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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없는 정치, 노동자가 바꾸자

조선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실장

등록일 2024년02월07일 09시2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교수신문은 전국 대학교수를 대상으로 사자성어를 발표한다. 그렇게 선정된 2023년 사자성어 1위는 견리망의(見利忘義 : 눈 앞의 이익에 사로잡혀 자신의 처지를 잊어버린 모습)로, 이를 추천한 전북대 김병기 명예교수는 “지금 우리 사회는 견리망의(見利忘義)의 현상이 난무해 나라 전체가 마치 각자도생의 싸움판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와 함께 2위로 선택된 사자성어는 적반하장(賊反荷杖 : 도둑이 도리어 매를 든다)으로, 이를 추천한 고려대 이승환 명예교수는 “국제외교 무대에서 비속어와 막말을 해놓고 기자 탓과 언론 탓, 무능한 국정운영의 책임은 언제나 전 정부 탓. 언론자유는 탄압하면서 기회만 되면 자유를 외쳐대는 자기 기만을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견리망의’ 그리고 ‘적반하장’

돌아보면 2023년은 그 어느 때보다 시끄럽고 번잡하며 낯부끄러운 한 해였다. 윤석열 정부의 실책과 오류는 정치·사회·경제·외교·평화 등 전 분야에서 우후죽순으로 발생했고, 이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역시 계속 높아져 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한 해 내내 변명과 남 탓에 바빴고, 대통령을 배출한 여당과 검찰 권력은 비판세력에 대한 견제와 탄압에 골몰했다. 정작 대통령의 가족이나 소위 ‘측근’의 문제는 거의 무마되거나 사법부의 봐주기식 판결로 마무리되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다.

 

한편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여론의 힘으로 국회의 벽을 넘은 수많은 법안은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여섯 글자에 의해 번번이 좌절되었다. 수많은 노동자의 땀과 눈물로 빛을 본 ‘노조법 2·3조’가 그러하였고, 전체 농민들의 요구였던 양곡관리법이 그러하였으며, 간호법, 방송 3법, 그리고 쌍 특검까지 대통령 거부권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남발되었다. 권력이 법치와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판국에, 정당한 방법으로 소시민이 살아남을 리는 만무하다. 각자도생의 싸움판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는 자들의 ‘견리망의’와 ‘적반하장’이 만든 결과물인 것이다.

 


 

더 나빠지는 정치, 더 살기 힘든 국민

2024년 1월 기준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꼽은 가장 심각한 문제는 ▲높은 물가 (25%) ▲고금리와 가계부채 (25%) ▲높은 집값 등 부동산 문제 (23%) ▲경제성장률 둔화 (14%) ▲일자리 부족 (11%) 순으로 나타났고, 2024년 한국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 역시 ▲물가안정 (27%) ▲경제성장 및 일자리 창출( 24%) ▲지역소멸 및 인구감소 대응 (17%) ▲여야협치 등 정치안정 (14%) ▲양극화 해소 및 사회안전망 강화( 10%) ▲남북관계 등 외교안보정책 (5%)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불행히도 22대 총선을 목전에 둔 지금 국민이 꼽은 문제를 해결할 정책도, 가장 시급한 과제를 추진할 각 정당의 계획도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22대 총선을 앞두고 남발되는 윤석열 정부의 포퓰리즘성 정책이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부동산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 금융 투자 소득세 폐지, 다주택자 중과세 철폐 등 각종 규제 완화와 감세 몰이를 하고 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정부가 앞장서서 근로소득이 아닌 불로소득을 장려하며, 나라 경제가 무너지든 말든 일단 ‘표를 끌어오자’ 식의 정책이 쏟아져나왔고, 계속 쏟아져나올 예정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인 국민의힘 역시 여당으로서의 ‘책임’이라고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무려 17% 차이로 참패한 국민의힘은 한동훈 전 장관을 등판시켜 22대 총선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한동훈 체제 역시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아, ‘돈으로 때려막기’ 식의 포퓰리즘성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한 축인 더불어민주당도 문제다. 정부와 여당이 재벌 대기업을 위한 정치, 탄압하는 정치, 갈라치는 정치에 골몰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이라도 서민을 위한 정치, 민주적 정치, 포용하는 정치로 나아가야 할 텐데 이 역시 난망하다. 여전히 더불어민주당은 과거 자신을 지지했던 세력이 누구였는지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 채 재벌 대기업과 서민 사이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모양새다. 이로써 어제는 서민을, 오늘은 기업을 지원하는 듯한 모양새가 나타나거나, 각종의 정책이 상호 충돌·대립하는 양상이 빈번히 나타난다.

 

‘제3지대’를 외치며 등장한 신당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구태의연한 정치를 비판하며,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를 혁파하겠다는 야심 찬 구호를 들고 등장했다. 게다가 신당의 주요 추진 세력은 거대 양당의 대표 출신이다. 따라서 22대 총선에서 이들이 과연 몇 석을 확보할 수 있을지, 아니 그 전에 이들이 소위 ‘빅텐트’를 칠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의 내용을 보면, 사실상 구태정치의 반복에 불과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과거 대선과 마찬가지로 갈라치기 정치를 시작하고 있으며, 이낙연 전 대표는 내용 없는 비판만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오히려 이들의 등장으로 한국 정치는 더욱 오른편으로 치우치게 됐을 뿐이다.

 

결국, 이러한 정치 지형이 계속 유지된다면, 22대 총선이 끝난 이후는 더욱 절망적일 것이다. 포퓰리즘성 공약의 사실상 수혜자는 재벌 대기업을 비롯한 자본가들이 될 것이고, 그 수혜 덕에 나라 경제는 더욱 추락할 것이며, 이로써 민생은 더욱 피폐해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정의와 명분 없는 정치권의 분열은 우리 사회를 더욱 갈등과 경쟁으로 밀고 갈 것이며, 그들의 갈등과 경쟁은 더욱 심화한 각자도생으로 나타날 것이다.

 

노동 없는 정치, 노동자가 바꾸자

더욱 가관은 노동자, 노동조합을 대하는 정치 권력의 행태이다. 온갖 포퓰리즘성 공약이 난무하는 가운데, 유독 노동공약은 실종 상태에 이르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발표했던 공약 중 ‘쉬운 해고 금지’가 그나마 유일한 노동공약으로 남아있다. 2017년 대선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주요 기조 중 하나가 ‘노동 존중사회 건설’이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더욱이 국민의 힘은 윤석열 정부의 기조 그대로 노동 탄압, 노조 배제를 이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사회에서 노동자, 노동조합이 권력과 자본의 독식을 견제하는 세력이기 때문인지 지난해 정부와 여당의 노조에 대한 공세는 그 무엇보다 전격적으로 추진되었다. 언론을 총동원해 비리노조, 귀족노조 프레임을 전 사회적으로 확대한 것도 모자라 노조 회계 공시라는 황당무계한 탄압을 이어간 한편 노동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 등 각종 반노동적 시도가 한 해 동안 이어졌다. 고용보험·의료보험 등 각종 사회정책을 논의하는 정부위원회에도 노조는 계속 배제되었고, 올해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마저 배제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제 노동 없는 정치, 노동자가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22대 총선은 노동 탄압, 반노동 정책을 분쇄하는 실천과 투쟁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 또한, 포퓰리즘성 공약의 본질을 밝히고, 일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정책이 나오게끔 강제해야 한다. 나아가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이니만큼 무책임한 정치, 갈라치기 정치, 협잡 정치 청산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한다. 정치인들도 밥값은 해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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