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역사를 만드는 일도, 때맞춰 역사를 기념하는 것도 일하는 사람의 손과 발에서 비롯된다. 1910년대, 일제의 폭압적 수탈에 맞서 노동자들은 차별대우와 장시간 노동, 저임금 등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다. 항일운동의 중요한 축이었다. 31운동으로 번졌다. 나라의 기틀을 세운 날로 삼았다. 100주년이라고 광장엔 기념식 준비가 한창이다. 노동자들이 철골조를 타고 무대를 쌓고, 줄에 매달려 정부청사 외벽에 대형 태극기를 내건다. 보기에 위태로웠지만, 손발이 척척 맞아 바람에 구겨진 태극기를 반듯하게 편다. 밥벌이 노동은 자주 위험을 감수한다. 일감이 있어 다행이라 여긴다. 마침 국제노동기구 창립이 100주년이라니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노조할 권리 등 오래된, 그러나 여전한 구호를 돌아보기에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