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민우 한국노총 조직본부 부장
윤석열 정부 출범 2년 차, ‘노동개혁’이라는 이름으로 노조 및 노동에 대한 탄압이 거세다. 노사법치주의를 내세우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무력화하고, 노조 회계자료 제출 요구, 노조지원 실태조사, 노조 규약 및 단협 조사에 이은 시정명령 등으로 노조를 압박 중이다. 재정 압박도 만만치 않다. 정부는 한국노총 전국 19개 노동교육상담소 사업, 산업안전보건과 정책연구, 국제활동 등에 지원하던 국고보조금을 전면 중단했다. 전국 시·도 근로자종합복지관 운영을 문제삼아 한국노총 지역조직 활동도 옥죄고 있다.
정부의 탄압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노총 건설조직 비리 문제가 불거져 노조위원장과 간부들이 구속되고, 전 한국노총 상임임원이 기소됐다. 정부가 일부 노조 비리를 침소봉대한 면이 있지만, 노조 비리와 범법행위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차가울 수밖에 없다. 이에 한국노총은 현장과 국민의 신뢰 회복 없이는 윤정부의 노동탄압과 개악에 맞서 싸울 수 없다며 강도 높은 조직혁신안을 만들기로 했다.
▲ 8/22~23 로얄엠포리움호텔(영종도)에서 열린 한국노총 조직혁신위원회 전체워크숍
조직혁신위원회 구성
제98차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조직혁신위가 구성됐다. 회원조합 및 지역본부의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5명의 혁신위원이 선정됐다.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혁신추진단장을 맡았다. 각 분과에 회원조합 실무위원들이 참여하여 실질적 혁신안을 만들어 냈고, 총 9명의 외부자문단이 참여했다. 혁신위는 ①민주·도덕·윤리성 강화 ②회계 및 재정혁신 ③이미지제고 ④건설산업구조개선 및 건설노조정상화 등 총 4개 분과를 운영하여 5대 조직혁신과제를 도출했다.
한국노총 조직혁신 5대 과제
첫째, 윤리성 강화를 위해 윤리위원회 기능을 강화한다.
한국노총 규약에 윤리위원회 운영규정이 있지만, 상시로 운영되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혁신위은 조합비 횡령, 금품수수, 성범죄 등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자의 직무를 정지하고, 피선거권 등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윤리위원회에 부여하는 혁신안을 마련했다. 상벌위와 윤리위 기능을 분리하고 비리연루 대표자와 조합원 개인에 대한 징계도 가능하도록 했다. 윤리위 위원(총 9인) 중 5인은 외부전문가로 구성하여 위원회 결정의 공정함을 높이기로 했다.
둘째, 투명성 강화를 위해 감사위원회를 설치하고 회계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한다.
기존의 회계감사위원회를 감사위원회로 개편해 회계 이외에 업무감사 기능을 추가했다. 위원의 구성도 선출직 감사 4명, 외부전문가 4명으로 늘렸다.
회계시스템을 정비해 외부회계감사 적용을 확대하고, 홈페이지에 노총 및 회원조합 예‧결산서를 공개하며, 사업실적과 결산을 연계한 활동 중심의 회계 체계를 도입하여 예산 투입에 따른 사업성과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장기적으로는 회원조합 의무금 징수방식을 정률제로 변경하고, 시‧도지역본부 의무금을 통합징수 후 교부하는 방식을 검토한다. 의무금 미납조직의 권리 제한 규정을 산하조직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또한, 의무금을 실 조합원 수 기준으로 납부해 조직재정이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한국노총에서 수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국고보조금 등의 사업 지속 여부를 검토하고, 신규 및 재공모사업 신청은 원점 재검토한다. 정부 위탁 사업이 한국노총의 대정부, 대국회 활동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한다. 현장 소통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회의를 공개하고 온‧오프라인을 병행키로 했다. 회의문서는 사전 배포한다.
셋째, 민주성 제고를 위해 선거제도를 개선하고 상임임원의 역할을 강화한다.
2026년 차기 집행부 선거인대회부터 선거인단을 기존 200명에서 100명당 1명으로 확대하고, 장기적으로 직선제 도입을 위한 T/F를 운영할 예정이다.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회계감사, 지도위원의 책임과 역할 강화를 위해 상임부위원장 및 회계감사를 대의원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하고, 선거인대회에서 선출된 위원장 및 사무총장과 임기를 함께 할 수 있도록 임기를 조정한다. 지도위원 자격요건도 강화한다. 청년 세대 조직화와 참여 확대, 대표성 확보를 위해 청년위원회를 설치하고, 청년 담당 상임부위원장을 둔다. 또한, 모든 산하조직의 대의원과 노조간부 구성에도 여성 할당을 적용하도록 해 여성 조합원의 노조 활동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도록 한다.
넷째, 한국노총의 이미지 혁신하고 사회적 책임을 강화한다.
조합원과 국민으로부터 ‘한국노총은 믿을 수 있는 조직’이라는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청년·여성·중소기업 노동자, 이주노동자, 저소득층 노동자 등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 방안을 마련한다. 이미지 혁신과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자 ‘클린노조’ 선언을 계획하고 있다.
다섯째, 한국노총은 건설 산업구조 개선 및 노조혁신을 통해 건설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을 선도한다.
한국노총은 정부에 건설산업구조개선을 개선을 위해 ▲원청의 책임 강화와 불법 다단계 하도급 근절을 위한 복합시스템을 구축 ▲불법 하도급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공사비 축소, 임금 체불,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부실 공사 차단 ▲건설노동자 근로기준법 강화, 법정공휴일 작업 금지, 공사 기간 단축 금지 ▲야간, 휴일작업 축소 등 5대 대정부 요구안 관철을 위해 노력한다.
건설업종노조의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CMS로 조합비를 내고, 회계자료 비치‧열람, 외부회계감사제 도입, 범죄경력자에 대한 임원출마를 제한한다. 건설업종노조 통합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건설조직 분쟁을 조정한다.
현장과 국민의 신뢰 회복으로 노동운동 일대혁신! 일대도약!
한국노총은 2003년 개혁특별위원회, 2005년 조직혁신기획단, 2011년 미래전략위원회를 운영해 조직을 개혁하고 변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크고 작은, 장기 단기 혁신방안이 만들어졌고, 혁신안을 통해 조직은 변화하고 때로는 한계를 확인하기도 했다. 하지만 또다시 한국노총은 혁신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2023년 한국노총 조직혁신위원회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 탄압에 맞서기 위해 공격대상이 되는 한국노총의 약점을 보완하고, 더 강해질 한국노총의 비전을 제시했다. 조직혁신안은 규약 및 규정 개정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의결기구인 중앙위원회, 대의원대회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된다.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전 조직에서 혁신안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한국노총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리더로, 한국 사회 최대 대중조직으로서의 사회적 역할을 다해야 한다. 현장과 국민의 신뢰 속에 더 강한 노동운동을 위한 한국노총의 일대혁신, 일대도약은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