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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송강호와 노무현

87체제와 2013년 겨울

등록일 2014년01월16일 16시4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개봉한 지 일주일 만에 300만 관객이 든 <변호인>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아무리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들이라도 알 수밖에 없다. 실존인물, 그것도 불과 10여 년 전 대통령이었던 사람의 실화인데 누가 모를 수 있나? 부산지역 출신, 고졸의 변호사가 고향 동네로 돌아와 세무변호사로 시작해 인권변호사로 변해가는 1987년까지의 과정, 그 중에서도 실제 있었던 용공조작사건인 부림사건을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다.

 


 

영화 vs 현실, 송강호 vs 노무현

그런데도 이 영화를 만든 제작자는 묘한 이야기를 한다. 이 시나리오의 목표는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지우는 것이었다고 말이다. 송강호가 연기하는 송우석이라는 캐릭터, 80년대를 치열하게 살아낸 어떤 사람, 그 시대에 보편적으로 있을 수 있는 사람의 이야기로 읽히길 바랐다고 한다.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일까? 일국의 대통령이었던, 그리고 비극적인 죽음 이후 현 정권에도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영화를 찍어놓고, 이걸 어떤 한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되길 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로 보인다. 그렇다면 제작자는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걸까?

 

그러나 제작자의 말도 안돼 보이는 이 이야기는 말이 된다. 이것을 단지 현 정권의 외압이 두려워 말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건 너무 단순한 해석이다. 제작자는 실제로 영화 안에서 실제 있었던 모든 소재를 살리되 노무현이라는 사람의 이름을 지우고자 노력했고, 송강호는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배우였다. 송강호라는 배우의 강렬한 존재감은 영화 속 송우석이라는 캐릭터를 노무현이 아닌 송강호로 보이게 한다.
 
또한 영화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누군지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감정이입해서 볼 수 있는 상업영화, 할리우드 휴먼드라마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철저하게 한 명의 주인공을 중심으로 하는 영웅 드라마의 문법에 충실하다.

 

그런데 이 영화의 역설은 영화를 보는 관객과 만날 때 일어난다. 영화에서 고유명사를 지우고 상업영화의 외피를 둘렀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그 시대를 연상할 수밖에 없고, 영화를 본 후 각각 자신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논평을 하게 된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은 영화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실로 보고, 좌우로 나뉘어 논쟁한다. 일베와 노무현 팬덤 사이의 격렬한 논쟁도 보도된다. 어쩌면 제작자는 바로 이것을 노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고유명사를 지우고자 한 것, 그러나 아무리 지워도 관객들은 그 이름을 떠올리게 될 것, 그것을 통해서 현실정치에 대한 개입은 하지 않고 단지 보편적 휴머니즘 영화로 표현하되 관객을 통해 정치적 논쟁을 야기하고 관객 몰이를 하는 것.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영화의 의도는 성공했다.

 

87체제 형성기 말하지만 오늘의 현실은 어디에?

영화는 정확히 1987년 대투쟁의 시작에서 끝내고 있다. 87체제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얻었으나 실질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지는 못했다.

당시 창설된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가 아닌 정권과 자본의 편을 드는 정부기구에 불과할 뿐이다. 87체제는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 인권운동의 성장을 가져왔으나 동시에 관료화, 반(半)정부기구화라는 함정에 빠졌다.

 

2013년 겨울, 박근혜 정권 1년, 철도파업에 대한 정부의 공권력 남용과 공공부문 민영화추진 등 민주주의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영화 <변호인>은 어떤 정치적 의미가 있을까?

 

영화는 87체제 형성기에 대해 말하고 있지만, 그것은 마치 영화 속 모든 등장인물이 군사정권옹호 혹은 저항의 이분법으로 나뉘듯, 87체제 이후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다. 바람에 흔들리며 자본주의의 욕망 아래 침잠할 뿐이다.

강준상 영상노동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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