 감동을 줄 수도 없다. IMF 이후 지금까지의 노동운동이 그랬다. 그래서 한국노총의 상생연대기금 제안과 민주노총의 공동근로복지기금 제안은 한국 노동조합운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다.

 

 

2. 한국은 심각한 10대90의 불평등 사회다

 

 사회의 불평등 척도를 드러내는 공식으로 1대99와 10대90이 있다. 1대99는 불평등 상태를 상위 1% 대 하위 99% 구도로 좁혀서 분석하는 방법이고, 10대90은 상위 10%로 넓혀서 분석하는 방법이다. 두 공식은 사회의 부가 1%와 10%에게 집중되는 실제 현상이 반영돼서 만들어진 것이다. 1대99와 10대90은 부가 얼마나 적절하게 분배되는지 분석해서 사회의 건강성을 검증하는 지표로 둘 다 의미 있는 분석이다. 어느 지표든지 상황에 따라 국가정책, 여론, 사회운동 등에 활용하고 반영하면 될 것이다.

 

 다만 확인할 것이 있다. 1대99와 10대90은 둘 다 자본주의의 일반 현상이기는 한데, 어느 측면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키는가에 따라서 같은 자본주의라 해도 사회 건강성에 현격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그 점에서 보면 구성원을 더욱 고달프게 하는 것은 대체로 1대99보다 10대90이다. 10대90의 불평등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것은 그 사회가 1대3대6대90 또는 1대2대7대40대50 또는 그 어떠한 상태로 조각조각 갈라져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더 넓게 펼쳐져야 할 사회연대의 토대가 각 층위로 갈라져서 불평등 개선을 어렵게 한다는 의미다.

 

 10대90의 불평등이 더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는 어두운 사실이 내포되어 있다. 상위 10%는 자본가계급으로만 구성되어 있지 않고 노동자계급에 속한 계층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상위 노동자가 최상위 1%의 엄폐물이 되어 불평등 심화에 편승하고, 보수와 진보의 상위 10% 불평등동맹을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이념과 정치 지형을 뒤틀어서 불평등 개선을 한층 어렵게 하는 장벽이 된다.

 

 

3. 노동이 두 계층으로 분단되었다

 

 <표 1>은 고용노동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기초하여, 한국경제연구원이 분석한 ‘연봉 분위별 노동자의 평균연봉 및 연봉하한액 추이’다. 이 표를 보면 한국노총 조합원이 어디에 속하는지 계산해 볼 수 있다. 2018년 기준, 상위 10%의 평균 연 소득은 9천931만 원이었다. 하한액은 6천950만 원이었다. 즉, 2018년에 연 소득 6천950만 원이 넘었으면 상위 10% 안에 들었다는 것이다. 양 노총 조합원 상당수가 여기에 속했다. 6분위, 그러니까 상위 50%의 하한액은 2천864만 원이었다. 양 노총 조합원의 대부분이 상위 50%에 속했다는 의미다.

 

 

 평균 연봉 증감률을 보자. 2018년도에 3분위(하위 30%)와 2분위(하위 20%) 연봉은 10.4%와 10.3% 증가했다. 그 계층은 주로 최저임금 적용 대상이다. 16.4%로 대폭 오른 최저임금 인상의 효과였다. 그 시기 상위 10%는 3.2% 향상에 그쳤다. 비율로만 따지면 그랬다. 그러나 액수를 따져보면, 상황은 확 달라진다. 하위 30%와 20%의 증가액은 187만 원과 146만 원이었다. 한데 상위 10% 증가액은 311만 원이었다. 상위 10% 소득이 더 많이 오른 거였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된 상황에서 그런 결과가 빚어졌는데, 앞으로는 대폭 인상이 쉽지 않을 텐데 소득 불평등이 얼마나 더 심각해질지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상위 10% 하한선과 하위 10% 상한선을 기준으로 대비하는 상·하위 노동자의 임금 격차가 10배까지 벌어지는 악몽의 날도 올 것이다. 소득 격차가 10배까지 벌어진다면, 그때는 노동계급 내 계층 분단 정도가 아니라 노동자계급 자체가 분단되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을 보면, 총소득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49.65퍼센트에서, 2016년 49.79퍼센트로 상승하더니 2017년에는 급기야 절반을 넘겨 50.65퍼센트가 되었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과반을 차지한다는 것은 나머지 90%의 소득을 다 합쳐도 절반이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극단으로 치닫는 한국의 불평등 상태가 현기증이 날 정도로 아찔하게 드러났다. 혹시 최상위 1%의 소득 점유율이 너무 높아서 그런 통계가 나온 것은 아닐까 살펴봤다. <표 2>를 보자. 한국노동연구원 통계다.
 


 

 2017년 기준, 최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5.26퍼센트에 이르렀다. 매우 많았다. 그런데 상위 1% 미만부터 상위 5%까지의 소득 비중도 19.32퍼센트로 많았다. 상위 5% 미만에서 10%까지의 소득 비중도 16.07퍼센트로 많았다. 그리고 상위 10%의 점유율 50.65에서 최상위 1%의 점유율 15.26을 빼니 35.39퍼센트가 나왔다. 상위 10% 내에서 최상위 1%를 제외한 9%의 소득이 35.39퍼센트에 이른다는 것이다. 소득이 최상위 1%뿐만 아니라 상위 10% 모두에게 집중되고 있다. 1대99 못지않게 10대90의 불평등도 매우 심각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한국노동연구원 통계는 노동소득만이 아니라 사업소득과 금융소득 등 총소득을 기준으로 했다. 거기에 따르면, 1억3천671만 원 이상 소득을 올리면 최상위 1%에 진입한다. 7천5백만 원이면 상위 5%에 진입하고 5천1백53만의 소득을 올리면 상위 10% 안에 든다. 표1의 한국경제연구원 통계와 비교해 보자. 분위별 노동소득 하한선이 더욱 높다. 노동자의 소득이 재벌과 전문경영인을 제외한 다른 계급계층에 비해 상당히 높아졌다는 점을 의미한다.
 

 표를 하나만 더 보자. <표 3>은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박사 통계다. 상위 10% 노동자와 하위 10% 노동자의 월 임금 격차다. 이 격차는 상위 10%의 하한선과 하위 10%의 상한선을 기준으로 분석한다. 상위 10%의 평균과 하위 10%의 평균을 기준으로 분석하는 것이 아니다. 상·하의 평균으로 분석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어쨌든 2019년 임금 격차가 5.39배다. 양 노총이 하후상박 연대임금의 사회연대전략을 구사하지 않으면, 2020년은 코로나19 위기가 밑바닥으로 집중되는 상황에서 임금 격차가 6배를 넘길 수도 있다.
 


 

 

4. 전태일의 풀빵정신을 부른다

 

 2020년 올해는 전태일 50주기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전태일재단, YMCA 등을 비롯한 노동조합·시민사회 각계각층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를 구성했다. 50주기 운동의 핵심 기조는 평등과 연대의 가치를 복원하는 것이다. 극장용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범국민 제작 운동을 펼치고 있고, 국제학술대회와 문화 페스티벌 등 다양한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 전태일다리에서는 50주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전태일이 분신항거하면서 마지막으로 외쳤던 근로기준법의 준수를 촉구하고 5인 미만 사업장으로도 확대하자는 취지로 진행한다. 그리고 코로나19 위기를 사회연대로 극복하자는 취지로 진행한다. 캠페인의 첫 주자는 블랙머니의 선 굵은 영화배우 조진웅이었다. 조진웅은 전태일다리에서 전태일평전을 낭독했다.
 

 불평등이 심화하고 노동이 분단된 상황, 거기에 코로나19 위기까지 겹친 상황에서 노동운동이 절박하게 끄집어내야 할 것은 전태일의 풀빵정신이다. 평화시장의 청년 전태일은 재단사였다. 당시 재단사는 임금을 많이 받았다. 지금으로 치면 중심부 정규직 상위 10% 노동자였다. 재단사는 조금만 노력하면 사장이 될 수 있는 위치였다. 사장 대신 공장을 관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전태일은 위를 쳐다보지 않았다. 자신보다 아래 위치한 미싱사와 시다의 고달픈 처지를 봤다. 그러면서 자생적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다.
 

 전태일은 시다라고 불리던 열서너 살 또래 어린 여공들이 하루 14시간의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도 배곯는 모습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전태일은 자신의 버스비를 털어 시다들에게 풀빵을 사주곤 했다. 그러고서는 자신도 14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한 상태에서 지칠 대로 지친 심신으로 밤 12시가 다 돼서 걷고 뛰며 퇴근했다. 당시 전태일의 집은 창동의 판잣집이었다. 그러니까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창동 집까지 무려 12키로 넘는 거리였다. 그 먼 거리를 휘청휘청 걷고 뛰다가 야간통행금지에 걸려 파출소에서 쪼그려 자기도 했다. 매일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으나, 그런 생활을 3년이나 했다. 어떤 날은 미싱사들에게 국수를 사주고 자신은 굶은 적도 있었다.
 

 전태일 이름 앞에 아름다운 청년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게 붙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전태일은 지금으로 치면 정규직인 자신의 임금이 아니라, 중규직 미싱사와 비정규직 시다의 임금과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싸우다가 산화했다. 그래서 아름다운 청년이라고 하는 것이다.

 

 

5. 사회연대전략이 정답이다

 

 사회연대전략은 말 그대로 사회와 손을 잡자는 전략이다. 노동조합운동은 이전부터 사회와 연대했다. 단어 자체로만 보면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지금 시기에 추진하는 사회연대전략은 내용의 측면에서 질적으로 큰 차이가 있다. 이전의 사회연대는 노조가 사회를 향해 우리 어려우니까 손을 잡아달라고 요청하는 그런 차원의 것이었다면, 지금의 사회연대는 노동조합이 노조 바깥의 어렵고 힘든 사회를 향해 손을 내미는 그런 차원의 것이다. 이전의 사회연대가 사회로부터 받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사회연대는 사회를 향해 내놓는 것이다.
 

 사회연대전략은 노동조합의 생존전략이다. 중심부 노동이 특권인 시대가 되었다. 중심부 노동은 대부분 노조로 조직되었다. 밑바닥 노동은 싸늘한 시선으로 노동조합을 바라본다. 그들이 양 노총을 향해 귀족노조라고 비판한다. 노동조합은 제 임금과 고용과 노동조건‘만’을 위해 싸우는 집단으로 인식되어 있다. 한편으로는 억울하기도 한데, 마냥 부정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노조들은 자신의 임금과 고용에만 집요했다. 노조 바깥의 밑바닥 노동 문제에 소홀했다. 그런 사이에 임금 격차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태에서는 노조가 탄압을 받고 해고되어도 사회는 싸늘할 것이다. 노동조합의 사회적 영향력이 계속 축소될 수밖에 없다. 사회연대전략은 노동조합운동의 추락한 사회적 영향력과 신뢰도를 회복하는 방안이다.
사회연대전략은 노동조합의 운동전략이다. 노동운동의 본령은 사회를 바꾸는 것이다. 노동자가 보다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노조 조합원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노조 바깥의 밑바닥 노동을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사회를 바꾸려면 그들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사회연대전략은 미래세대의 삶의 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파편화시키고 있다. 중심부 노동의 숫자는 갈수록 줄어들 것이다. 우리의 자식 세대가 닥칠 앞날이다. 미래세대의 상당수가 비정규직과 플랫폼 등 주변부 노동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다. 이 상태가 그대로 이어진다면 미래세대의 절대다수는 저임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사회연대전략에는 여러 층위가 있다. 첫째, 지역생활연대다. 그것은 노동조합이 직접 지역사회에 결합해서 취약계층 집수리를 하고 밥상 모임을 하는 등 생활 속 다양한 연대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그렇게 활동하는 대표 사례는 희망연대노조다. 둘째, 기금연대가 있다. 희망씨, 공공상생연대기금, 금융산업공익재단,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철도희망재단 등과 같이 노사, 또는 노동조합이 기금을 모아 비정규직 처우 개선과 청년 일자리 지원 등의 사업을 전개하는 것이다. 셋째, 임금연대다. 그것은 하후상박 임금교섭전략이다. 임금이 낮은 직군의 임금은 더 후하게 인상하고, 임금이 높은 직군의 임금은 그보다 낮게 자제해서 인상하는 방안이다. 금융노조가 16년 전부터 시행하고 있다. 금융노조는 저임금 직군의 임금을 정규직보다 2배 안팎으로 더 인상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노조에서도 실시한 적이 있다. 2018년 현대자동차노조는 원청 정규직보다 하청 노동의 임금을 더 높게 인상했다.
 

 넷째, 고용연대가 있다. 대표 사례는 부산지하철노조다. 부산지하철노조는 540명의 청년 신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조합원 1인당 1천만 원 이상 양보했다. 해당 연도 공공부문 임금 가이드라인이 1.8%였는데 그것도 0.9%로 양보했다. 임금을 양보하고 청년 일자리를 쟁취하려고 이틀간 파업까지 했다. 노동운동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다섯째, 복지연대가 있다. 금융노조가 사례다. 금융노조는 사내근로복지기금을 파견노동자와 함께 사용했다. 그동안 사내근로복지기금은 정규직에게만 사용되었다. 그 기금에는 비정규직과 하청노동의 땀방울이 함께 녹아있는데도 정규직 임직원만 사용했다. 금융노조가 비정규직과 함께 사용하는 모범을 열었다.
 

 사회연대전략의 최고점은 세금복지연대와 투쟁연대다. 노동자가 먼저 제안하고 나서는 증세를 통해 한국사회의 복지와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이 세금복지연대다. 투쟁연대는 말 그대로 사회와 손잡고 투쟁하는 것이다. 투쟁연대의 핵심은 복지와 사회안전망 확보 투쟁이다. 그래야 지금의 중심부 정규직도 퇴직 후에 안정적 삶을 누릴 수 있다. 그래야 굳이 임금인상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되는 것이다. 미래세대가 밝은 삶을 누릴 수 있다.

 

 

6. 양 노총의 연대기금 제안을 환영한다

 

 필자는 코로나19 위기극복 방안의 하나로 노동계의 선제적 임금동결 선언을 제안했다. 그렇게 주장한 핵심적 이유는 앞에서도 언급한 2018년의 임금 격차 때문이었다. 최저임금을 16.4%나 대폭 인상했는데도 불구하고 상위 10%의 임금이 더 많이 인상됐다. 임금 격차는 더 많이 벌어졌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밑바닥 저임금 노동자는 임금인상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일자리와 일거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한 상태다. 회사에서 무급휴직을 하고 일자리라도 지키라고 하면 차라리 해고해 달라고 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무급휴직 또는 축소된 유급휴직을 하는 것보다 실업수당 액수가 더 많아 당장의 생계에 더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공무원이나 공공부문의 임금도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난지원금 등으로 국가 부채가 쌓이고 있어서다. 결국에는 민간부문 중심부 노동의 임금만 정식으로든 편법으로든 오를 텐데, 그러고 나면 사회 불평등과 노동의 분단이 더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였다. 그 후과가 양 노총 조합원의 자식 세대에게 그대로 전가될 것이라는 심각한 걱정이었다.
 

 상층 노동도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삶이 녹록하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나의 시각점, 그러니까 내 시각의 출발점은 밑바닥 노동이다. 그래서다. 돌팔매 맞을 각오로 노동계의 선제적 임금동결을 제안했다. 그래야만 재벌과 정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서 밑바닥 노동을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야만 코로나19 위기에서도 최저임금을 인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금동결분으로 기금을 만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 극복에 지원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금동결은 하후상박의 최고 수위 전략이다.
 

 비록 임금동결까지는 아니었지만, 한국노총의 임금인상분 일부를 내놓겠다는 상생연대기금 제안을 환영한다. 상생연대기금을 결의한 한국노총 지도부에게 경의를 표한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의 공동근로복지기금 제안도 환영하며 그것을 결의한 민주노총 지도부에게 경의를 표한다. 양 노총의 연대기금 결의와 제안은 올바른 길이다. 재벌과 조중동은 양 노총 제안을 파탄나게 하려고 다양한 수를 쓸 것이다. 양 노총이 슬기롭게 잘 관철하기를 기원한다.

 

<참고문헌>

 

김유선(2019), 「비정규직 규모와 실태-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2019.8)결과」, KLSI ISSUE PAPER 제118호 2019-17호(2019.11.27),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한국경제연구원(2019.9.23), 「임금근로자 소득분위별 연봉 분석 보도자료」.
한국노동연구원(2019), 「2017년까지의 최상위 소득 비중」, 『월간 노동리뷰』  2019년 2월호 통권 제167호.

 

 

 

한석호(전태일 50주기 범국민행사위원회 실행위원장)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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