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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더 많은 ‘연구결과’가 필요하다 

등록일 2018년04월23일 10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우리는 더 많은 ‘연구결과’가 필요하다 

 

직업의 세계는 실로 다양하다. 한국에만 1만 1,655개의 직업이 있다고 한다. 이 자료도 2011년 기준이다. 매일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고 없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직업 수는 가늠하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ICT 부문은 변화가 빠른 만큼 이 순간도 다양한 직업이 생겨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 말이다. 노동이 없는 직업은 없다. 우리가 직업이라고 말하는 모든 것은 노동의 과정이 녹아든 결정체가 아닐까 싶다. 그만큼 한 직업을 잘 아는 것은 그 직업의 노동을 잘 아는 것이 아닐까.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이야기를 한 이유는 직업군의 실태를 조사하고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다. 좀 더 세밀하게 얘기하면 노동을 연구하는 전문가, 연구원, 직업환경의학과 의사, 학자에게 말이다.
 


 

이달 조종사와 승무원의 실태를 총 20꼭지(기사 수)에 걸쳐 집중보도 했다. 불규칙한 스케줄 근무, 장시간 비행으로 조종사와 승무원의 건강이 우려된다는 게 기사의 골자다. 14시간 동안 로스앤젤레스(LA)에 도착한 뒤, 시차 적응도 안 된 컨디션으로 억지로 잠에 든다. 그리고 피곤한 상태로 항공기를 끌고 국내로 돌아온다. 1박3일의 일정이다. 항공사고는 대형 참사를 일으키는 만큼 조종사와 승무원의 피로 관리가 중요하다. 그런데 국내 항공법은 조종사와 승무원의 노동시간을 느슨하게 제한하고 있다. 허술한 노동시간 규제와 폭증하는 승객 그리고 부족한 인력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항공기 종사자를 피로하게 한 원인이 됐다. 
 

이를 보도하게 된 계기는 300페이지 분량의 보고서였다. ‘한국형 피로관리시스템 구축방안 연구’ 보고서는 조종사의 피로 실태, 구조적 문제, 주요국의 사례를 담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주해, 이강준 교통안전공단 연구위원이 연구를 총괄했다. 우연하게 입수한 보고서에는 조종사의 피로 실태에 대한 과학적이고 자세한 연구결과가 담겨 있었다. 조종사 2명 중 1명꼴로 수면무호흡증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주, 유럽 장거리 노선을 운항하는 조종사들은 잠을 적게 잤고, 반응속도도 느렸다. 연구는 수면다윈검사, 수면각성 측정장치를 통해 진행됐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조종사의 만성피로가 자칫 항공사고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보고서였다.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조종사와 승무원을 취재해 한 달 동안 집중해 보도했다.
 

다른 매체에서 많은 관심을 갖진 않은 터라 외로운 보도로 끝났다. 그럼에도 당사자인 조종사와 승무원의 관심은 높았고, 업계에서도 관심이 컸다. 이번 기사를 쓰면서 노동을 연구하는 전문가, 학자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연구가 없었다면 기사는 ‘조종사와 승무원의 과로’ 정도로 끝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선행 연구가 있었기 때문 근거 없는 기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단언컨대 직업의 세계는 실로 다양하다. 노동자들은 다양한 문제를 겪고 있다. 산업재해 사고를 당하고, 유해물질에 노출돼 직업병에 걸리고, 하청업체라는 이유로 임금을 떼이고 있다. 이런 문제들은 많이 알려졌고, 일반적이다. 직업의 세계가 다양해지는 것처럼 특정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각자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 실태를 조사하고, 문제점을 알리고 개선하는 중요한 역할을 노조, 연구원 등이 하고 있다. 
 

지난 1월 한국노동연구원이 여성·노동부문 싱크탱크 중 1위를 차지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3위,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이 9위를 기록했다. 무려 100개 싱크탱크 중에서 ‘톱 텐’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별개로 앞으로도 심층적인 연구들이 이어질 수 있게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노동정책 하나로 다양한 노사갈등이 발생한다. 굳이 예를 들지 않아도, 박근혜 정부 때 양대 지침이 개별 사업장에 초래한 사태만 봐도 알 수 있다. 또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산재사망률과 자살률이 부동의 1위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 함께 연구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노동 분야의 심층적인 연구들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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