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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확산 중인 저임금 원격 외주노동

김윤정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선임차장

등록일 2024년05월24일 09시1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최근 플랫폼 노동과 관련하여 화제가 된 기사 2개가 있다. 4월 13일 자 뉴욕타임즈와 4월 18일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에 나온 기사로 현재 뉴욕의 일부 레스토랑에서는 종업원을 두지 않고, 식당 입구에 설치된 모니터에서 ZOOM을 통해 필리핀 원격 종업원이 메뉴 추천부터 계산까지 모든 서비스를 화면을 통해 고객을 응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욕 퀸즈의 롱아일랜드 시티에 있는 한 치킨 가게 주문대에는 점원이 없는 대신에 옆에 있는 큰 화면에서 핸즈프리 이어폰을 낀 필리핀 종업원이 인사를 건네고, 메뉴를 추천해준다.

 

비록 뉴욕과 필리핀은 12시간이나 시차가 있고, 13,000km 이상 떨어져 있어 연결이 끊길 때도 있지만, 이용자의 후기를 보면 오프라인 직원보다 온라인 직원이 친절하게 주문을 받아준다고 한다. 심지어 키오스크를 갖춘 매장에서도 원격 종업원이 고용되어 있어, 고객이 팁을 줄 수 있는 옵션도 있다고 한다.

 

가상 계산원은 고객을 돕지 않을 때 음식 배달 주문을 조정하고, 전화를 받고, 레스토랑의 온라인 리뷰 페이지를 감독한다. 일명 가상 캐셔 플랫폼인 ‘해피캐셔’는 뉴욕뿐만 아니라 뉴저지 일부 매장까지 적용되어 필리핀 원격 노동자가 고객을 맞아주고 있다.

 


 

플랫폼 기반 초국적 원격노동 등장 배경

사업주가 해피캐셔를 사용하게 된 이유를 코로나19로 이후로 높아진 물가 및 최저임금, 한정된 구직 기회, 전쟁으로 인한 국제 노동시장의 변화 등 일손 부족을 타개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한다.

 

해피캐셔에 고용된 종업원들은 모두 필리핀에 거주하고, Zoom을 통해 소환된다. 뉴욕 현지 직원은 시간당 최저시급인 16달러를 지급해야 하는데, 원격노동자에게는 팁을 포함하여 3~5달러만 지급한다.

 

해피캐셔의 구인광고를 보면, 광고의 요구 사항에는 주말은 물론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0~40시간 순환 야간 근무가 포함된다. 동남아 구인사이트인 잡스트리트는 필리핀 계산원의 평균 월급 범위를 14,000~18,000페소로 보고 있는데, 채용 공고에 광고된 급여(월 기본 급여 17,920페소)는 필리핀의 일반적인 계산원 임금보다 약간 낮다.

 

해피캐셔 채용은 12개월 계약직이며 건강 보험과 같은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혜택은 없다. 그런데도 필리핀 노동자는 자국의 낮은 임금과 고용불안 때문에 야간 노동이 필수라는 단서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노동 조건을 택한다.

 

 

레스토랑 플랫폼 노동을 두고 최저임금 위반 비판이 일자, 뉴욕주 노동부 대변인은 뉴욕주의 최저임금법은 ‘지리적 한계 내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노동자’들에게만 적용된다며 원격 서비스 모델은 합법적이라고 답했다.

 

‘해피캐셔’ 모델 등 원격노동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현상을 두고, ‘고용시장 혁신’인지 ‘노동력 착취의 디스토피아’의 도래인지 논쟁이 일고 있다. 해피캐셔의 창립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해외 콜센터 모델을 가져와 소규모 사업장을 지원하고, 매장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싶었다고 한다.

 

무엇보다 효율적인 관리와 운영을 강조한다. 인력 아웃소싱은 필리핀의 주요 산업으로 자리 잡았으며, 인도에 이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다.

 

원격 근무를 선호하는 이유를 ▲높은 임금 ▲재택근무로 인한 통근 비용 절약 ▲워라벨 준수 ▲교대 근무가 가져올 유연성 획득 등을 꼽는다. 전문가들은 초국적 원격 근무가 가까운 미래에 전 세계 노동 인력을 재구성하는 주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초국적 원격 고용의 문제점

원격 고용과 플랫폼을 통한 아웃소싱이 개인에게 혜택이라는 주장을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필리핀에는 총 124개의 콜센터 업체가 있는데 고객사로 미국 및 유럽계 보험회사나 금융회사, 다국적기업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미국계 거대 콜센터 회사는 필리핀에 위탁 서비스 거점을 개설하고, 수천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콜센터 산업 중심지였던 인도가 지난 5년 동안 임금이 50% 상승했고, 훈련비용이 증가(인종차별과 학대를 예방하기 위해 인도 상담원들에게 억양 및 문화 교육 진행)하면서 거대자본이 필리핀 저임금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또한, 필리핀이 식민지 경험 등으로 서구 문화에 익숙한 점, 필리핀 정부가 수요 부응을 위해 IT 인력 육성 정책을 추진 한 점 등이 필리핀 콜센터 산업이 확대된 배경이다.

 

필리핀 정부는 콜센터산업 1위 국가를 위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를 탄압했다. 필리핀 콜센터 노동자는 낮은 임금, 고용불안, 점점 더 엄격해지는 모니터링과 작업량 증가, 안전하지 않은 작업 여건 등 열악한 노동 조건에 직면해 있다.

 

저임금으로 비용축소와 이윤 극대화만 추구하고 노동자의 건강 및 인종차별 문제 등 국가 내 노동권은 더욱 추락하고 있다. 원격 노동시장 역시, 필리핀 내 노동자에 대한 노동 착취를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원격 해외 아웃소싱은 더구나 진입 장벽마저 낮아 저임금과 야간 노동 착취 등 노동 환경을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

 

2023년 캐나다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퍼시’ 사례를 보자. 가상 계산원 서비스인 퍼시는 파키스탄이나 볼리비아, 니카라과의 원격 계산원을 토론토의 레스토랑인 ‘프레시이(Freshii)’ 전역에 투입했다.

 

‘토론토 스타’에 따르면 당시 계산원은 금전 등록기에 부착된 화면에서 주문을 받았다. 시간당 3.75캐나다달러로, 온타리오 최저임금인 12~16캐나다달러의 1/3에 불과했다. 최저임금 위반이라는 비판이 높아졌다.

 

물론 퍼시 측은 아웃소싱의 한 유형이라며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지불은 합법적이라고 주장했으나 캐나다 노동의회와 노동단체의 최저임금 위반이라는 비판으로 퍼시는 폐지됐다. 하지만 여전히 원격노동을 추진하며 적은 임금일지도 저성장 국가 노동자에게 좋은 임금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 최저임금 미만 저임금 고용 논란과 유사한 기시감이 드는 주장이다. 원격이라는 세련된 기술로 포장되었다고 해서 이면에 감춰둔 저임금 노동 착취가 감춰지지 않는다. 플랫폼 기업과 초국적 자본의 노동 착취에 대한 감시를 멈추지 말자. 착취당하는 전 세계 노동자의 연대와 단결은 필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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