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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고

등록일 2019년01월10일 09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전입신고를 마치고 돌아가던 길, 전봇대에 붙은 전단 속 문구에 허탈했다. 일해서 모아봤자 집값이 더 올라요. 맞는 말이었다. 아이 학교 보내고 살 곳을 찾았는데 분수에 맞추려니 좁았다. 여러 번 이사 다니느라 망가진 가구와 온갖 살림살이를 많이도 버렸다. 집값 오를 것이란 기대도 같이 비웠다. 누구네 집이 얼마가 올랐느니 하는 얘기 말고도 나눌 말이 많은 이웃이 생긴 것으로 위안 삼았다. ’지옥고’란 말이 돈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에서 한 글자씩을 땄다. 주거빈곤가구의 고충을 표현한 조어다. 15만 명이 고시원에서 지낸다고 국토교통부는 지난 주거실태 조사에서 밝혔다. 평균 연령은 34.6세, 평균 월 소득은 180만원이었다. 청년의 한숨이 깊다. 결혼과 출산을 꺼린다. 일해서 모아봤자라는 데 별수 있나. 지난 촛불집회 신조어 중 하나가 ‘헬조선’이었다. 지금 그들은 ‘지옥고’에 살며 높은 실업률 속을 헤맨다. 비정규직 차별을 감수한다. 위험을 떠안는다. 종종 일터에서 죽어간다. 스프링클러 없는 고시원에서 유독가스를 마신다. 집 한 채 정도 물려받지 못한 흙수저는 눈에 흙이 들어가도록 은행 빚을 갚는다. 모아봤자 집값이 더 오르니 무리한 빚을 낸다. 열심히만 일하면 집 한 채 마련한다는 환상은 아프게 깨졌다. 과장하기 마련인 부동산 전단 문구에 틀린 구석이라곤 없으니 더욱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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