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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의 성평등 어디까지 왔는가?

등록일 2018년09월07일 16시4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윤정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한국노총 여성정책자문위원

 

혹자는 노동조합의 성평등이 다른 조직보다 뒤떨어진다고 얘기한다. 또 다른 이는 예전에 비해 많이 나아졌다고 말하며, 심지어 어떤 이는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고 강변한다.


성평등의 내용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주제를 토론 대상으로 삼느냐에 따라 온도차가 있을 수 있다. 좀 더 많이 평등을 향하고 있는 영역이 있고 답보상태거나 퇴보하는 영역도 있다. 나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가 닿아 있다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할 것이지만, 한 발짝 떨어져서 바라보는 세상만사의 일부라고 방관·관조한다면 특별할 것도 없다.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100인위원회 사건이나 미투로 더욱 예리하게 들여다보게 된 일상의 성폭력은 주제의 무거운 짓누름과 가벼운 호기심으로 다른 어떤 젠더 이슈보다 주목받는다. 그렇다면 다른 모습으로 산개해있는 성평등은 어떠한가? 

 


 

여성활동 조직적 약화 아쉬움

 

‘노동조합’ 조직이 갖춰야 할 ‘민주주의’라는 정체성은 다른 어떤 조직보다, 노동조합의 다른 어떤 역할과 활동보다, 성평등에 대해 선명성, 건강성, 그리고 강박에 가까울 만큼의 도덕성을 요구하도록 하는 원칙이다. 이 글은 한국노총의 여성본부가 지난 10여 년간 해왔던 사업 평가를 토대로 노동조합의 성평등이 어디까지 왔는지 간단히 진단하려고 한다.


어떤 조직이든 예산과 인력분포의 흐름을 살펴보면 그 조직의 주력분야나 전략사업이 무엇인지 가늠할 수 있다. 한국노총 여성본부의 2008년~2017년 사업예산은, 한국노총 전체 사업비 15억 중 연평균 4.2%에 해당하는 6,500만 원 수준이다. 여성사업비가 가장 많았던 해는 2010년으로 7%에 이르며, 가장 적었던 해는 2016년으로 2.1%에 불과하다. 지난 10년 동안 여성본부 인력은 3~4명을 초과한 적이 없다. 2014년~2015년은 사업비가 2008년의 2배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4명의 인력이 전체 사업을 감당하였다. 2017년은 선거 국면과 조직개편을 감안하더라도 1명의 인력이 여성사업을 책임지는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도 있었다. 


한국노총 여성활동의 조직적 약화는 실제 여성본부의 위상과 책임, 그리고 사업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데, 여성할당제 30% 이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밖에서는 여성할당제의 미이행에 대해 노동조합의 젠더 민주주의의 낮은 급수를 비판하면 되지만 내부 사업을 들여다 본 바에 따르면, 여성본부와 여성위원회, 그리고 산하 여성사업 담당자들의 ‘미약하지만 꾸준한 벽깨기’ 실천들이 있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대목이다. 선거기간과 대의원대회 때만 관심을 갖는 ‘척’ 하는 영역이라고 여성활동가들이 평가를 할 수밖에 없는 답보, 정체 상태이다. 노동조합이 수차례 규약을 개정하고, 유예기간을 두면서, 스스로 국민과 조합원들에게 약속한 조직의 젠더 민주주의가 너무도 쉽게 뭉개져버리고 있다. 한마디로 ‘진심으로 여성노동자, 나아가 노동조합의 젠더 불평등을 이해는 하고 있는가’ 라고 물어야 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체계적·지속적·단계적 교육 필요

 

다음으로, 교육활동에 대한 평가이다. 모든 노동조합이 교육을 중시한다. 교육은 조직화의 첫걸음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합원들의 인식변화 및 성평등 의식 제고, 연대의식 고취, 활동가 양성을 위하여 노동자 교육은 필수적인 요소이다. 여성본부의 교육은 ①성희롱예방강사 양성교육 ②여성노동교실 ③여성간부 리더십 교육이 연례적으로 이루어졌다.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노동교실과 여성간부리더십 교육도 순탄하지 못했다. 노동조합이 여성노동자 교육과 일상적인 성평등 교육에 관심과 애정이 크지 않았다.


여성노동교실 운영 실태를 보면 2008년부터 2011년까지는 연 2회 운영하였고, 2013년과 2015년은 노동교실을 열지 못했다. 2014년과 2016년은 연 1회로 노동교실을 축소·운영하였다. 여성 간부 교육은 여성본부가 공을 들이는 사업이자 사업성과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실질적인 교육효과가 잘 외화 되지 않아 고민이 많은 영역이다. 여성간부가 희소하고, 자주 교체되는 구조적인 문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현장의 여성활동가들이 매우 깊게 고민하는 대목이며, 총연맹이 교육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중장기적으로 한국노총을 이끌어갈 여성 노조간부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일회적이며 연관성이 낮은 강의프로그램 보다는 체계적·지속적·단계적인 여성노동자(간부) 육성 프로그램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여성위원회 활성화 지속 추진해야

 

한편, 여성본부는 주요 영역에서 꾸준한 활동을 수행해왔지만 여성 의제 발굴 및 노동운동 현안에서는 전략적 취약점을 드러냈다. 우선, 정부 관계자,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건의 활동은 경중을 논외로 하면 사업 횟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장 높은 빈도를 보이는 활동이었다. 둘째, 매년 사업목표와 실천과제를 계획했지만 주요 활동은 직장 여성의 복지와 관련된 정책에 집중되어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셋째, 산별 및 지역조직과의 연계가 여성본부 사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조직 간에 일상적 업무교류가 원활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견되었다. 


여성위원회 활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봐도 여성위원회 설치는 더디게 이루어져왔다. 여성위원회가 이미 조직되어도 사업이 진행되지 않거나 위원구성이 안된 곳도 많았다. 여성위원회는 여성본부의 사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위원회’이지만 각 지역과 산별에서는 여성사업의 집행단위를 이끌고 있다. 그런데 지금 현재도 여성본부-여성위원회-지역과 산별 여성사업담당자의 삼각편대가 잘 맞아 떨어지지 못한다. 없는 곳도 있고, 사업을 안 하는 곳도 있고, 활동가가 자주 바뀌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의 여성사업 전담부서로서, 노동조합운동 내에서 여성본부가 취해야 할 조직적 위상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고 새롭게 다질 필요가 있다. 


10년을 돌아본 결과, 한국노총의 성평등 수준은 너무 더디고 느려서 노력은 하고 있는가라는 의심을 품게 한다. 그저 여성활동을 ‘여성본부’가 하는 ‘여성’ 사업, ‘중요하지 않으나 적당히 구색을 맞추지 않으면 귀찮고 피곤한 영역’이라는 인식과 태도가 조직과 사업 내용에 켜켜이 쌓여 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조직이 답을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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