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별임금격차가 37.1%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노총은 26일 ‘성별임금격차’ 실태조사 결과, “남성 10명중 8명은 '성평등한 성과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한 반면, 여성의 58.4%는 '남성에게 높게 주는 관행이나 분위기'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고 발표했다.
한국노총은 9월 26일(목) 오후 2시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에서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방안과 노조의 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에 앞서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동일한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성별 임금차별이 존재해 아직까지 변화가 미비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성별 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노동조합의 역할을 찾고 문제를 공유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인사말에서 “의료업종의 경우 종사자의 80%이상이 여성임에도 성별 임금격차와 승진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목소리를 많이 내는 것이 필요하고, 노동계와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가 잘 반영되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국노총은 연구결과 “우리나라의 성별임금격차는 37.1% 수준으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성별임금격차는 배우자가 있는 여성과 상대적으로 낮은 교육수준을 가진 여성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비혼의 성별임금격차는 13.4%였으나 배우자가 있는 경우는 41.5%에 달하고 있었으며, 대학원졸의 성별임금격차는 27.9%, 고졸이하의 경우 38.3%로 높았다”면서 “이러한 배경에는 배우자가 있는 여성과 저학력 여성들이 주로 영세업체나 숙박 및 음식점업, 판매직 등 저임금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연령, 학력, 근속년수, 혼인상태, 직업 등 인적특성으로 설명되지 않는 임금차별을 도출한 결과, 성별임금차이 중 무려 52.6%가 임금차별로 나타났다”며 “임금차별에 있어서도 비혼 34.3%, 자녀가 없는 경우 46.7%, 영유아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60.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 인사말 중인 최미영 한국노총 부위원장
남성중심적 조직문화로 인한 유리천장과 성별임금격차 여전
주로 남성이 주요부서 또는 핵심업무 배치…성평등한 조직문화 필요
한국노총은 “우리나라 매출액 기준 상위 50대 기업을 분석한 결과 전체 53만 명의 노동자 중 여성은 20.1%에 그쳤다”면서 “50개의 기업 중 40개 기업의 여성등기임원 수가 0명이었으며 나머지 10개 기업은 1명에 불과하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등기임원에 있어서도 평균 74.8명이었으나 여성미등기임원은 평균 3.2명에 머문다”면서 “주로 여성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성별임금격차가 50% 수준으로 심각한 결과를 보였는데, 이들은 저임금 판매직군을 다수 보유한 기업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한국노총은 기업보고서 자료를 활용하여 성별임금격차, 여성등기임원 비중, 여성미등기임원비중, 근속년수 등이 각 기업의 생산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여성의 근속년수와 여성미등기임원 비중은 기업의 생산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의 장기근속과 낮은 유리천장이 생산효율성에 중요한 요인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강조했다.
△ 인사말 중인 이수진 의료노련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남성중심적 성과평가 문화, 여성 55.7% 진급누락 또는 진급대상 제외
성과평가로 인한 기본급격차가 상여금 및 성과급격차로 이어져 성별임금격차 확대
한국노총은 실태조사 결과, “여성은 남성중심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남성보다 진급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러한 배경으로 여성의 낮은 기대직급과 진급에서의 부정적 경험을 꼽을 수 있는데 ‘현재 일자리에서 최종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직급’에 대해 남성 중 8.1%만이 과장급 이하로 응답하였으나 여성은 22.8%였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 부장급 이상을 기대하는 비중은 남성 68.5%, 여성의 경우 42.7% 수준”이라며 “진급누락과 진급대상자 제외경험에 있어서도 여성은 남성(42.5%)보다 높은 57.9%로 조사되었고, 진급 소요기간은 각 직급별 2년 이상 느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여성의 63.9%는 승진이나 승급, 높은 성과평가에 유리한 주요부서 또는 핵심업무에 주로 남성이 배치되는 것으로 응답했다”며 “여성이 특정업무에 집중되어 있는 직종이나 부서는 타 부서보다 진급이 안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여성의 58.4%는 ‘남성에게 성과평가를 높게 주는 관행이나 분위기’ 또는 ‘여성이 주변업무에 배치’되기 때문에 남성보다 낮은 차별적 성과평가를 받는 것으로 응답하였다”면서 “반면 남성 중 13.3%만이 차별적 성과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았으며, 10명 중 8명은 현재 성평등한 성과평가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여겼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은 “이처럼 성과평가에 대한 의견이 뚜렷한 성별차이를 보이는 원인으로 성과평가의 불투명성을 꼽을 수 있다”며 “조사대상 중 성과평가 결과가 공개되는 비중은 13.1%에 그쳤으며 무려 52.6%가 성과평가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정확한 성과평가 과정과 절차를 알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 좌장을 맡은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은 ‘임금차별은 불법이자 경제적인 폭력’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더불어 “기본급의 일정 %를 상여금과 성과급으로 지급받는 임금체제에서 남성중심적인 성과평가와 이로 인한 여성의 낮은 기본급이 성별임금격차를 확대시키는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며 “성별기본급격차는 16.2%, 성별상여금격차는 17.3%, 기본급과 상여금을 합친 성별임금격차는 16.6%였으나, 절대적인 성별임금차이에 있어서 여성은 남성보다 기본급은 53.6만원, 상여금은 18.6만원으로 월평균 72.5만원으로 확대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육아 관련 “육아휴직 사용률은 남성 6.0%, 여성은 84.6%로 나타나 자녀돌봄은 온전히 여성이 지고 있었으나, 육아휴직 사용으로 인해 여성의 90.6%가 B수준 이하의 성과평가를 받고 있었다”면서 “이러한 낮은 성과평가는 여성의 승진이나 승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약 40%는 임금동결이나 임금하락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한국노총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적극적 시행과 민간부문으로의 확대방안, △적극적 고용개선조치의 실효성 제고방안, △직장 내 조직문화 실태 점검 등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노동조합 차원에서는 ▲성별임금격차 해소 및 차별적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지침마련, ▲노동조합 내 여성임원비중 확대를 통한 노동조합 젠더관점 제고, ▲직장 내 성평등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의무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 발제 중인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이날 토론회는 김은경 세종리더십개발원 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최순희 공공노련 부위원장, 정연실 금융노조 부위원장, 임은주 한국노총 여성본부 실장, 이현옥 고용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장진희 연구위원과 장명선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건 건강과대안 선임연구원의 ‘성별임금격차 실태와 완화방안’에 관한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연구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와 매출액 기준 상위 50개 기업의 기업보고서를 활용했으며, 금융노조, 공공노련, 금속노련 소속의 남녀 조합원 2,443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성별임금격차 #성평등 #여성 #젠더 #한국노총_중앙연구원 #실태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