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이 “0”인 일터는 없다
우리는 생계, 생존 또는 생활에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하여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의 노동(勞動)을 대부분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이 일어나는 수많은 일터 중에 재해 발생 유해·위험요인이 없어 그 위험성이 zero인 일터가 우리 주변에 과연 있을까라는 물음에 우리 모두는 “없다.”라고 답할 것이다.
이는 매년 정부에서 발표하는 산업재해 통계자료를 보면 발생빈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업종, 모든 규모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업종을 찾아보기 힘든 것을 고려할 때 이러한 대답은 더욱 설득력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속한 모든 일터에서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활동과 조치는 당연하게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고 예방을 위하여 ‘사업주는 근로자와 함께 스스로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해당 유해·위험요인의 위험성 수준을 결정하여 위험성을 낮추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마련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이를 위험성평가(Risk Assessment)라 하고 있으며, 최근 이러한 위험성평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 [이미지출처=고용노동부]
위험성평가는 사고 예방의 핵심수단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우리나라의 경제적 손실액은 2015년 20조 원에서 2018년 25조 원, 2021년 32조 원으로 사회경제적 손실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어,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최대한 지키려고 노력해야 하는 목표 지향적인 기준으로 이와 연계한 공공의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를 추진(’18.1.)하며 사망사고 감축에 정책을 최우선으로 2022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0.27‱로 낮추겠다는 감축 목표를 제시하였으나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2021년 1월 26일에「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중대산업재해와 공중이용시설 또는 공중교통수단에서 발생하는 중대시민재해에 대하여 규정해, 사업장의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안전권을 확보하는데 목적을 두고 일터에서 발생하는 사고 예방을 위하여 기업의 안전보건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사고사망만인율은 몇 년간 여전히 0.4 ∼ 0.5‱대 수준이고, 최근 고령자 및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는 안전 취약계층의 증가로 이어져 안전보건 여건 악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수립(‘22.11.30.)하여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0.29‱로 낮추겠다는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위험성평가 중심의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을 정책의 첫 번째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즉,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하여 모든 일터에서 위험성을 줄이는 활동 및 조치가 필요하며 이러한 예방 활동 노력에 따라 결과에 책임을 지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으며, 여기서 위험성평가를 중요한 실행수단으로 보고 있다.
위험성평가는 모든 사업장에서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위험성평가는「산업안전보건법」제36조 및 같은 법 시행규칙 제37조 그리고 ’사업장 위험성평가에 관한 지침‘(고용노동부고시 제2023-19호)에 의하여 운영되고 있다. 위험성평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영국, 독일, 싱가포르, 일본 등 안전보건 주요 선진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는 2013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되면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으나 매년 정기평가 실시율이 23.7%에 그치고 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제4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4조에서 ‘유해위험요인을 확인하여 개선하는 업무절차를 마련하고, 이의 이행을 반기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을 규정하고 있으나, 위험성평가의 절차를 마련하고 평가를 직접 실시하거나 실시하도록 하여 실시 결과를 보고받은 경우에는 관련 조치를 한 것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동 법률이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제외로 되어 있어 자칫 위험성평가 실시 의무를 5인 이상으로 해석할 우려가 있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6조에서 규정한 위험성평가의 실시의무 규정은 모든 업종, 모든 규모의 사업장에서 사업주가 의무로 실시하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는 사업주의 위험성평가 실시의무만을 규정하고 안전보건관리체제에서 관리감독자, 안전관리자, 보건관리자 등의 업무 일부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을 뿐, 위험성평가 실시의무 미이행에 따른 직접 벌칙 제도는 사실상 없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국회 노웅래의원 등 10명의 위원이 제안한 산업안전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23.3.31.)에는 위험성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경우, 과태료 1,000만 원을 부과하는 벌칙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이다.
간혹 이러한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우리 사업장은 기계, 설비 등 생산시설이 없고 사무공간밖에 없는 사무실인데 위험성평가를 실시해야 하는지?” 그 답은 이렇다 “해야 합니다.” 그 이유는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업종, 규모에서 산업재해가 발생함을 확인할 수 있고 또한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업종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재해 발생 고위험군 분석 연구보고서(2022)’에 따르면 사무 종사자의 연도별 재해 발생 건수는, 2017년 1,210명 2018년 2,103명 2019년 2,264명 2020년 2,108명 2021년 1,810명으로 최근 5년간 9,495명이 발생하여 전체의 1.9%를 점유하고 있으며, 2022년도에는 24명의 사망자 수가 발생하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무직군의 일터 역시 유해·위험요인으로 위험성이 존재하므로 위험성평가 실시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겠다.
이러한 사무직군의 사업장은 주로 각급사무소, 공공기관 사무소, 서비스업종 및 그 사무소 등으로 건설현장, 제조현장의 유해·위험요소에 비해 막연히 안전할 것이다 또는 위험성평가가 필요없다고 여기거나 우리는 해당이 안된다고 할 수 있으나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통계자료이다.
증거기반의 과학적 평가와 근로자 참여가 위험성평가의 성공을 갈음할 것!
이렇게 위험성평가는 우리 곁으로 빠르게 다가오면서 위험성평가 제도의 변화에 찬반의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예로 지난 5월 위험성평가 고시 개정과 관련하여 위험성 추정의 단계를 쉽고 간편하게 수정하는 평가방법에 대하여 ‘환영한다.’ vs 위험성평가의 보편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처사로 ‘문제가 많다.’는 팽팽한 대립이 있었다.
그럼에도 영국, 독일 등 안전보건 주요 선진국 사례를 보면 위험성평가가 일터의 재해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에는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평가의 성공적 요소는 증거기반(evidence driven)의 과학적 평가와 더불어 근로자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이는 우리 사업장의 유해·위험요인은 해당 작업에 종사하는 근로자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이며 이에 따라 위험성평가 각 단계에서 근로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내용으로 고용노동부의 관련 고시도 개정이 되었다. 사업주는 근로자와 함께 유해·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이러한 위험성을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한 낮게 만들기 위한 활동과 노력이 모든 일터에서 위험성평가라는 실시 수단을 통하여 예외 없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업주는 평가결과를 사업장 전 근로자에게 알리고,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TBM, Tool Box Meeting) 등을 통해 상시 주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위험성평가와 함께 지속가능한 경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