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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學習), 나와 세상이 창조되는 과정

이응구 (배움의 공자와 물음의 소크라테스 저자)

등록일 2020년03월06일 11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學而時習之면 不亦說乎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아마 한국인 치고 이 구문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주 드물 것이다. 때로는 부모가 자식들에게, 또는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공부를 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인용하기도 하지만 그리 썩 효과가 있는 것 같지 않다. 이 인용문처럼 공부가 그리 기쁜 일이라면 전 세계에서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우리나라의 학생들은 왜 이리 불행한가. 또 어른들은 학교 만 졸업하면 그 기쁜 공부를 왜 더 이상하지 않는가? 

 

그런데 이 구문이 논어의 맨 처음에 등장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동양고전은 핵심사상이 가장 앞에 등장한다. 그렇다면 고전중의 고전이라 할 수 있는 논어에서 학(學), 곧 배움이 맨 앞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공자사상의 핵심이 배움에 있다는 반증이다. 공자는 왜 배움을 그리 중요하게 여겼는지, 그리고 그 과정이 기쁘다고 했는지 함께 살펴보자. 

 

이 인용문의 핵심적인 단어는 셋인데 학(學), 습(習), 기쁨(說)이 그것이다. 필자는 학(學)을 모방으로, 습(習)을 반복으로 풀이한다. 이렇게 풀면 이 구문은 ‘모방과 반복을 통 해 기쁨을 느낀다’라고 읽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성향이 있고 나이가 어릴수록 이러한 성향은 강하다. 모방하고자 하는 성향은 유독 사람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생명은, 아니 어쩌면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모방을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유지해 간다. 하지만 사람의 경우에 모방은 개체의 생존뿐 아니라 공동체 또는 집단의 유지와 발전에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곧 모방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서 또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수적인 것이다. 

 

그럼 ‘무엇을’ 모방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모방하는 것 중에는 긍정적인 것만 있는 것이 아니 라 개인의 성장을 방해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해치는 것들 도 있다. 공자가 이야기하는 ‘모방’은 당연히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는 과정일 것이다. 그런데 이것으로 ‘무엇을’ 모방할 것인가라는 물음이 해소되지 않고, 개인의 성장과 공동체의 안정에 기여하는 것은 어떤 것이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진다. 이 물음은 짧은 이 글 을 통해 쉽게 답을 찾을 수는 없다. 다만 그 실마리를 습, 곧 반복을 통해 찾아보자. 모방을 통한 반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눈에 보이는 것만을 그대로 따라하는 기계적인 반복이다.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인 ‘모던타임즈’에서 기계 적인 반복은 잘 묘사되어 있다. 주인공은 스패너로 나사를 돌리는 일을 반복하면서 기계 앞을 떠나서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그 동작을 반복한다. 현대 사회에서의 많은 모방이 이와 유사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무한하게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생산과 소비에 의해 유지된다. 

 

그럼 공자가 이야기하는 반복은 이와 어떻게 다른가?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차이’를 만들어 내는 반복이다. 이를 자전거타기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살펴보자. 처음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는 누군가에게 배워야 한다. 그런데 아무리 훌륭한 선생님에게 배운다 하더라도 설명을 듣고 바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대략적인 조작법이나 균형 잡는 방법을 들은 후에는 내가 몸으로 직접 ‘반복’해서 익혀야 한다. 한 번씩 두 번씩 직접 타면서 넘어질 때마다 반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내 몸에 만들어 낸다. 이런 작은 차이가 쌓이고 쌓이면서 나는 자전거를 탈 수 없는 ‘나’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나’로 변신한다.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나’는 이전과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한강변의 자전거 도로는 이전에는 나와 전혀 상관없는 길이었지만, 이제 내가 언제든 강바람을 맞으며 달 릴 수 있는 길이 되었다. 

 

나와 세상은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끊임없는 관계 속에서 함께 공존한다. 학습(學習), 곧 차이를 만들어내는 반복을 통해서 달라진 ‘나’는 이전과 다른 관계 맺기를 통해 세상도 변화시킨다. 이렇듯 나와 세상 이 새롭게 창조되는 이 과정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이 글은 필자의 저서인 ‘배움의 공자와 물음의 소크라테스’ 의 일부분을 요약,발췌 하였다>

 

#공자 #소크라테스 #반복 #학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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