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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 잃고 표류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

정책 이행 의지 상실한 오분류 신청 결과 발표

등록일 2019년07월23일 15시0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윤정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지난 2017년 5월 12일 인천공항을 방문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약속했다. 공공부문에서 우선적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이후 민간으로 영역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취지였다. 공공부분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정규직화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더구나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빠르게 추진하면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는 기대도 높아졌다. 


2017년 5월 16일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립하고, 6월 23일 ‘일자리 100일 플랜’을 발표하더니 7월 20일에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가이드라인의 추진 개요를 살펴보면 정규직 전환을 원칙으로 세웠다. 세부적인 기준으로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대해서는 정규직으로 채용되어야 하며, 충분한 노사협의를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고용안전, 차별개선, 일자리 질 개선 순으로 진행하여 국민의 부담은 최소화하고 정규직과의 연대 및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기관은 3단계로 나눠진다. 먼저 1단계는 중앙정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852개 기관, 2단계는 자치단체출연 출자기관·공공기관·지방공기업 자회사로 600개 기관, 3단계는 민간위탁기관이다.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집계된 공공부문 노동자는 217만 명이고 이중 비정규직은 약 41만6,000명으로, 전체의 19.2%이었다. 가이드라인에 기초해 정규직 전환 대상자는 기간제 7만2,000명, 파견용역 10만3,000명 등 17만5,000명과, 전환제외자로 잠정 분류된 60세 이하 중 별도 정년 설정 등을 통해 전환 가능성이 있는 청소 경비업종 종사자 등 3만 명까지 총 20만5,000명 가량이 예상됐다. 3단계 민간위탁기관의 경우 추후 실태조사를 하고 별도로 추진하겠다며 정규직 전환 대상기관으로 분명히 명시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 선언을 역행하는 3단계 민간위탁 정책 방향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86.3%(1단계)를 달성했다며, 민간위탁 분야에도 고용안정을 추진하겠다는 보도 자료를 배포했다. 자료를 보면 1월 말 기준 공공부문 853개 기관 중 총 17만7,00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되었고, 13만4,000명이 전환이 완료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2020년까지 목표로 삼은 20만5,000명의 약 85.3%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아울러 2단계 정규직 전환도 차질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 2단계에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것과 달리 3단계 민간위탁 분야에 대해서는 ‘공공부문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을 제시했다. 주요내용으로 민간위탁은 법령근거와 자치분권, 사무의 다양성 등으로 인해 정규직 전환이 한계가 있다고 표명했다. 아울러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를 마련하겠다며 수탁업체 선정 시 고용승계, 적정 정규직 비율 및 합리적 임금수준 유지 여부를 고려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가이드라인』을 후속조치로 덧붙였다. 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을 담당하는 주무부처인 정부, 고용노동부가 더 이상 전면적으로 이 정책에 나서지 않겠다고 시사한 것이다. 


‘공공부문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라 개별기관이 자율적으로 민간위탁 사무의 타당성을 검토를 맡기면서, 기관의 우선 판단에 따라 상시지속적인 성격을 가진 1단계 사무임에도 민간위탁으로 잘못 분류한 경우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오분류 사무에 대한 판단과 조정하는 절차를 만들었다. 오분류로 확정될 시 기관단위에서 1단계 가이드라인의 방법(기관별 노·사·전문가협의회 구성 등)에 따라 정규직화를 재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심층논의’가 필요한 3단계 민간위탁으로 판단된다고 하더라도, 해당기관이 내·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기구를 구성해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하라는 대책을 내놓았다. 결국 지속적인 공공성 약화와 부정부패 구조화의 문제를 안고 있는 민간위탁을 개선할 의지가 없음을 표명한 것이다. 


한국노총에서는 수도 및 댐·보 시설 점검정비용역을 수행하는 수자원기술주식회사노동조합과 익산시의 생활폐기물 사무를 수행하는 금강공사노동조합이 개별기관에서 3단계 민간위탁으로 판단하면서 고용노동부에 오분류 판단·조정 신청을 넣었다.
공공노련 소속 수자원기술주식회사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수도 및 댐, 보시설의 점검정비 업무를 위해 설립한 유지보수전문 자회사였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정부의 공기업 경영합리화 정책과 맞물려 한국수자원공사는 점검정비 업무가 단순·반복 업무라는 논리로 수자원기술주식회사를 민영화 대상으로 선정하고, 우량기업이었던 회사를 청산해 버렸다. 


일터를 잃은 조합원들은 퇴직금을 모아 지금의 수자원기술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지금까지 한국수자원공사의 하청을 받아 점검정비 업무를 33년 동안 계속해 왔다. 용역업체지만 공공기관인 한국수자원공사로부터 수탁 받은 업무를 수행해 왔고, 수자원공사의 직접적인 지휘와 명령을 받았다. 인건비 역시 원청인 한국수자원공사가 구체적으로 산정했으며, 작업에 투입되는 인원 또한 마찬가지였다. 원청의 전임간부들이 경영진으로 내려왔고 경영과 운영에 사실상 완전한 통제를 받았다. 


이러한 모든 객관적 증거와 정황자료가 정부에서 정한 1단계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완전히 합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수자원공사는 정부의 가이드라인마저 무시한 채, 수자원기술 노동자를 3단계 민간위탁업무라고 판단했다. 


연합노련 소속 금강공사는 생활폐기물 수거 및 운반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해당 업무는 그간 무분별한 민간위탁 전환으로 인해 중앙정부 또는 지자체의 고유사무임에도 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어 왔다. 민간위탁업체에 소속된 생활폐기물 처리업무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상시적인 고용불안 및 노동조건 저하, 안전 및 건강권 등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위탁계약의 문제점은 예산부족 등의 사유로 낙찰률 이하의 인건비 지급, 계약 이행여부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위탁계약상 명시한 조건 미이행으로 인한 위험과 책임의 외주화가 고착화되었다는 것이다. 전북도내 타 지자체의 경우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환경노동자를 직접고용으로 전환하고 있지만, 익산시는 생활폐기물 노동자들에 대한 직접고용 전환을 거부했다. 


익산시는 지난 수십 년간 수의계약으로 인해 발생된 부작용과 잡음을 무마하기 위한 방편으로 공개입찰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노동환경, 임금보전 및 고용승계 등의 문제로 노사갈등이 점차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다. 인천과 대전, 광주, 용인지역 생활폐기물 노동자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오분류 정정을 요구하기 위해 6월 24일 한국노총과 공공노련, 연합노련 그리고 오분류를 신청한 노동조합이 모여 기자회견을 열었다. 뿐만 아니라 각 단위사업장에서는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이행하라는 투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 7월 8일 오분류 심사 결과, 1단계에 포함되어야할 댐 보수 사무와 생활폐기물 사무를 3단계 민간위탁으로 최종 판정했다. 


선정결과에서는 어떤 이유로 분류에 대한 심사를 전개했는지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 공공서비스의 분야의 민간위탁 업무가 문제가 있다는 인식하에서 시작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비정규직의 굴레를 다시 씌우고 있다. 정부조차 정규직 전환을 완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번 심사결과는 민간시장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제대로 된 정규직화를 이행하라!

 

문재인 대통령 임기 3년차에 접어드는 지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이 갈피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오분류 재심사 결과와 함께 향후 추진 계획도 발표했는데,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따라 개별기관에서 해당 내용을 원만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컨설팅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해당기관의 협조가 필요하다. 만약 해당기관에서 컨설팅을 희망하지 않는다면 직접 수행 여부 타당성을 해당기관의 자율에 맡기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내·외부 전문가를 선정하는 기준이나 협의기구 구성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되어있을 뿐 노동조합이 어떻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도 없다. 과연 개별기관이 자발적으로 직접수행을 추진하겠다고 밝힐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 것인가. 


하지만, 수자원기술주식회사 노동조합과 생활폐기물 사무를 진행하는 노동조합들은 정부의 권유에 따라 심층논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공공노련은 발전 5사 경상 장비 통합 노·사·전문가 협의 기구에 참여하여 직접수행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생활폐기물 사무를 진행하는 노동조합들 역시 컨설팅을 신청한 뒤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투쟁방향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이 온전하게 이행될 때까지 지원하고, 연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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