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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친(親)기업 경제정책, 이제는 노동조합이 끊어야 할 때

유동희 정책1본부 선임차장

등록일 2024년01월31일 14시2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은‘투자’와‘감세’의 두 단어로 요약된다. 두 단어 모두 애석하게도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기업을 위한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오직 기업을 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통령은‘거짓 선동’이라 치부해 버린다. 정말 ‘거짓 선동’인지 아닌지 판단을 위해 우선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암울한 2024 경제 전망 : 저성장·고금리·고물가

주요 경제 예측기관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며, 경제성장 전망률을 2% 초반으로 점쳤다. 코로나 사태 이후 공급망 불안정에 따른 전 세계의 저성장·고물가 기조가 지속하는 데에 따른 것이다. 특히,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는 미국 등 주요국의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 이러한 2% 초반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를 통틀어 2012년‘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사태가 유일했는데 이후 이렇다 할 경제성장 동력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여전히 높은 물가상승률은 내수 및 소비 침체 장기화로 국민이 느끼는 가계 생계비 부담으로 작용한다. 실제 정부가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 초반이지만, 실생활과 관련된 물가상승률(신선식품지수)은 지난해 말부터 두 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각종 공공요금 인상, 정부의 가계 실질 소득 및 노동자 임금 억제 기조, 영세 소상공인 및 가계 부채, 부동산 PF 사태, 지원정책 축소, 지역경제 침체 등 인한 불안정 요인마저 시한폭탄처럼 도사리고 있다.

정부가 내놓고 있는 대략적인 경제 통계만 보더라도 2000년 이후 가장 어려운 경제 상황이 틀림없다. 위기관리 또는 대응을 위한 재정 확보와 전례 없는 민생 회복 정책이 필요하지만,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기업을 향한 투자와 감세 정책에 집중되어 있다.

 

정부는 주요 경제 방향으로 기업의 투자와 감세를 강조했다. 지난 1월 4일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 방향 내용의 주된 내용으로 ‘시설·R&D 투자세액공제 1년 연장(~24년 12월)’, ‘공제율 상향(+10%p) 조정’,‘시설 투자를 위한 역대 최대 규모 자금(52조 원) 투입’,‘특구 지정’을 발표했다. 여기에 재벌 대기업과 고소득자를 중심으로 감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까지 더했다. 이러한 정부 정책은 세계의 주요국들과의 경제정책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오히려 적극적인 소비증진을 위한 정책이 경제정책의 새로운 물결로 나타나고 있다.

 

세계 경제 정책 방향은 국민 소득 증진·취약계층 보호

미국과 일본은 경제위기 상황에서‘소득증진’과 ‘임금인상’정책으로 경제성장의 연착륙을 이어 나가고 있다. 미국은 고물가 상황 극복을 위해 코로나 팬데믹 긴급 지원의 대부분이 기업이 아닌 개인에게 제공한‘중산층 주도 경제성장(Middle-out)’정책이 빛을 보고 있다. 미국의 실질임금 증가율은 지난 1년 동안 0.8%를 기록하며 최근 10여 년 평균 증가율보다 높았으며, 이를 통해 물가하락과 최저실업률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일본 역시, 역대 최고의 최저임금 인상 정책, 임금인상 장려정책 등을 통해 수십 년의 디플레이션을 벗어나고 있다. 영국의 경우는 더욱 흥미롭다. 지난 2022년 트러스 전 총리가 대기업과 고소득자 감세 정책을 펼치자 파운드화 국채 가치는 폭락 등으로 국민 반대 여론에 부딪혀 부임 45일 만에 사임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치솟는 물가에 대비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시간당 11.44파운드(약 1만 8,700원)까지 대폭 인상하는 등 취약계층 및 서민소득 보장 정책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과거처럼 기업의 성장과 투자에만 의존하는 정책을 펼치는 상황과는 확연히 대조적이다.

 

이제라도 기업에 투자와 감세에 의존한 낙수효과에 기댈 것이 아니라 엄연히 임금노동자를 동등한 경제주체로 인정해 성장동력의 새로운 출구를 열어야 한다. 국가의 경제를 지탱하는 것은 기업뿐 아니라 임금노동자의 역할에도 있다. 노동자를 경제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기업만을 경제주체로 대우하는 정부 정책은 이미 균형이 무너졌다. 새로운 상황 변화에 따른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경제성장 과정에서 일방적인 기업 성장 혜택 정책이 낙수효과보다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심화시켰고, ‘코리아 디스카운트’상황에서도 성장동력 확보를 어렵게 하는 등 동맥경화를 일으키고 있다. 각종 편법과 특혜로 구멍을 메꾸는 방식은 공정하지 않고, 미래지향적 방식도 아니다.

 

노동조합이 위험한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자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가 실시한‘2024년 경기 및 직장 내 고용관계 변화’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직장인 45.3%가 올해 정리해고·구조조정·고용형태 악화·임금삭감 등을 경험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 정부 경제정책 방향도 ‘활력있는 민생경제’라며 ‘노동시장 선진화로 직무와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 체계 설계’라는 번지르르한 제목을 발표했지만,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임금체계·최저임금·노동시간·노사법치 등 노동시장 유연화와 저임금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대로면 임금노동자가 느끼는 부정적인 전망은 현실이 된다.

노동조합이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걸어 끊어내야 한다. 특히, 올해는 노동자 실질 임금인상 장려정책 및 양극화 해소를 위한 정교한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최근 저성장·고물가 상황이 지속한 상황에서도 재벌 대기업은 곳간을 채우고, 노동자들은 경기가 어렵다는 협박 아닌 협박에 실질임금 하락 및 노동자 처우 악화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은 임금인상을 통한 소득 활성화 및 연대임금 전략을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추진토록 할 예정이다. 대·중소기업 간, 원·하청기업 간, 정규직·비정규직 간 양극화 해소와 상생 및 지역경제 활력·내수 활성화 방향으로 경제정책 및 고용·노동정책 전환을 촉구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 취임 3년 차이자 제22대 총선 전후, 노동자 임금인상 및 소득 활성화를 위한 민생 살리기를 노동조합의 주요한 의제로 제시하고 전략적인 투쟁에 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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