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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O 핵심협약 관련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대응과제

등록일 2019년10월01일 13시03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본부 실장

 

1. ILO 핵심협약 비준과 하반기 입법전쟁

정부는 지난 7월 3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필요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의견수렴을 위한 입법 예고기간과 법제처 심사, 국무회의 등의 정부 내 절차를 거쳐 10월 말에나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는 당초에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해 법을 먼저 개정하고 그 뒤에 협약 비준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2018년 7월부터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이하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필요한 법률 개정사항 관련 논의를 진행해왔다. 


경사노위 차원에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면 이를 토대로 법 개정과 협약비준이 용이하다는 판단에서 그리하였으나 노사 합의가 불발로 끝나자 국회에서의 비준동의 절차와 법 개정을 동시에 추진하게 된 것이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선비준 조치 후 협약 발효 이전까지 1년간 법·제도개선 조치를 추진할 것을 요구해왔다. 현실적으로 국회가 ILO 협약과 국내법 충돌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비준 동의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에 ILO 핵심협약과 관련한 법률 개정논의도 병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이 핵심협약 비준에 완강히 반대하고 있어 하반기 국회의 법률 개정 및 비준 논의는 상당한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정부가 입법예고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은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을 핵심협약 기준에 맞도록 일부 개선하는 것이다.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사노위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가 지난 4월에 발표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반영한 것이다.

 

정부는 노사관계 현실을 가장 잘 감안한 공익위원 의견을 기초로 법률 개정안을 입안했다고 하지만 실상은 ILO 핵심협약에도 미치지 못하는 내용과 함께 핵심협약과 무관한 재계의 노조법 개악안을 포함하고 있다.

 

 

2. 정부 입법안의 내용과 문제점

정부가 입법예고한 법률개정안은 그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제도개선 사항과 더불어 핵심협약 취지에 위반되는 문제의 내용도 담고 있다. 


첫째, 공무원노조법 개정안은 6급 이하로 제한했던 가입범위에서 직급기준을 삭제하여 직무의 성격에 따라 노조가입을 제한하도록 했고, 소방공무원을 가입대상에 포함하며, 퇴직공무원도 노조 규약으로 정하면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교원노조법의 경우 고등교육법상 교원은 개별 학교 단위로도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유아교육법상 교원 가입을 명확히 규정하고, 고등교육법상 강사는 노조법을 적용하며, 퇴직교원도 노조 규약이 정하면 가입할 수 있도록 하여 그동안 논란이 됐던 해직 공무원 및 교원의 노조 가입이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인정될 수 있게 하는 등 현행보다 공무원·교원의 노조할 자유를 확대·보장하는 개정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반면, 노조법의 경우 2조4호라목 단서를 삭제해 실업자 및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는 사용자의 효율적인 사업운영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업(장)에서 노조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사업장 출입 및 시설 사용에 관한 노사 간 합의된 절차 또는 사업장 규칙 등을 준수해야 하며,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사업장 출입 등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해 조합활동을 제한하였다.

 

또한 근로시간면제 한도,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및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 조합원 수 산정시 조합원 수에서 제외하도록 하는 한편 기업별노조에서 대의원 및 임원은 “그 사업(장)에 종사하는 조합원 중에서 선출하도록” 해서 실업자 및 해고자의 대의원 및 임원 자격을 인정하지 않았다.

 

사실상 실업자 및 해고자는 조합원 지위만 인정하고 실질적 노조활동은 어렵게 하였다. 기업별 노조의 임원 또는 간부를 하다가 해고를 당하여 해고의 효력을 다투고 있는 경우도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까지만 조합원 지위가 유지되도록 한 규정도 그대로 존치하였다.


셋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와 관련하여 입법예고한 노조법 개정안에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 조항을 삭제한다고 하면서도 근로시간면제한도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여 법이 정한 타임오프 한도를 넘어서는 노사합의를 무효로 하고 이러한 급여지급을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ILO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제도에 관해 국가가 입법적 관여를 하지 말 것과 관련 제도폐지를 권고해왔으나 이의 수용을 거부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상 근로시간면제제도는 그야말로 노사가 교섭해서 정한 급여지급 협약도 그 한도를 초과해서는 무효로 하는 강행규정이다. 그럼에도 마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에 근로시간면제심의위원회를 두어 근로시간면제한도가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의결된 가이드라인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참으로 기만적인 법안의 내용이다. 


넷째, 더욱 심각한 문제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무관한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 차원의 법률안이 함께 발의된 점이다.

 

재계는 경사노위 논의 당시부터 ILO 핵심협약 비준과 무관하게 사용자의 대항권 강화차원에서 ▲파업 시 대체근로 전면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처벌조항 폐지 ▲사업장 내 쟁의행위 금지 ▲단체협약 유효기간 확대(현행 2년에서 4년) ▲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보완 등을 요구하였고, 정부는 재계의 요구사항 중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 ▲직장점거와 관련해 “생산 기타 주요업무에 관련되는 시설을 전부 또는 일부를 점거하는 형태로” 이뤄지는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였다. 


우선 사업장내 쟁의행위 금지 관련하여 정부안은 현재 정당한 쟁의행위 형태로 인정되는, 부분적·병존적인 직장점거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상 직장내에서의 회사 로비, 회사내 천막농성 등 직장내 쟁의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인 바 노조의 파업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법안임에 분명하다. 기업별 노조가 대다수인 우리 현실에서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 시키고 핵심협약을 비준한다고 하면서 핵심협약과 무관한 재계의 부당한 요구를 정부안에 반영한 결과이다. 


또한 정부안은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2019년 3월 중순경에 김학용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자유한국당)은 직접 단체협약 유효기관을 3년으로 연장하는 법률개정안을 발의하였다.

 

이처럼 노조법 개정 논의를 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 연장을 제기하는 재계와 보수언론, 정치권의 의도는 분명하다.

그들의 주장은 일본의 경우 3년, 프랑스 5년, 특별한 규정이 없는 독일, 미국과 비교해 우리나라의 경우 단체협약 유효기간이 짧아 파업 등 노사갈등이 빈번히 발생되고, 1년 내내 교섭하느라 생산성이 저하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그들의 의도는 단체협약 유효기간 상한을 늘려 노사간 교섭을 자주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단체협약 유효기간의 상한은 각 나라의 노사관계 특성을 감안하여 설정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노조조직률도 낮고 노사 간에 체결한 단체협약 수준이나 협약 적용률이 높지 않은 현실에서 그 유효기간의 상한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한다는 것은 그 단체협약을 개정해야 할 다수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 

 

 

3. 마무리

한국노총은 최소한의 보편적 노동인권인 ILO 핵심협약을 비준하고 이에 위배되는 노사관계 법·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우리 헌법상 노동기본권을 제대로 실현하는 원칙의 문제이지 협상과 거래의 대상이 아님을 분명히 해왔다.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조법 개정방향은 ILO 결사의 자유협약(제87호, 제98호 협약)과 결사의 자유위원회 권고에 합당한 내용이 되어야 마땅하다.  


노조법 등 노동관계법 개정안과 핵심협약 비준 동의안이 정기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진보와 보수 사이에 치열한 논쟁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ILO 핵심협약 관련 법안 쟁점들을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지 매우 회의적이다.

 

입법과정에서는 단체협상 기간연장, 노조의 직장점거 제한, 파업 시 대체근로 전면허용 등 사측의 핵심 요구들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이다. 한국노총은 ILO 핵심협약의 선비준 및 노조법 전면개정을 촉구하는 한편, 재계의 노동법 개악음모에 맞서 하반기 제도개선 투쟁을 전개해 나갈 것이다.

월간 한국노총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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