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선전본부
한국사회는 경기침체와 기업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고용유연화로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노동시장 양극화는 나날이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방침은 매우 의미가 크다. 공공부문부터 상시·지속적 업무의 정규직 고용원칙과 비정규직 축소를 통해 민간부문을 견인하겠다는 것은 매우 진일보한 정책이다. 그러나 정규직 전환과정에서 이해당사자 배제, 정규직 대상자 선정 기준 및 예외사유 문제, 임금수준 및 체계 등 정책의 실효성에 많은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한국노총은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과 공동으로 ‘공공고용공단 설립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토론회’를 9월 12일(수)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하여 정규직 직접고용 원칙을 확고히 함과 동시에 직접고용에서 배제될 수도 있는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대안적 모델인 ‘공공고용공단’ 설립을 모색했다. 기관지 한국노총 10월호에서는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공공고용공단 설립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최선의 대안이 아닌 차선적 선택
발제에 나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은 공공부문 지역 ‘공공고용공단’ 설립 필요성에 대해 “공공부문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전환방식으로 해당기관의 직접고용을 1차적으로 하되, 업무 특성이나 미전환 대상을 고려하여 2차적으로 고용안정과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실현할 수 있는 공공고용모델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공공고용공단은 주요 지역·권역에 ‘공공고용공단’을 설립하여 기존 공공부문, 준공공부문, 민간부문(아파트 경비, 대학 등)의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방식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의 비정규직 사용 실태는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2017년 기준 공공부문 저임금 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60.7%를 차지하고, 평균 시간당 임금은 6,699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종진 부소장은 공공부문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화에 대해 우려도 표했다. 그는 “고용안정성, 임금불평등, 교육훈련, 노동시간과 작업안전 등 거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직접고용이 경제적 문제 일부를 제외하고는 긍정적 효과가 더 많다”면서 “현재의 공공고용공단 설립 혹은 시설관리공단 확대개편은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의 최선의 대안이 아닌 차선적 선택”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김 부소장은 공공고용공단 설립 시 검토사항으로 ▲상시지속 업무의 고용안정성 목적 ▲공단 대상 업무(공공기관과 지자체 민간위탁 및 파견용역, 정부 재정지원·출연·보조금을 받고 있는 사업체) ▲공단의 규모와 업무, 인력, 사업비 기준(기존 지자체 시설관리공단과 비교 검토) 등을 제시했다.
공공고용공단 설립으로 고용 안정성과 처우개선 동시 추진
이어진 토론에서 조양석 공공노련 정책실장은 “현재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은 부진정 정규직 전환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중앙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정책의지와 지원은 현저히 부족한 상태이고, 지자체를 견인하기 위한 정책수단도 결여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직접고용과 자회사 설립의 중간지대로서 청소, 경비, 시설 등 10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 다수 직종을 우선 대상으로 지역별 공공고용공단을 설립해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 안정성과 처우개선을 동시에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공공고용공단의 업무가 시설관리공단과 완전히 분리되지 않기 때문에 기존 지자체의 시설관리공단을 어떻게 계승하고 확대·재편할지가 중요한 이슈”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고용공단이 성공하기 위해선 지자체만의 사업이 아니라 지역 내 공공기관의 업무를 모두 포괄하는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지역 내 공기업, 출연·출자 공공기관을 모두 포괄해야 기존 지자체 산하의 시설관리공단과 차별성이 있을 것이며, 업무 영역도 청소, 경비 등으로 협소하게 국한하지 말고 다양한 업무 영역을 포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공공고용공단 설립안 공론화 필요
주진우 서울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은 “대부분의 기관에서 인력관리의 어려움과 내부 정규직과의 갈등, 인건비 부담 등의 사유로 자회사 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모·자회사 노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가칭)노사공동운영협의회 등을 설치하여 자회사 노동자의 노동조건 개선을 협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고용공단은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마련을 위한 직무·숙련에 기초한 청소·경비 업종의 통일된 임금체계 마련에 기여할 것”이라며 “현행 지방공기업법상 지방공단을 설립할 수 있는 직무(제2조상)에는 청소, 경비, 시설관리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법적인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공공고용공단 설립안을 보다 구체화하여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류경희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자회사가 기존의 용역 회사와 동일한 형태라면 바람직하지 않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다”며 “부득이하게 규모의 경제, 관리상의 문제 등으로 자회사를 설립했다면 그 자회사는 용영 회사와 달리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조직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에서 공공고용공단과 관련해 불법파견일 수도 있다는 문제제기가 있지만, 정규직 전환을 위한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공공고용공단 설립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와 함께 공감대 형성에 대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이원보 노사발전재단 대표이사장을 좌장으로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부소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조양석 공공노련 정책실장, 정흥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주진우 서울연구원 초빙선임연구위원, 류경희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이 토론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