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26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상당히 많은 법안을 처리했고 10월 22일 정부는 이를 공포했다. 특히 이번 통과된 법 중에서 언론에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끌었던 저출생이라는 키워드, 즉 가족정책과 관련된 법안이다. 9월 국회를 통과한 가족 정책의 내용을 살펴보고 어떤 과제들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한다.
각종 휴직 및 휴가제도의 확대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각종 휴직 및 휴가제도를 더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의 기간이 대폭 확대됐다. 배우자 출산휴가의 경우 기존 10일에서 20일로 2배 확대되어 4주간의 휴가가 가능해졌다. 또한, 기존에는 출산 후 90일 이내에 사용할 수 있었던 청구 기간을 120일까지 확대했다.
육아휴직의 경우 총기간이 기존 1년에서 1년 6개월까지 늘어난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다만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만 연장할 수 있는 것으로 ①부모가 각각 3개월 이상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이거나 ②한부모 또는 중증장애아동의 부모인 경우로 한정됐다. 또한, 육아휴직을 3회로 나누어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연년생으로 두 아이를 가진 맞벌이 부부의 경우를 가정해보자. 엄마가 첫째와 둘째 아이를 각각 출산하면서부터 아빠는 두 아이 모두에 대해 4주간의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할 권리를 가진다.
가장 밤낮없이 돌봐야 하는 시기가 보통 100일 이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출산 후 120일 이내 4주의 휴가를 통해 아이를 충분히 돌볼 수 있다. 또한, 통상적으로 엄마의 경우 아이가 어릴 때 육아휴직을 많이 사용하므로 아빠가 아이가 아주 어릴 시기 3개월만 육아휴직을 썼다면 이후 더 늘어난 기간을 활용할 여지가 생긴다.
특히 초등학교 입학 시기는 부모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데, 이 경우 아빠가 연장된 육아 휴직기간을 활용해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하도록 많은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이 외에도 난임 치료휴가의 경우 기존에는 총 3일 사용할 수 있었고 이 중 1일만 유급이 보장되었던 부분이 총 6일로 확대됐고 이 중 2일이 유급으로 보장된다.
고용보험 관련 우선 지원 대상기업으로 선정된 사업장의 경우, 고용보험기금에서 급여를 지원하도록 하여 해당 기업이 더욱 원활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출산휴가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 입원하는 등 미숙아를 출산한 경우 90일이 아닌 100일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임신기 혹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유산 혹은 조산의 위험이 있는 여성 노동자의 모성보호를 위해, 그리고 부모의 돌봄이 여전히 필요한 시기의 아동이 있는 노동자의 돌봄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활용될 필요가 있는 제도가 바로 근로시간 단축에 관한 부분이다.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임신 12주 이내이거나 36주 이상일 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출산을 임박한 기간에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32주 이상으로 확대했다. 이는 특히 고령 산모가 많아지고 환경변화 등으로 조산하는 산모가 많아져 개인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이 개선됐다. 자녀 요건의 경우 기존 8세에서 12세까지 확대함으로써 사용할 수 있는 대상 기간이 늘어났고, 최소 사용기간이 3개월에서 1개월로 줄어들어 방학 등 단기적으로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경우에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임신기 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연차산정에 대한 일종의 패널티 부분도 개선됐다. 연차 유급 휴가 일수를 산정할 때 육아휴직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출근한 것으로 산정하여 문제가 없었으나, 임신기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은 근로시간에 비례하여 연차가 계산되어 실질적으로는 과소하게 연차가 산정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법 개정으로 단축된 근로시간에 맞추어 연차산정도 정상화했다는 의미가 있다.
여전히 아쉬운 점들은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물론 아쉬운 점들은 많다. 법을 개정하는 것이기에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겠지만, 다른 부분들도 이왕에 함께 변화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에서 오는 아쉬움이다. 먼저 육아휴직 기간이 늘어난 것은 일부 긍정적 요소가 있지만, 급여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한계가 있다.
11월 19일까지 입법 예고중인 남녀고용평등법 및 고용보험법 시행령 등 일부개정령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급여 수준이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자녀 생후 18개월 내 부모가 모두 육아휴직을 사영한 경우 첫 6개월 동안 급여를 확대하여 지급하는데, 첫 3개월은 월 최대 250만 원, 이후 3개월은 200만 원, 나머지 기간에는 160만 원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대상은 다소 적다고 할 수 있다. 부모가 모두 같이 아이가 어릴 때 육아휴직을 반드시 6개월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은, 실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부모의 경우 그만큼 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남성의 경우 육아휴직사용률이 여전히 미진하다. 실질적으로 중소기업 등 인력이 대체로 부족한 곳의 경우, 대기업의 경우 일터문화 자체가 가족친화적이지 않은 경우 등을 고려해본다면 부모가 육아휴직 사용하기에 여전히 부담스럽다.
따라서 이번 법 개정에서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대상자가 늘어날 수 있게 남성의 육아휴직을 확대하는 조치들, 다소간의 개선안이 병행되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에는 다수의 사업장에서 실제 사용주가 허용하지 않는 경우를 고려했어야 했다. 어쩌면 이번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에는 다수의 공공기관에 한정된, 그리고 노동조합의 강력한 요구로 가족친화적 기업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된 민간기업 이외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번 법개정사항과는 별개로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과 관련된 실질적 사용률을 높일 행정조치를 수반할 필요가 있다. 가령 남녀고용평등법 제6조의3에 의거해 매년 표본조사 형태로 진행되는 실태조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시행규칙에는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정하는 사항에 대하여 추가조사가 가능하다고 되어있으므로 위와 같은 사안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보다 구체적 실태조사를 장관이 직접 명령하는 것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 외에도 가족 돌봄 등을 사유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경우에 대한 지원이라든가, 고용보험 내 모성보호 급여분에 대한 정부의 재정 책임 강화, 그리고 근본적으로는 아동에 대한 직접지원이 전반적으로 제외되었다는 점 등은 국회가 아직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가, 국가가 우리 사회의 저출생 문제에 대응하여 개인들이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국회 내 여야의 적극적 협의가 필요하다.
우리 현장의 역할, 노동조합의 역할도 있다.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 기간 확대 등에 따라서 실제로는 남성들이 더 많이 활용할 여지가 생겼다.
제도가 아무리 좋아져도 문화가, 행동 양식이 바뀌지 않으면 현실은 더 나아질 수 없다. 남성이 육아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건들을 사업장에서, 산업현장에서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동조합이 앞으로 나서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사업장 컨설팅이나 제도 관련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더 나아가서는 제도개선과 관련된 현장의 요구를 내세우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내 업무뿐만 아니라 내 삶이, 내 가족의 삶이 개선되어야 우리 사업장, 우리 현장도 지켜질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