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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이 영화의 생존 방식

봉준호표 영화 공식 벗어난 이단아

등록일 2013년09월10일 16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개봉 19일 만에 관객 800만을 넘기고 천만 관객 동원이 예상되는 영화. 한국에서 투자 제작 배급된 한국영화이면서 세계 167개국에 이미 팔린 할리우드 영화 같은 영화. 장편 영화 네 편을 만들었을 뿐이면서 이미 한국 영화계의 거장이 된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인정받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 술자리에서 술안주로도 이야기되지만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뜨겁고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되지만 정치권에서도 회자되는 영화

<설국열차>에 대해 오가는 무수한 이야기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는 사라졌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야기들은 많지만 의외로 내용은 단순하다. 평론가 기자들뿐 아니라 블로그와 SNS의 수많은 관객들의 글도 거의 비슷하다. 영화를 본 사람들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풍문으로 다 알만한 내용들 즉 계급대립에 대한 개념과 구도로 읽는다. 심지어 무한도전과 런닝맨에서 패러디되는 계급대립 구도와 평론가들이 복잡하게 접근하는 <설국열차>의 분석과 비평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의 의미와 다양성이 개념으로 환원될 때 그 영화의 존재 의미는 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영화 <설국열차>는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고 계속 관객들이 보고 있으며 담론을 생산하고 있다. 이상하다. <설국열차>의 힘은 무엇일까?
 
봉준호 감독의 전작들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그리고 <마더>는 항상 수수께끼 같은 퍼즐을 정확하게 풀지 않고 의문을 남겨두는 영화들이었고 그게 매혹적이었다. 그런데 <설국열차>는 의미가 너무 명확하다.


열차 꼬리 칸의 억압받는 민중이 최고 권력인 열차의 회장 윌포드가 있는 엔진 칸까지 선형적으로 차례대로 이동해 갈 수밖에 없는 플롯의 전개 과정이 그렇다. 뿐만 아니라 꼬리 칸의 정신적 지주였던 길리엄이 사실은 회장 윌포드와 친구이고 저항운동도 함께 계획한 것이라는 반전도 설명되고 열차 보안 시스템 설계자인 남궁민수가 저항운동을 도운 것은 약물중독 때문이 아니라 열차를 폭파해 설국열차라는 시스템 외부로 나아가기 위한 것이란 것도 설명된다.


이것 좀 이상하다. 봉준호스럽지 않다. 봉준호 감독이 변한 걸까 아니면 해외개봉을 염두에 둔 상업적 선택인가. 혹은 한국의 지정학적 장소를 벗어난 무국적 영화로의 변화 때문인가.

 

 

영화의 생명력은 관객 기대와의 줄다리기 게임
매끈한 개념으로 설명되는 영화 <설국열차>에서 균열이 발생하는 지점은 바로 그것이 개념으로 설명된다는 점이다. 그의 전작들을 잘 아는 관객들의 기대심리는 <설국열차>를 보며 어떤 방식으로든 작동하게 되는데 그 기대심을 배반하고 깨뜨리는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남궁민수(송강호)의 캐릭터다. 남궁민수는 영화 속 캐릭터지만 한국 관객들에게는 배우 송강호, 그리고 괴물에서도 고아성의 아빠로 나왔던 그 송강호로 이해되는데, <설국열차>에서의 송강호는 의뭉스럽다. 
 
크로놀이라는 화학물질에 중독되어있는데 그 화학물질을 얻기 위해서 열차를 이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문만 열어주고는 구석에서 딸과 함께 웅크리고 짐승처럼 크로놀에 취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가서는 사실 열차라는 시스템 밖으로 나가는 문을 폭파해 이미 얼음이 녹기 시작한 세계로 진입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스스로 말한다.

 

이건 관객들이 송강호에게 기대하는 캐릭터와 전혀 다르다. 혹 그는 그냥 마약중독자가 아닐까? 얼음이 녹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것도 환각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관객의 기대심리와 만나는 자리에서 영화 <설국열차>는 균열이 발생한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세계에 배급되는 영화로서의 무국적성과 할리우드 영화적인 상업성과 만나는 과정 속에서 변형되고 있는데, 그는 그 안에서 한국 관객들과 심리적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준상 영상노동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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