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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집단별 맞춤형 전략 목표 설정되어야

조직화 사업의 전략적 타기팅을 위한 제언

등록일 2019년10월01일 15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국가 수준 노동조합총연맹이 조직화를 사업계획의 최우선순위로 두는 것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됐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노총 집행부는 2018년 벽두 “조직 확대와 조직 강화는 노동운동과 한국노총의 명운이 달린 문제”라고 제기하고, 조직화 전략에 역량을 집중할 것을 선언했다.

 

조직화 사업의 첫 걸음은 ‘타기팅(targeting)’, 즉, 대상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일 터다. 이 글에서는 최근 10여 년간 조직률 추세를 검토하고, 이를 기초로 총연맹과 산별연맹의 향후 조직화 대상과 목표 설정과 관련해 고려할 사항을 제기한다. 

 

 

지난 10년 간 한국노총의 조직률 변동 추세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1)에 기초하여, 지난 10여 년간 한국 노동조합 조합원 수와 조직률 변동 추세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조직화의 물결(wave of organizing)’이라 칭할 만한 현상이 존재했다. 즉, 노조 조합원 수는 매년 일정한 속도로 증가한 것이 아니라, 어느 시점에서 증가 추세가 시작되어 그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가, 정점을 지나면 서서히 증가 속도가 느려지거나 감소세로 돌아서길 주기적으로 반복했다. 


21세기 한국에서 조직화 물결은 세 차례 전개됐다. 각각 2007년, 2013년, 2017년을 정점으로 했고, 대략 2~4년간 진행됐다. 이러한 물결의 형성에는 고용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법제도 및 정책의 변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테면 2007년 ‘공무원 조직화 물결’은 2006년 공무원노조법 시행이, 2013년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물결’은 2010년 교육감선거를 통해 등장한 진보교육감의 행정이, 그리고 2017년 ‘공공기관 조직화 물결’은 2017년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등이 배경이 된 것으로 추측된다.  


다음으로, 노동조합 조직률 증가 속도는 집단별로 불균등했다. 2011년과 2018년의 조직률을 집단별로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첫째, 성별 및 연령별로 구분하면, 남성보다는 여성, 특히 40대 여성의 조직률 증가가 두드러졌다. 한편,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30세 이하 청년층 조직률은 줄지 않았다. 특히 남성 청년층의 조직률 증가는 전체 평균보다 오히려 높았다. 


둘째, 경제구조 내 위치에 따라 살펴보면, 산업별로는 공공서비스업, 교육서비스업, 하수·폐기물 처리업 등이, 직업별로는 농어업숙련직, 기능직, 판매직, 서비스직 등에서 조직률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한편, 전통적으로 조직률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인 운수업의 조직률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금융업은 조직률이 증가했는데, 분자인 조합원 수가 빨리 증가해서가 아니라, 분모인 금융업 노동자 수가 감소해서였다.

또한 산업과 직업 상관없이 300인 이상 업체의 조직률이 2015년 이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두드러졌다. 


셋째, 총연합단체별로 구분하면, 총연맹에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노조에 속한 노동자 규모의 급증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미가맹노조 조합원 증가 추세는 2016년 이후 중단됐다. 2017년 이후에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민주노총의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다.

 

노조조직 활성화 위한 우호적 법제도 및 여론 환경이 중요  

 

이상의 추세를 검토한다면, 총연맹 조직화 사업의 전략적 타기팅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권고를 제기할 수 있다.

 

먼저, 노조 조직화를 활성하기 위해서는 우호적인 법제도 및 여론 환경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봤듯, 국가 수준 조직률은 이른바 ‘조직화의 물결’이 존재하는 시기에만 증가했고, 그렇지 않은 때는 감소했다. 예컨대 공무원 조직화 물결과 학교비정규직 조직화 물결 사이, 2009년부터 2011년까지는 조합원 수가 약 8만 5천 명 감소했다.

 

조직화 물결은 노동조건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법제도 개선이 추진되고 이를 둘러싼 우호적인 사회여론 조성될 때 형성된다. 노동자들의 정치사회적 대표체로서 총연맹은 당연하게도 국가 정치과정에 참여하여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사회 공론장에서 노동의 이해관계와 관련된 담론활동을 추진하여 개방적인 정치적 기회 형성을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러한 법제도 개선이나 여론 조성이 특히 어떠한 노동자 집단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그러한 부문에서 노동자들에게 노조 가입을 설득하고 집단적 노사관계를 형성할 준비까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요컨대, 총연맹의 정책참여, 언론활동 등 모든 영역의 사업이 전략적 조직화 계획과 결합해야 한다. 

 

세 가지 차원의 전략 과제  

 

다음으로, 노동자 집단별로 서로 다른 맞춤형 전략 목표가 설정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10여 년간 조직률 추세를 검토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향이 도출된다. 


첫째, 총연맹과 산별연맹이 자원을 집중하여 ‘신규 노조를 건설’하고, 이런 모범 사례를 확산시키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 부문이다. 물론 이러한 목표는 어떤 부문에서든 유효하지만, 고용 규모나 조합원 수가 상대적으로 빨리 증가하고 있지만, 조직률 수준은 아직 평균에 못 미친 부문에서는 더욱 유효하다.

 

이른바 ‘블루오션(blue ocean)’이기 때문이다. 고용 규모 증가 추세를 따졌을 때는 단순노무직, 서비스직, 보건·사회복지업, 건설업 등이, 조합원 수 증가 추세를 따졌을 때는 농·림·어업, 협회 및 단체업, 수리서비스업, 개인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이 이러한 사업에 맞춤한 영역이라 볼 수 있다. 


둘째, 적극적으로 다가가서 ‘기존 조직에 가입하도록 설득’하는 목표를 세워야 하는 부문이다. 한국노총 소속 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 내 미조직 노동자, 어느 총연맹에도 가입하지 않은 미가맹노조,2) 전문가나 관리자 등 의도적으로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집단 등이 그 대상이 된다. 


셋째, 지속적인 법제도 개선 요구와 조직 혁신을 통해 ‘새로운 방식의 노조 가입 채널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하는 부문이다. 이를테면 전통적인 사업장단위 조직화 방식이 효과가 없기 때문에 ‘개인단위 조직화 전략’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여기에는 30인 미만 업체, 사업시설관리업, 사업지원서비스업, 부동산업, 숙박 및 음식점업, 가내노동 등이 포함된다.

 

아직 공식적인 통계로는 포착되지 않지만, 특수고용, 프리랜서, 플랫폼노동 등 향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립노동자(independent workers)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개인단위로 가입할 수 있고, 유동하는 개인에게 적합한 서비스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노조 조직형태를 개발하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총연맹의 노동조합 조직화 전략은 일반적으로 대상과 목표 설정하기, 노조 가입 설득하기, 집단적 노사관계 형성하기 등의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여기서는 그 첫 걸음이 되는 전략적 타깃팅과 관련된 권고를 제기했다. 부족할 테지만, 이러한 권고가 한국노총의 조직화 사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상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과 참고문헌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매달 발간하는 <노동N이슈 9월호>에서 참고할 수 있으며 2019년 12월에 중앙연구원에서 발간 예정인 연구보고서『한국노총 조직화 전략과 과제 연구』에 수록될 내용의 일부입니다. 

 

 

1) 정부에서 노동조합과 관련하여 발표하는 공식적인 통계는 고용노동부의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에 기초한 것이다. 그런데 이 자료로는 조합원의 인적 속성이나 경제구조 내 위치를 알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경활부가조사를 활용했다. 여기서 제시되는 수치는 정확한 실태가 아니라 대략적인 근삿값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2) 고용노동부 전국노동조합조직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미가맹노조는 3천3백여 개다. 총연맹의 전략적인 설득 작업의 우선 대상은 이 중에서 조합원 수가 1백 명 이상인 460개 조직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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