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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간 사용권에 대한 이해와 그 단축에 관한 단상

김기우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본부장

등록일 2024년09월05일 13시2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내 기억 속에 노동시간 단축에 관한 혁신이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1998년 유한킴벌리의 4조 2교대로의 전환과 2003년 9월 15일(2004년 7월 1일부터 단계적 시행) 법정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단축한 것 두 가지다.

 

전자의 경우는 개별 기업이 4일 근무, 4일 휴식(또는 3일 휴식과 1일 교육)의 형태로 교대 조를 운영함에 따라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휴식, 이를 통한 건강과 안전을 보장했기 때문이고, 후자의 경우는 법률에 근거해 장시간 노동으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위 두 사례 모두 노동자의 노동시간 이외의 시간 사용 결정권이 확장됐다.

 


▲ 지난 2월 29일 오전 9시 30분 국회 앞에서 열린 ‘주4일제 네트워크 출범 기자회견’

 

노동시간 단축으로 대변되는 노동운동의 역사

노동시간 단축은 임금인상과 함께 노동자들의 가장 큰 관심사였다. 노동자가 노동시간에 큰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생계유지와 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해 노동에 투여하는 시간 이외에 휴식, 여가, 소비,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루에 쓸 수 있는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그래서 노동운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거나 노동조합과 직․간접적으로 관련 있는 사람이라면 “노동운동의 역사는 노동시간 단축의 역사”라는 말을 종종 들을 수 있었고, 이것이 노동운동의 역사를 대변하는 말이 됐다.

 

ILO 제1호 협약과 노동시간의 구분

통상 노동자는 노동을 제공하고 사용자는 그에 상응한 임금을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근로계약이 체결된다. 하지만 노동에 제공하는 시간을 무한히 요구할 순 없다.

 

ILO(국제노동기구)는 이미 1919년에 제1호 협약으로 회원국이 주 48시간의 노동시간을 준수하도록 했다(우리나라는 비준하지 않음. 다만 주 40시간을 정한 제47호 협약은 비준함). 이를 참고하여 많은 문명화된 사회의 국가들은 노동자 보호를 위해 법률로 노동시간의 한도를 정하였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도 주 40시간을 법정노동시간으로 정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뿐 아니라 기업 노사의 단체협약들을 보면, 노동시간은 법정노동시간과 그 외 초과노동시간으로 구분된다. 법정노동시간은 법률에서 정한 노동시간으로, 사용자가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통해 정할 수 있는 노동시간의 기본 한도를 의미한다.

 

초과노동시간의 사용과 노동자의 동의

그렇다고 법정노동시간을 넘어서는 노동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현실적일 수 없다. 왜냐하면 계절에 따라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수요를 충족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갑자기 시장의 수요가 급증하여 불가피하게 작업시간을 늘려야 하는 경우도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일정 정도의 초과노동시간은 허용될 필요가 있고, 우리나라 근로기준법도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 법정노동시간 외에 추가적인 노동의 사용에 투입 가능한 시간을 정하고 있다.

 

노동시간 사용 결정권의 구분

임금에 상응한 법률상 노동시간의 기본 한도가 법정노동시간이라면, 그 노동시간에 관한 사용권은 사용자가 가진다.

 

반면 계절적 요인이나 시장에서 갑자기 늘어난 주문이나 서비스의 충족을 위해 그 사업장에서 추가로 필요한 노동시간이 초과노동시간이라면, 이 시간을 정할 때는 노동자의 휴식, 건강과 안전, 출산 등 가족의 형성, 여가생활 등 개인이 누려야 할 원만한 일상생활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현행법에서도 사용자와 노동자의 합의를 전제로 이 시간을 정하도록 하였고, 그 한도를 주 12시간으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제한은 과거 사용자가 임의대로 노동을 늘려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만 했던 경험과 필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노동법의 탄생과 직결된다.

 

즉 사용자는 추가로 제공되는 초과노동시간을 사용하지만, 사업장에서 초과노동을 사용하려면 노동자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렇다면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한 초과노동시간 사용에 대한 결정권은 노동자가 가지는 게 타당하다.

 

노동시간 단축의 방식

그러면 앞으로도 노동시간 단축은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떠한 방식으로 해야 하는가. 노동조합의 경우, 어떠한 방식으로 노동시간 단축을 추진하는 게 조합원의 권익에 부합하는가 등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금 “주4일제 네트워크”(https://www.4daynet.co.kr/) 등을 중심으로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 논의가 한창이다. 이와 달리, 노동시간을 유연화하거나 단시간 또는 초단시간으로 쪼개서 노동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노동시간을 줄일 수도 있다. 후자의 방식은 주로 경영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이 방식에 따르면 노동자의 임금 총액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위 주4일제 논의에서도 임금보전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필요하다. 우리나라 제조업 사업장에서는 아직도 ‘시(간)급’을 토대로 임금 산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노동시간만의 단축은 현실에서 임금 저하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다. 제조업 노동조합에서 진행하고 있는 ‘월급제’ 논의를 면밀하게 검토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노동시간 단축의 시도로써 주4일제

종래 연세의료원과 세브란스병원 노조는 시범적으로 주4일-주32시간 근무 형태를 담은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한국노총 금융노조도 산별중앙교섭을 통해 주4일제를 요구하고 있다. 포스코와 포스코홀딩스 등에서는 격주 유급휴무 1일을 부여하되 근무일의 노동시간을 늘려 한 주는 44시간, 다른 한 주는 36시간 근무하도록 하는 4.5일 근무일의 과도기적 운영을 하고 있다. 또 재택근무를 활용하여 출근일을 줄이는 경우(예컨대, 보청기 업체인 히어닷컴)도 있다.

 

주4일제 또는 주4.5일제라고 불리는 노동시간 단축은 노동시간 총량을 줄이는 모습, 근무일만 줄이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고, 사업장 형편에 따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때 노동시간 단축은 노사 합의에 기초하여 또는 사용자 주도로 행해진다. 노동시간의 총량까지 줄일 때 노동자의 시간 사용권의 확장과 장시간 노동의 억제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노동조합의 사업 방향

과도기적 모습으로 분류할 수 있는 주4.5일제의 경우에, 총 노동시간을 줄이지 못하고 근무일만 줄이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최소한 줄어든 근무일로 인해 노동자의 시간 사용권은 조금 확대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러한 해석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와 줄어든 근무일만큼 1일 노동시간이 늘어난다면, 그 시간에 대한 사용권을 사용자에게 이양하는 절차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주4일제가 제도화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주4일제 또는 사업장 형편에 따라 다양한 방식들로 시도되고 있다. 다시 말해 노동조합은 노동자가 시간사용권을 더 확보하는 방향으로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그간 노동운동의 물줄기를 거스르지 않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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