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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숲>새로운 삶을 노래하는 합창

각박한 서울 도심에 펼쳐진 공동체의 희망과 투쟁

등록일 2013년06월03일 16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자전거 위에 카메라를 고정하고 찍은 장면인 듯하다. 자전거가 서울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엇비슷한 골목을 누비고 다니며 동네 사람들을 촬영한다. 다큐멘터리 영화 <춤추는 숲>의 첫 번째 장면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카메라를 본 주민들이 모두 반갑게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며, 환하게 웃고 심지어 농을 친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말이다. 그래서 마치 이 장면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극영화의 도입부라는 느낌을 준다. 현실 공간이 아니라 오픈 세트이고, 인사하는 사람들은 배우가 아닐까? 하지만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 영화고, 실재하는 장소이며, 등장인물들은 생활인이다. 서울 하늘 아래에 저런 곳이 있었던가? 동네 사람들이 서로 저렇게 친밀하게 인사하고 서로 안부를 묻고 친구, 가족 같은! 그래서 이 평범한 장면이 한없이 낯설게 느껴지고 동화 같다는 느낌을 준다. 어쩌면 당연할 수 있는 동네 풍경이 낯설게 느껴지는 이유다. 영화 <춤추는 숲>의 도입부는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기록될 것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함께 쓰는 삶의 기록!

영화 <춤추는 숲>은 1994년 마포구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 등에 거주하는 주민들 일부가 공동 육아로 시작해, 대안학교, 문화공동체, 생활협동조합 등을 하면서 시작한 도시공동체인 성미산 마을에 대한 다큐멘터리다. 그리고 그 다큐멘터리는 외부에서 찍은 것이 아니라 2001년부터 그 마을 주민으로 함께 살아오고 있는 부부인 강석필, 홍형숙 감독이 찍은 영화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찍은 영화가 아니라 마을사람들 모두가 함께 찍은 영화라 말한다. 그리고 그 말은 그런 체 하는 수사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말이란 걸 영화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춤추는 숲>은 영화를 넘어 함께 하는 삶의 기록이다. 성미산 마을 주민들이 자신들 삶의 현실과 미래, 투쟁과 희망을 써내려간 기록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한국에서 서울이란 도시공간에서 살면서 공동체란 무엇이고, 새로운 삶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함께 대화하고자 한다.

 

좋은 말로 할 때 냅둬유
숲과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동체의 소소한 일상을 기록하다가 갑자기 변화를 맞이한다. 홍익재단이 성미산 남사면을 깎아 학교를 설립하려 하고, 오세훈 시장이 생태공원을 조성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인가를 내준다. 그리고 포클레인이 들어온다. 이때부터 영화는 마을사람들의 처절한 투쟁기가 된다. 그들은 천막을 치고 주민들이 돌아가면서 산을 지키고, 나무 하나하나에 한 사람씩 매달려 자르지 못하게 막고, 포클레인 위로 위태롭게 올라간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조금씩 나무는 잘려나가고 산은 깎인다. 그들은 마을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창을 기획한다. 합창단에는 마을사람들뿐만 아니라 외부사람들도 모여든다. 100명의 그들은 나무가 된다. 숲의 나무들이 노래 부른다. 비틀즈의 Let It Be를 개사한 냅둬유. 10살 아이들부터 60대 노인까지 모여 함께 부르는 냅둬유의 합창에 눈물 흘린다.

 

<춤추는 숲>을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고 토론하고 현재와 미래의 우리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길 기대해본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해본다. 냅둬유란 노래는 감동적이긴 하나, 과연 우린 냅둬유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냅둬유로 설득할 수 있는 현실인가? 신자유주의시대, 돈이 행복이고 지상 최대의 가치가 된 지금, 자연과 함께 하는 생태적 공동체의 삶을 살겠으니 제발 냅둬유라고 한다고 과연 내버려둬질 수 있을까? 이 영화를 통해 아이건 어른이건 가난하건 부유하건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모여 새로운 삶을 기획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강준상 영상노동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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