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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의 오만함과 의제숙의단의 현명함

연금개혁 의제숙의단 워크숍 참석 후기

등록일 2024년04월09일 09시2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위원회는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에 앞서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의제숙의단 워크숍’을 진행했다. 노사뿐만 아니라 지역가입자, 수급자, 청년을 대표하여 34인의 이해관계자가 모인 자리에서 연금개혁과 관련된 구체적 대안이 도출되었다.

 

한국노총도 이에 참여하여 공적연금 확대와 관련된 입장을 강력히 피력했으며, 그 결과 노동·시민사회 진영에서 그동안 제시했던 정책대안들이 다수 포함될 수 있었다.

 


 

의제숙의단이 합의한 규칙에 의해 진행된 3일간의 워크숍

공론화위원회가 우리 사회 각계각층을 대변하기 위해 모인 의제숙의단에 요청한 사항은 바로 ‘시민대표단이 선택할 수 있는 안’을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4월에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될 시민대표단 모임에 참여하는 500인이 연금제도 전반에 대해 최대한 학습하고 지혜로운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 선택지를 만들고 그에 대한 제안배경을 설정하는 것을 의제숙의단이 맡게 된 것이다.

 

사실 윤석열 정부는 정부 자체적으로 만들어야 할 연금개혁안을 국회 연금개혁특위에 떠넘겼고, 연금특위는 민간자문위원회라는 전문가 집단에 역할을 떠넘긴 바 있다. 하지만 작년까지 구체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고 이를 결국 시민들의 집단지성에 떠넘기기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내키진 않았지만, 그대로 두면 분명히 연금개혁에 관한 충분한 정보전달이라든가 지나치게 재정 안정화 중심의 방안들만 개혁의 대안으로 구성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세대별· 성별 구성을 고려해 선발한 한국노총 대표 4인이 의제숙의단에 참가했다.

 

첫날부터 의제숙의단에 주어진 과제 중 하나는 바로 ‘규칙’이었다. 사람들이 모여 서로의 생각을 공유하고 토의하는 과정에서 어쩌면 ‘내용’보다 중요한 것은, 상호 의견을 존중해주고 합의에 도달하는 규칙을 만들어 보다 효율적·효과적인 대화를 만드는 것이다. 말 그대로 복수의 대안을 도출하는 과정이 워크숍이기 때문에, 공론화위원회에서는 전체가 합의할 수 있는 규칙을 의제숙의단 스스로가 합의하는 것을 강조했다.

 

의제숙의단이 설정한 규칙 중 가장 핵심은 ‘대안을 성사할 수 있는 기준’이었다. 참가자 중 노동계나 사용자단체 소속 위원은 상대적으로 타 대표들보다 내부적 의견일치가 상대적으로 쉽고, 활동경력 상 의견을 주도하는 능력이 우위에 있어 의제숙의단 전체의 의견이 지나치게 편향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보았다.

 

이에 의제별로 대안을 성사시키는데 구체적 기준을 부여하자는 의견의 일치가 있었다. 당시 합의된 것은 8인 이상이 동의하되, 5개 영역 대표 중 3개 이상의 대표들이 참여한 방식을 성안 기준으로 삼자는 것이었고, 이에 따라 7개 영역 의제를 같은 방식으로 논의했다.

 

7개 의제에 대해 결론을 내린 의제숙의단, 전문가의 오만함에 경고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의제숙의단은 ‘시민대표단이 선택할 수 있는 안’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따라서 현장에서는 입장이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 상호토론하는 것보다는, 입장이 유사한 사람들끼리 모여 토의를 통해 시민들이 개혁에 동의할 수 있는 대안과 설명자료를 구체적으로 작성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①소득대체율 및 보험료율 조정 ②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 조정 ③의무가입연령 및 수급개시연령 ④퇴직연금제도 개선 방안 ⑤국민연금과 직역연금의 형평성 제고 ⑥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방안 ⑦공적연금 세대간 형평성 개선 방안 등 총 7개의 의제는 매우 방대하나, 하나하나 뜯어보면 연금개혁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들이었다.

 

각 의제의 구체적 대안을 각자의 배경 지식과 학습자료를 바탕으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토의를 통해서 결론을 내리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했다.

 

연금특위가 출발한 2022년 이후 전문가들은 수십 차례 전체회의와 공청회 등 다양한 기회를 통해 정책대안을 고민했다. 그렇게 축적된 자료를 더 다듬고 구체적인 사실관계들과 함께 자료화해 의제숙의단에게 제공했다. 이 자료가 없었다면 의제숙의단은 아무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였을 것이라는 점에는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더불어 의제별로 전문가들은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의 예시를 만들어 보여주었고, 세부주제별 전문가가 2인씩 참여하여 의제에 대한 배경과 대안 방향을 설명하고 현장질의를 통해 부족한 정보를 보완하는 등 전문가들은 현장에서 직접 의제숙의단의 충분한 이해를 높여주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의제별로 결론이 나는 부분을 보면서 상당히 놀라는 눈치였다. 가령 예를 들어서 수급개시연령과 국민연금의 의무가입 상한 연령을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를 두고 전문가들은 3개 이상의 안이 도출될 것이라 예상했지만, 현장에서는 둘을 일치시키는 방향으로 단일안이 제시되는 결론에 도달했다.

 

또한, 퇴직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 등 사실상 짧은 시간 내에 숙의하여 결정하기에 대단히 어렵고 복잡한 사안에 대해서는 별도 논의의 기회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다수로 제시되기도 했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 내의 연금개혁과 관련된 전문가들은 모든 연금제도의 A부터 Z까지 자신만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 집중해왔다. 전문가로서 식견을 바탕으로 완성도 높은 연금개혁의 패키지를 구상하여 제시한다는 역할로서는 당연히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 국민이 연금개혁과 관련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수용하는지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이러한 방식은 상당한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국민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을 각각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는 자리에서 지나치게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제시한다 해서, 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기 당연히 어려울 수밖에 없다. 또한, 퇴직연금이나 특수직역연금과 같이 당사자들을 중심으로 충분한 논의가 없었던 부분에 대해 전문가들이 다 검토해서 괜찮은 것 같다고 하여 국민에게 선택을 요구한다고 한들, 국민은 결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의제숙의단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이 워크숍이 끝나고 나서 필자가 든 생각은, 어쩌면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은 자신의 학문적 배경과 전문가라는 지위를 바탕으로 개혁을 결정할 수 있다는 오만함에 빠져있던 것이 아니었는지 되돌아보게 했다.

 

시민대표단에게 넘겨진 연금개혁의 공

이제 공론화위원회는 4월에 두 차례 현장 시민대표단 참여를 통해 최종적인 의견 취합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이 만들었던 자료를 바탕으로 의제숙의단이 만든 대안 중 시민들이 가장 합리적으로 선호하는 대안이 도출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500인의 시민대표단의 역할이다. 의제숙의단이 전문가의 오만함을 바로 잡은 현명함 위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국민이 관심을 가질 것이기에, 시민대표단은 매우 신중하게 연금개혁의 방향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시민대표단의 선택을 두고 정치가 나서서 연금개혁이라는 시대적 임무를 반드시 완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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