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경영시스템이란 재해예방, 쾌적한 작업환경 조성 및 안전보건의 유지와 개선을 목표로 ‘경영자의 의지 및 노동자의 참여’ 하에 이를 달성하기 위한 책임 및 절차를 규정하여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경영시스템이다. 이는 다른 규격과 달리 ‘노동자의 참여’를 중점으로 두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추세임이 틀림없다.
국제표준화기구(ISO)가 2018년 3월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ISO 45001:2018>를 제정했고, 이를 기초로 한국기술표준원이 국내 안전보건기술전문가를 구성해 번역·수정하여 2019년 1월 <KS Q ISO 45001:2018>을 고시함으로써 국제 및 국가표준으로 사용하게 됐다. 전 세계 대부분의 표준 형식은 HLS(HIGH LEVEL STRUCTURE)에 맞춰 동일구조로 구성되어있어 어떠한 경영시스템과도 통합되어 효율적으로 운영(공통부분 삭제, 심사일수 축소 등) 될 수 있다. 산업안전보건공단도 KOSHA-18001을 HLS형식에 따라 구조 변경한 KOSHA-MS를 개발하여 2019년 7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경영자의 의지와 노동자의 참여 중요
앞서 언급했듯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영자의 의지와 동반한 노동자의 참여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조직을 운영하다보면 생산성과 이윤 극대화, 효율성을 우선으로 하게 된다. 그러다보면 타워크레인 사고, 2016년 구의역과 김포공항역 사고,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 사고와 같은 사망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에 노동조합은 적정한 안전교육과 안전설비, 안전보호장비 등 노동자가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 속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상황과 조건을 끊임없이 파악하고 제시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 대부분의 공공기관은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18년 3월 해당 공공기관 경영평가 시 안전 부분의 배점을 기존 2점에서 6점으로 확대하고 안전보건경영시스템(KOSHA-MS 또는 KS Q ISO 45001)을 구축하도록 했으며,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128개 공공기관에 대해 안전보건활동수준평가를 수행했다. 행정안전부 또한 각 지방자치단체의 소속 공공기관에 대한 경영평가 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포함시키도록 통보했다.
한국기술표준원(산업자원통상부 산하)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 KS Q ISO 45001>을 고시하여 기업 및 공공기관 등 전반적인 조직의 안전보건시스템을 인증하고, 국가연구안전관리본부(생명공학연구원내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는 안전관리 우수실험실 인증제도를 도입·고시하여 대학교·원 실험실 및 공·사기업 부설 연구소에 대해 실험실 안전인증심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민체육진흥공단(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역시 체육시설에 대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개발하여 시범 운영하고 있다. 이외에도 교육부, 국방부 등의 행정부처에서는 해당 시설에 대한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중앙 부처 및 공공 행정처에서 솔선하여 추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며, 전국 산업 현장의 ‘안전문화’ 고착에 한발 앞서 가기 위함이다. 이러한 안전보건 예방활동으로 대한민국 전체의 사망재해를 포함한 안전사고는 확연하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협력사 노동자 보호 미흡
국제표준화기구의 제네바 회의에 참여했을 때 이야기이다. 회의 중에 노동자의 범위와 안전교육시간을 근무시간에 포함할 것인지 여부, 안전보호구 무상지급 등의 문제와 관련해 국제노동기구(ILO)와 논쟁이 벌어졌다. 우리나라 기업과 조직에서는 이미 대부분 실행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아직 안전보건 의식이 미흡하며, 특히 협력사 노동자에 대한 보호와 원청의 안전지원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기업과 조직들은 이미 품질경영시스템과 환경경영시스템 등 ‘시스템’을 운영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은 다른 제도와 달리 TOP-DOWN방식으로 경영자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참여와 함께 경영자의 진정한 의지를 표명하도록 힘써야 하겠다. 또한 안전보건관리는 추진부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 조직이 하는 것이며, 추진부서는 안전보건에 대한 경영을 하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보자. 국가는 경제 및 국제 정세를 포함한 전반적인 경영을 하고, 질병관리본부는 보건에 대한 경영을, 보건관리는 우리국민 모두가 하지 않았는가. 아직도 일부 기업과 조직의 경영자는 추진부서가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하고, 안전사고 발생 시 해결하는 부서로만 치부한다. 노동조합은 전 조직이 각자 본연의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한다.
누구나 ‘안전해야 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안다. 하지만 ‘어떻게 안전하게 할 것인가’는 잘 모른다.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해당 조직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고 각 위험요소도 파악되어야 하며 무엇보다도 조직원 모두가 참여해야 하는데, 이런 모든 요소를 계획에 맞게 구축하려면 외부·내부 전문가(컨설팅, 컨설턴트)가 필요하다. 즉 안전보건경영시스템의 구축은 컨설팅과 인증심사 두 단계로 이루어진다.
첫 단계인 컨설팅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안전에 있어서 외부 여건이 포함되었는지, 관련조직(고객사, 협력사 등)의 범위는 정해졌는지, 경영자의 의지표명은 명확한지, 또 안전교육/훈련 시간은 적정하게 배정되었는지 등 처음 설계 단계부터 철저하게 기획돼야 한다. 또한 두 번째 단계인 인증취득 후에도 끝난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의 참여 하에 끊임없는 개선활동을 통해 리스크와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사업장을 만들어야 것이다. 안전보건은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이야기이며 아들, 딸들의 이야기이다. 그래서 어느 제도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제 많은 기업과 조직에서 안전과 보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실천하고 있으며. 안전보건에 대한 제도도 다양하다. 그중에서 국제규격인 ISO45001과 안전보건공단의 규격인 KOSHA-MS를 잘 활용해 시스템을 구축하고 유지한다면 안전하고 쾌적한 직장을 만들고 즐거운 사회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들이 ‘안전문화’를 정착시키는데 함께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