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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무중력의 우주경험

영화의 역사 그 원년을 찾아서

등록일 2013년12월12일 16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영화 <그래비티>는 이미 많은 관객이 봤고, 수많은 언론에서 무수한 평론이 나온 영화다. 그것에 덧붙일 어떤 새로운 이야기를 할 것은 없다. 다만 한 가지, 3D영화와 무중력의 우주공간의 체험, SF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이야기를 할 때, 첨언하고 싶은 것이 있어 이 글을 쓴다.

 

 

새롭되 새롭지 아니한
 

한국의 최초 우주비행사인 이소연씨는 영화 <그래비티>에 대한 글을 청탁받았으나 영화를 보며 너무 무섭고 공포스러워 객관적인 입장에서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아 거절했다고 한다. 공포의 체험! 공포와 체험이란 두 단어는 이 영화가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이야기할 때 그 핵심일 것이다.

 
흔히들 영화는 픽션이고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비티>는 미래세계에 대한 상상, 또는 현실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상상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현실(Real)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을 그대로 경험하게 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많은 다른 SF영화에서 볼 수 있는, 존재하지 않는 미래세계에 대한 상상이 <그래비티>에는 없다. 지상 600Km 상공, 무중력 상태의 우주 공간을 떠도는 우주선에서 조난된 인간이 지구로 돌아오기까지의 사투를, 그 인물이 그 공간에서 겪는 것을 관객이 가능한 사실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영화다.

 
그렇다면 <그래비티>는 새로운 영화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도 있지만, 어떤 면에서는 그렇지 않다. 그렇지 않다고 말해야하는 그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계영화사의 첫 페이지에 나오는 최초의 영화라고 기록되고 있는 것은 <시오타역에 도착하는 기차>라는 짧은 영화다.

 
뤼미에르 형제에 의해 개발된 카메라에 의해 찍혀서 프랑스 파리의 한 카페에서 1895년에 상영된 이 영화는 기차역에 기차가 들어오고 기차에서 승객이 내리는 장면을 담은 1분짜리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은 스크린을 뚫고 기차가 극장에 들어올 것 같은 충격에 객석에서 일어나 뒤로 물러나는 반응을 보였다.

 

체험의 놀라움으로 회귀하다
 

영화의 시작은 리얼한 세계를 시각적으로 체험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시각 경험의 충격은 그렇게 오래 가지 않았다. 몇 번 경험하고 나면 그것이 필름이 돌아가는 빛과 그림자의 환영이 만들어낸 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시큰둥해진다.

 
그러자 스크린은 점점 커지고 종횡비는 옆으로 길어져 파노라마 촬영이 가능해지고, 점점 더 컷은 짧아지고 카메라는 공중을 날아다녔다. 시각체험의 장은 현실을 체험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망막과 뇌세포 사이의 신경을 더욱 자극하기 위한 고안으로 변화되기 시작한다.

 

영화의 역사, 그 시작은 현실 그 자체에 대한 재현을 통한 경험으로 인간이 대자연과 세계를 체험하는 방식이다. 그 이전의 회화와 조각, 음악, 텍스트와는 전혀 다른 도구인 기계적인 카메라를 통한 새로운 눈의 경험이었다. 그러나 이제 현실이 도구가 되고 재현된 영화가 목적이 되어버렸다. 스크린 위에 보이는 것이 현실이 되었고, 그 지시 대상인 현실 그 자체는 사라져버렸다.

 
영화 <그래비티>는 시각적인 충격을 주기 위해 지난 100년간 발전해 온 영화의 현란한 편집기술을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1960년대 다이렉트 시네마, 캔디드(Candid) 카메라라 불렸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인간이 우주라는 공간에서 체험하는 감각을 그대로 느끼게 하기 위해서 편집은 최소화시키고 긴 호흡으로 무중력 공간으로 관객을 안내한다.

 
영화 <그래비티>가 새롭게 보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초창기 영화의 시각체험으로 돌아가려하기 때문이 아닐까? 3D영화의 기술 발전은 단지 그 체험을 하기 위한 도구의 변화일 뿐이다. 이 영화가 새로운 것은 인간이 세계를 체험하는 감각, 그 공포의 근원에 대해 탐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강준상 영상노동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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