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의 조합원 수와 조직률은 노동운동의 힘을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지표라 할 수 있습니다.
1987년 노동자대투쟁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했던 한국의 조직률은 2010년대 들어서면서 조금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촛불 정국 이후에는 노동조합운동이 적극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추진할 만한 긍정적인 정치적 조건이 형성됐습니다. 노동운동 재활성화의 기회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노총은 2017년 김주영 집행부가 출범한 이후 전 조직 차원에서 조직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김주영 위원장은 2018년 벽두 “조직 확대와 조직 강화는 노동운동과 한국노총의 명운이 달린 문제”라고 제기하고, 전 조직 차원에서 역량과 자원을 집중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2년 사이 한국노총과 산하 산별연맹은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보다 장기적으로 끌고 가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숙고가 필요합니다. 한국노총이 조직화 사업을 최우선순위에 두더라도 투입할 수 있는 인력과 재원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한정된 자원을 투입해 보다 큰 효과를 꾀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한국노총은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있는 노동자 집단을 조직화 대상으로 상정하고 사업을 기획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9월호 <노동N이슈>에서는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주환 연구위원의 조직화에 관한 논의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한국노총이 조직화 사업에 있어 대상과 목표를 전략적으로 선정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주환 연구위원은 기존의 통계 자료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오늘날 조직화 사업을 보다 전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총연맹과 산별연맹이 자원을 집중하여 ‘신규 노조를 건설’하고, 이런 모범 사례를 확산시킬 필요성을 제기합니다. 특히 여전히 조직률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블루오션’ 업종이나 영역이 존재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기존 미가맹 조직에 가입을 권유하는 게 효과적일 수 있으며, 구조적으로 노조 공급이 규제된 집단들에게는 어떻게 다가가야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모색을 담고 있습니다.
본 논의가 보다 많은 웅성거림으로 이어져, 한국노총 조직화 사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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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자료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한국노총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글로벌 대세가 된 조직화 모델
1980년대 이후 산업화된 국가들 대부분에서 노동조합 조직률 감소 추세가 시작됐다. 이대로 간다면 노동조합상급단체의 운영이 타격을 받을 정도로 조합비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호주, 영국, 미국 등 영미권 국가들을 중심으로 노동운동 세력은 신규 조합원 확보를 위해 전략적인 대응을 시작됐다. 지난 30여 년간 글로벌 자본주의의 발전이 노동자들의 고용형태 다변화, 노동법제도의 효과성 약화, 기업의 유동성 증대 등을 가져오면서, 이러한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오늘날 조직화 모델(organizing model)은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노동운동의 전략이다. 그것이 처음 제기된 영미권 국가들의 노동조합운동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노동법제도가 안정적이고 노사관계가 협력적이라고 평가됐던 북유럽과 서유럽의 노동조합운동도 조직화 전략을 사업계획의 최우선순위에 두고 있다.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멀리는 2000년대 초반부터 비정규직 규모 확대와 차별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이들을 조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최근에는 촛불시민혁명으로 노동운동에게 우호적인 정치적 기회구조가 형성되면서 취약한 조건에 있는 노동자들을 조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강화됐다. 일반적으로 노동조합상급단체가 주도하는 조직화 사업은 △사전 조사에 기초한 사업 대상과 목표의 설정 △조직화 대상 노동자들에 대한 의도적 접근과 노조 가입 권유 △상급단체의 지원 속에 집단적 노사관계 형성 등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통계자료1) 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노동조합 조직률의 현황과 추세를 살펴보고, 조직화 사업의 첫 걸음인 대상과 목표 설정, 즉 ‘전략적 타기팅(targeting)’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제시할 것이다.
노동조합 조직률은 물결친다
지난 10여 년간 한국 노동조합 규모와 구성의 변동 추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특징들이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조직화의 물결(wave of organizing)’이라 칭할 만한 현상이 존재했다. 즉, 노조 조합원 수는 매년 일정한 속도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해 그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가, 정점을 지나면 서서히 증가 속도가 느려지거나 감소세로 돌아서길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21세기 들어서 조직화 물결은 세 차례 전개됐다. 각각 2007년, 2013년, 2017년을 정점으로 했고 약 2~4년간 진행됐다([그림 1] 참조).
이러한 물결은 고용관계나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 및 정책의 변화와 노동운동의 전략적 조직화가 결합돼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테면 2007년의 물결은 2006년 공무원노조법 시행으로 인한 ‘공무원 조직화’가, 2013년의 물결은 2010년 교육감선거에서 진보교육감이 등장한 이후 2011년부터 본격화된 ‘학교비정규직 조직화’가, 그리고 2017년의 물결은 2017년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으로 인한 ‘공공기관 조직화’가 결합돼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조직화의 물결이 소진된 상황에서는 조합원 수가 감소했다. 공무원 조직화의 물결과 학교비정규직 조직화의 물결 사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3년 동안 조합원 수가 약 8만 5천 명이 줄었다. 요컨대 노동조합 조합원 수는 개방적인 정치적 기회구조를 맞아 노동조합운동이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에만 증가한다. 전체 인구나 노동자 수가 증가한다고 자연스럽게 증가하지 않는다. 노조운동의 노력이 없다면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
[그림] 한국 조합원 규모와 전년 대비 증가율 추이: 2004년 8월 – 2018년 8월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각 년도
노동조합 조직률은 불균등하다
다음으로, 노동조합 조직률 증가 속도는 노동자 집단별로 불균등했다.
[표 1] 집단별 노동조합 조직률 및 전체 조합원 중 비중 변동: 2011년과 2018년 비교
표준산업분류 / A: 농업, 임업 및 어업, B: 광업, C: 제조업, D: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 조절 공급업, E: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업, F: 건설업, G: 도매 및 소매업. H: 운수 및 창고업, I: 숙박 및 음식점업, J: 정보통신업, K: 금융 및 보험업, L: 부동산업, M: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N: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O: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P: 교육 서비스업, Q: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R: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S: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T: 가구 내 고용활동 및 달리 분류되지 않은 자가 소비 생산활동, U: 국제 및 외국기관.
표준직업분류 / 1: 관리자, 2: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3: 사무 종사자, 4: 서비스 종사자, 5: 판매 종사자, 6: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7: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8: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9: 단순노무 종사자.
자료: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 각 년도
위의 [표 1]은 최근 10년 사이 노동조합 조합원 수가 가장 적었던 2011년의 자료와 가장 최근인 2018년의 자료를 바탕으로, 인적 속성이나 경제구조 내 위치에 따라 구분된 노동자 집단별로 조직률이 어떻게 변동했는가를 제시하고 있다.
경제활동인구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조직률은 약 10.9%이고 2018년 조직률은 약 12.5%로 7년 사이 약 1.6%포인트 증가했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노동자 집단들은 다음과 같이 4개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에는 [표 1]의 상단 칸 중에서 음영 표시가 없는 집단들이 속해 있다. 조직률과 조합원 내 비중이 모두 상대적으로 증가한 집단들로, 2010년대 들어 노동조합운동에 대한 참여가 상대적으로 활발해진 세력들이다. 인적 속성으로 보면 △30대 및 40대 여성 △20대 남성 등이, 경제구조 내 위치로 보면 △3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 △공공 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행정 △교육 서비스업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업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농업, 임업 및 어업 △예술, 스포츠 및 여가관련 서비스업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 △도매 및 소매업 △농림·어업 숙련 종사자 △기능원 및 관련 기능 종사자 △판매 종사자 △사무 종사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두 번째 유형에는 [표 1]의 상단 칸 중에서 음영 표시된 집단들이 속한다. 조직률은 상대적으로 증가했지만, 조합원 내 비중은 줄어든 집단들이다.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전체 고용 규모가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어 중장기적인 발전전망 마련이 시급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금융 및 보험업 △제조업 등이 포함된다.
셋째 유형에는 [표 1] 하단 칸의 음영 표시된 집단들이 속해 있다. 조직률은 전체 평균보다 적게 증가했지만 조합원 내 비중은 증가한 집단들이다. 노동자들의 증가 속도를 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인적 속성으로 보면 △50대 이상 남성이, 경제구조 내 위치로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 △건설업 △광업 △단순 노무 종사자 △서비스 종사자 등이 포함된다. 한편, 3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은 2011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다가 2015년 정점을 찍고 다시 하락하고 있다. 2015년 300인 이상 사업장의 조직률은 38.5%였는데 2018년에는 34.3%로 4%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네 번째 유형에는 [표 1]의 하단 칸에서 음영 표시가 없는 집단들이 속해 있다. 조직률도 평균보다 적게 증가했고, 조합원 내 비중도 감소한 집단들이다. 최근에 상대적으로 노동조합운동의 성장 정도가 가장 취약했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노동조합이 이미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집단들과 노동조합의 공급이 취약한 집단들이 섞여 있다. 4유형 중 상대적으로 노조가 안정적인 집단은 △30대와 40대 남성 △100-300인 규모 사업장 △가스, 증기 및 공기 조절 공급업 △운수 및 창고업 △정보통신업 △장치·기계 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이고, 노조 공급이 취약한 집단은 △20대 여성 △30인 미만 사업장 △사업시설 관리, 사업 지원 및 임대 서비스업 △전문, 과학 및 기술 서비스업 △가내노동 △숙박 및 음식점업 △부동산업 등이다. 한편, △국제 및 외국기관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 △관리자 등은 노조에 가입할 수 있지만 자의적으로 가입하지 않는 노동자들이 많은 집단이다.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효과는 사라졌다
마지막으로, 2010년 기업단위 복수노조 허용 이후 시작됐던 미가맹노조들의 증가 추세는 중단됐다. 고용노동부의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어떤 노동조합총연합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노조는 2010년 33만 명가량이었으나 2015년 44만 명가량으로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러나 2015년과 2017년 사이에는 약 1천 명이 감소했다. 한편, 미가맹노조들을 조합원 규모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80% 이상이 100인 미만의 소규모 조직이라는 점이 두드러진다. 60%가량은 조합원 수 30인 미만 조직이다. 조합원 수가 100인 이상인 미가맹노조는 전국에 약 460개가량만 존재한다.
[표2] 미가맹 노동조합 조합원 현황
△ 자료: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각 년도
전략적 타기팅을 위한 제언
이상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노동조합상급단체가 조직화 대상과 목표 설정 시 고려해야 할 사항을 권고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노조 조직화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법제도 및 여론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 이를 조직화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돼야 한다. 앞에서 살펴봤듯, 국가 수준 조직률은 이른바 ‘조직화의 물결’이 존재하는 시기에만 증가했고, 그렇지 않은 때는 감소했다. 조직화 물결은 노동조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법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이를 둘러싼 우호적인 사회여론이 조성될 때 형성된다.
노동자들의 정치사회적 대표체로서 총연맹은 당연하게도 국가 정치과정에 참여하여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회 공론장에서 노동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담론활동을 추진하여 개방적인 정치적 기회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법제도 개선이나 여론 조성이 특히 어떠한 노동자 집단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그러한 부문에서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설득하고 집단적 노사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계획까지 치밀하게 준비돼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총연맹의 정책참여, 언론활동 등 모든 영역의 사업이 전략적 조직화 계획과 결합해야 한다.
다음으로, 노동자 집단별로 서로 다른 맞춤형 전략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 지난 10여 년간 조직률 추세를 검토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이 도출된다(<표 3> 참조).
[표 3] 조직화 사업의 대상과 목표 설정의 기본 방향
첫째,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여 ‘신규 노조’를 건설하고, 이런 모범 사례를 확산시키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 부문이다. 물론 이러한 목표는 어떤 부문에서든 유효하지만, 고용 규모나 조합원 수가 상대적으로 빨리 증가하고 있지만, 조직률 수준은 아직 평균에 못 미친 부문에서는 더욱 유효하다. 둘째, 노동자들에게 ‘기존 조직’에 가입하도록 설득하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 부문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 내 미조직 노동자들, 총연합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노조들,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음에도 자발적으로 거부하는 경향이 큰 집단들 등이 대상이다. 셋째, ‘새로운 방식의 노조 가입 채널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 부문이다. 고용이 불안정하거나 사업장 규모가 작아서 전통적인 사업장단위 조직화 방식이 효과가 없기 때문에 ‘개인단위 조직화 전략’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총연맹과 산별조직은 <표 3>에 제시된 기본적인 대상과 목표를 해당 조직의 조건에 맞춤하여 구체화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과제들을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이를테면 관할 영역 내 노동자들과 기업들의 연결망, 노동조합 조직현황, 조직화 사례 등에 대한 정보들을 꾸준히 취합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분석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사업장단위로 조직을 세우는 것이 구조적으로 제약된 이들에게도 노동조합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법제도 개선 및 조직혁신 과제를 구체화하고 중장기 전망을 갖춰야 한다.
* 이 원고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2019년에 수행하고 있는 '『한국노총 조직화 전략과 과제 '연구(박현미. 이주환. 강은애)』의 일부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각주
1) 정부에서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발표하는 공식적인 통계는 고용노동부의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료로는 조합원의 인적 속성이나 경제구조 내 위치를 알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자료를 함께 활용했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 자료는 수치가 오차범위를 넘어설 정도로 다르다. 여기서 제시되는 수치는 차이와 추세를 확인하기 위한 근삿값으로 이해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