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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유효성 판단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

[대법원 2023. 5. 11. 선고 2017다35588, 2017다35595(병합) 전원합의체 판결]

등록일 2023년09월14일 13시2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우지혜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 반드시 노동조합 또는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단했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를 받지 않아도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다고 했던 기존 판례를 폐기하고 새 판례를 세웠다. 노동조건 결정에 있어서 노사 대등의 원칙을 재확인한 판결이다.

 


▲ [사진 출처 : 이미지투데이]

 

사실관계 및 소송 경과

피고는 자동차 제조 및 판매를 하는 회사이고 원고들은 피고의 일반직 과장, 연구직 선임 연구원, 생산직 기장 이상의 사원(이하 ‘간부사원’)으로 근무한 자들이다. 피고는 1968. 2. 14. 제정된 취업규칙(이하 ‘구 취업규칙’)을 전체 직원에게 적용해 오다가, 2004. 7. 1.에 이르러 간부사원에게만 적용되는 취업규칙(이하 ‘이 사건 취업규칙’)을 제정했다. 이 사건 취업규칙은 구 취업규칙에 존재하던 월차유급휴가 조항을 삭제하고 구 취업규칙과 달리 연차휴가 일수를 25일로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피고는 이 사건 취업규칙 제정 당시 직접 적용 대상인 간부사원의 89%로부터 동의서를 받았지만, 간부사원이 아닌 근로자들이 과반수 가입한 노동조합의 동의는 받지 않았다. 원고들은 이 사건 취업규칙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못하여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원고들이 이 사건 취업규칙 적용으로 인해 2004년부터 피고로부터 지급받지 못한 월ㆍ연차휴가 수당 상당액을 피고에게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취업규칙이 무효라면 피고는 여전히 원고들에게 월ㆍ연차휴가 수당 지급이라는 채무를 부담하고 있기에 이를 부당이득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보아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들은 항소심에서 청구 취지를 변경하여 미지급 월ㆍ연차휴가 수당의 지급을 직접 구하는 청구를 추가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취업규칙의 동의 범위를 간부사원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 일반직ㆍ연구직ㆍ생산직 등의 직원들을 포함한 근로자 집단으로 확정하고 이 사건 취업규칙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의 적법한 동의절차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는 한편, 사회통념상 합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들이 항소심에서 추가한 청구 중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부분을 인용하였다.

 

대법원은 종전 판례를 변경하여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은 종전 판례 법리를 적용하여 이 사건 취업규칙 중 월ㆍ연차휴가 관련 부분의 효력만을 판단하고 노동조합의 부동의가 집단적 동의권 남용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하여 전혀 판단하지 않아 법리 오해 및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다고 보아 파기 환송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대법원 판례에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폐기

대상판결의 다수의견은 ①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에서 규정한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시 절차적 권리로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권은 취업규칙의 내용이 갖는 타당성이나 합리성으로 대체될 수 없으며 이는 강행규정이라는 점, ② 근로기준법이 명문으로 집단적 동의절차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취업규칙의 내용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보는 것은 취업규칙의 본질적 기능과 불이익변경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절차적 정당성의 요청을 도외시하는 것이고 강행규정에 반한다는 점, ③ 근로조건의 유연한 조정은 사용자에 의한 일방적 취업규칙 변경을 승인함으로써가 아니라 단체교섭이나 근로자의 이해를 구하는 사용자의 설득과 노력을 통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④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이를 원칙적으로 무효로 보되 다만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에 한하여 유효성을 인정하는 것이 단체협약에 의한 노동조합의 동의권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태도와 일관되고 법규범 체계에 부합하는 해석이라는 점, ⑤ 사회통념상 합리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매우 불확정적이어서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법적 규범성을 시인할 수 있는지 노동관계 당사자가 쉽게 알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다툼의 대상이 되었을 때 그 인정 여부의 기준으로 대법원이 제시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법원의 판단 역시 사후적 평가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어 불합리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면서 근로자의 집단적 의사결정방법에 따른 동의를 받지 못한 경우,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취업규칙의 작성 또는 변경에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유효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시하여 종전 판례에서 인정해 온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였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대법원 판례에서 동의권 남용의 의미

대상판결은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면서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하였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동의가 없더라도 취업규칙의 불이익변경을 유효하다고 볼 수 있다는 내용의 동의권 남용 이론을 제시했다.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집단적 동의권을 남용한 경우란 관계 법령이나 근로관계를 둘러싼 사회 환경의 변화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필요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히 인정되고, 나아가 근로자의 집단적 동의를 구하고자 하는 사용자의 진지한 설득과 노력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들이 합리적 근거나 이유 제시 없이 취업규칙의 변경에 반대하였다는 등의 사정이 있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대법원 판례에 대한 환영과 우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에서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대하여 노동자에게 집단적 동의권을 부여한 이유는 노동자의 노동조건 및 복무규율 기준에 관해 사용자가 정한 준칙인 취업규칙에 있어 사용자의 일방적 변경 권한에 한계를 설정하고 헌법 제32조 제3항의 취지와 근로기준법 제4조가 정한 노동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실현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명문 규정에도 불구하고 종전 대법원은 ‘취업규칙의 변경에 의하여 근로자가 입게 되는 불이익의 정도’, ‘사용자 측의 변경 필요성의 내용과 정도’, ‘변경 후의 취업규칙 내용의 상당성’, ‘대상조치 등을 포함한 다른 근로조건의 개선상황’, ‘노동조합 등과의 교섭 경위 및 노동조합이나 다른 근로자의 대응’ 등을 기준으로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면 노동자의 동의 없는 취업규칙의 불이익 변경도 유효하다는 내용의 이른바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창설하여 인정해 왔다.

 

대상판결은 사법부가 법리 해석 권한을 초과하여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단서의 취지를 몰각시켜 온 종전의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를 폐기하고, 노동조건의 기준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32조 제3항 및 노동조건의 노사대등결정 원칙을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4조를 명시해 노동자가 노동조건을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할 권리는 헌법과 법률이 보장하는 원칙을 실현하는 중요한 절차적 권리임을 재차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노동자의 동의권 남용 법리를 제시하여 종전과 같이 노동자의 집단적 동의를 받지 않고서 한 사용자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은 적법, 유효한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두어 과연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명문 규정의 취지가 보호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더욱이 집단적 동의권 남용의 개념과 기준 또한 사안에 따라 해석을 거쳐야 하므로 대상판결이 지적한 사회통념상 합리성 법리의 부작용과 같은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되었다.

 
ucky7woo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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