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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의 호텔리어, 더케이호텔 노동자의 소박한 꿈

“내 일터를 지켜달라, 일한 만큼 보상해달라”

등록일 2019년04월04일 14시1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구자룡 한국노총 조직본부 부장

 

“The-K가족 한국교직원공제회”

 

여의도 한복판에 위치한 한국교직원공제회(이하 공제회)는 ‘가족’을 캐치프레이즈로 하여 전국 79만 명의 회원과 약 33조 원의 자산을 보유한 국내 굴지의 기업이다. 여의도 본부를 비롯하여 전국 18개 지부를 운영하고 있으며 산하에 호텔, 보험 및 상조 등 총 8개의 사업체를 두고 활발한 수익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지난해 3월에는 여의도에 지하 5층, 지상 27층 규모의 새 공제회관, 더케이타워를 개관했다. 초역세권에 위치한 더케이타워는 개관 전 이미 임대가 완료되는 등 공제회의 안정적인 수익사업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 받는다.
 

더케이호텔서울은 공제회에서 직접 운영하는 양재동 소재 4성급 호텔이다. 공제회는 1991년 ‘서울교육문화회관’이라는 명칭으로 호텔사업을 시작했고, 2012년 현재의 브랜드명으로 변경하여 전국에 다섯 개의 더케이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호텔사업의 경우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79만 명의 공제회원들을 통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이용수요를 확보하고 있다. 특히 더케이호텔서울의 경우 편리한 교통과 강남이라는 입지조건, 그리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용요금 등으로 공제회에 매년 흑자를 거양하는 알짜배기 사업장이다.

 

“재건축 공사계획, 네 차례의 무책임한 영업기한 통보”

 

더케이호텔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2017년 9월부터였다. 공제회 측은 재건축계획에 따라 2018년 12월, 호텔의 모든 영업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1년 하고도 3개월이 남은 시점이었다. 이에 따라 호텔은 2018년 12월 이후의 모든 예약업무를 중단했다.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에 예약되어 진행되던 수도권 주요기관의 대규모 연회 행사들은 눈앞에서 다른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로 넘어갔다. 2019년 1월에 예정된 대규모행사 예약문의에도 12월 말일로 영업이 종료되어 예약이 어렵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호텔이 문을 닫는다니 어쩔 도리가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2018년 4월, 갑자기 공제회 측은 영업기한을 6개월 다시 연장해 2019년 6월에 영업을 종료한다고 2차 통보했다. 재건축계획의 통과가 지연되고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제회 측의 무차별적인 계획 변경은 이것이 시작이었다. 1차로 6개월 연장된 영업종료 계획은 금세 또 6개월 연장되어 2019년 12월로 변경되었고, 또 다시 1년 연장되어 2020년 12월로 영업종료 계획이 변경되었다. 네 차례에 걸쳐 6개월과 1년 단위로 영업 종료 일자를 마구 변경하여 연장해댄 결과 최초 2018년 12월 영업종료계획은 현재 2020년 12월로, 2년이나 연장되어 예정‧진행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2년의 기간이 허송세월로 지나갔다. 그 2년 동안 더케이호텔은 호텔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전 예약 업무를 정상적으로 수행하지 못했다. 호텔 영업의 막대한 차질은 재건축 계획 변경에 따른 불가피한 일이 되었다. 
 

무분별한 영업기한 변경으로 인한 예약매출 손실은 2018년도 약 19억 원, 2019년도 약 40억 원에 달했다. 호텔 내 임대계약자에게까지 계약에 따른 손실액을 보전해줘야 하는 등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도 공제회는 수억에 달하는 임차료를 어김없이 꼬박꼬박 챙겨갔다. 개관이래 약 1,500억 원에 달하는 임차료를 공제회는 ‘공제’해갔다. 호텔이 돈을 벌든 못 벌든 하등 관계없이 떼어가는 소위 ‘원천징수’ 형태이다. 호텔은 그냥 공제회가 시키는 대로 하고 달라는 대로 주면 그 뿐인 것이었다.

 


 

“95년 총파업, 24년 만에 거리로 나선 호텔리어”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공제회는 영업기한은 계속 고무줄 늘리고 줄이듯 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영업종료 후 더케이호텔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 문 닫으니 알아서 나가라는 식이었다. 임금협상에서도 사측은 호텔 재정상황이 어려우니 지난 3년과 마찬가지로 임금동결을 주장했다. 우리를 가족이라고 생각하는 줄 알았던 공제회는 호텔 노동자들의 문제는 호텔 측과 이야기하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다. 어려운 재정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오버타임을 자진해서 축소하고 호텔영업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의 절감을 위해 노력한 더케이호텔 노동자들의 헌신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그러는 와중에 공제회는 연봉 2억3천의 상임감사를 공채했다. 더케이호텔 전체노동자의 임금 2% 인상액과 맞먹는 액수였다. 사측은 아홉 차례의 임금 협상과 중앙노동위원회의 3차 조정의 결과로 못 이기는 척 1억 남짓의 예산이 소요되는 1.2% 임금 인상에 합의했다. 비상임으로 운영해도 될 감사는 거액을 들여 거리낌 없이 상임으로 채용하고 노동자들의 임금은 1% 인상에도 인색했다. 어려운 재정상황은 온전히 노동자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여의도 더케이타워 앞에서 더케이호텔노동조합 이성원 위원장이 절규했다. “30년을 근무했는데 제 연봉이 5천만 원입니다” 저임금 호텔 노동자로 30년 가까이를 버티며 살았다. 서울교육문화회관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될지는 몰랐다. 성실히 일하고 동료들과 사이좋게 지내면 조금씩 나아지겠지 하고 짧지 않은 시간을 더케이호텔과 함께 보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닥쳐 온 현실 앞에서 유명무실한 노동조합을 바라보며 이건 아니라는 생각에 다시 사람들을 모았다. 관리‧홍보부, 마케팅부, 객실부, 식음료부, 조리부를 돌아다니며 조합원을 규합했다. 저 멀리 설악에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인 100여 명의 동지들과 함께 24년 만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어색한 구호와 몸짓, 노동가요였지만 이렇게 모여 우리의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다. 

 

“진짜 가족이 되는 싸움, 더케이호텔 노동자의 소박한 꿈”

 

더케이호텔노조의 주장은 간단하다. 아니, 간단하다 못해 소박하다. 노동자로서 내 일터를 지켜달라는 것, 그리고 일한 만큼 최소한의 보상을 해달라는 것이다. 공제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액연봉을 바라보며 느끼는 상실감이 단순히 맹목적으로 처우를 동일하게 해달라는 요구로 비춰질까 우려스럽다. 호텔이라는 거대한 사업장이 일개 부서의 하청으로 취급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이며, 호텔이 스스로 경영의 자율성을 가지고 진정 교직원공제회원을 위한 복지시설로서 운영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국교직원공제회는 노동조합을 비롯한 구성원 모두에게 재건축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함께 궁리해야 한다. 더케이호텔의 비전은 공제회의 사업부서 몇 몇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정규직 전환을 꿈꾸며 꼭두새벽부터 출근하여 일하는 계약직 노동자들의 눈빛과, 평생을 내 일터로 세세한 것 하나하나 가꾸고 보살펴온 장기근속 숙련 노동자들의 노련함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노동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더케이호텔의 미래를 함께 그려야한다. 그것이 바로 공제회와 호텔을 모두 살리는 길이며 한국교직원공제회 전국 79만 명의 회원들이 바라는 ‘The-K 가족’ 경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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