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정책자문단 회의에서 “비정규직․노동시간․최저임금 등 문재인정부의 대표적 노동정책이 후퇴되고 오히려 노동법 개악이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며, ILO 핵심협약 비준 및 노조법 개정도 무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노총은 9월 23일(월) 오전 7시 30분 노총 6층 대회의실에서 ‘한국노총 정책자문단 2019년 1차 회의’를 열고, 노동사회경제 정책 방향에 대해 모색했다.
회의에 앞서 김주영 한국노총은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노동존중사회를 국정 과제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많은 기대 속에 출범했지만,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등 핵심 3대공약이 방향성을 잃고 흔들리고 있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을 누가 끌고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책자문단이 노동문제를 넘어서 교육, 주거, 조세 문제까지 확장되어 사회 전반적인 정책을 힘 있게 끌고 가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사말에서 “노동을 둘러싼 환경이 문재인 정부 초기에 가진 많은 기대와는 달리 변질되거나 많이 누그러진 상황”이라며 “한국노총이 노동정책을 움직이는 큰 축으로서 현 정부가 내세운 노동존중사회가 제대로 가고, 일하는 사람들에게 밝은 미래를 줄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이날 한국노총은 ‘노동사회 진단 및 중장기 전망에 기초한 노동운동의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2020년은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시작으로서 노동사회의 상을 제시하고 연속선 상에서 4.15 총선에서 노동사회경제정책 요구를 분명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노동존중사회, 포용복지국가 정책기조를 유지하고 강화시켜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 최저임금법과 근로기준법 및 임금체계 등의 개악을 저지하고, 타임오프 현실화, 통상임금 범위와 노조할 권리 확대 등 노사관계 개혁과제를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제 전망에서 “일본의 대한국 수출 제한조치는 특히 중소기업에게 타격이 심각할 수 있기에 경제민주화 차원에서 공정거래를 위한 도급구조 개선과 제도개선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며 “여기에는 공공사회서비스 투자와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경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한국노총은 정부의 임금 정책 관련 “보수기득권 세력의 최저임금에 대한 정치공세로 문재인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이 흔들리고, 소득주도성장이 궤도 이탈될 위험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하고, “최저임금의 본래 목적인 저임금노동자의 생활안정과 소득불균형 개선을 위한 생활임금제도 등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고용 관련해서는 “정부의 고용정책 방향을 유연성보다 고용안전성이 중심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이 민간위탁 사무를 대상으로 정규직 전환이 아닌 처우개선으로 방향을 설정하면서 정책 진행 상 오류 및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 고용의 질 개선을 위한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노총은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의 충격을 완화하는 사회안전망 확충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노총은 “향후 노후소득보장과 보건의료 등 사회서비스 영역에 대한 제도적 강화 및 주거․금융복지․가계소비여력 증대를 위한 정부재정지출 확대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정년을 기초로 교육, 병역, 임금체계 등 향후 인구구조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논의도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플랫폼‧특수고용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 조직화에 힘써야
이 자리에서 한국노총 정책자문단 위원들은 “한국노총이 플랫폼노동 확대, AI의 인간 노동 대체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특수고용직‧플랫폼 노동자들의 이익대변을 위한 조직화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정흥준 노동연구원 박사는 “특고나 플랫폼노동의 증가속도가 아주 빠른 상황에서 취약계측의 이해대변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결국 조직화와도 연결될 것”이라며 변화하는 노동형태에 따른 조직화 방식의 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호근 전북대 로스쿨 교수는 독일 이게메탈사례를 소개하며, “한국노총이 선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사회를 주도하는 노동운동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이병훈, 권혁면, 어수봉, 강순희 교수 등도 한국노총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황에서 지금 노동운동의 구조나 체계가 지속 가능한지에 대해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오늘 정책자문단의 소중한 제안들을 한국노총 정책에 잘 반영하고 실천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향후 정책자문단을 ▲노사관계 ▲임금‧노동시간 ▲고용정책 ▲사회정책의 4개 분과로 나눠 각 영역별로 중장기 전망을 하고, 정책과제를 구체화 해 운영하기로 했다.
△ 인사말 중인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
△ 인사말 중인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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