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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복지전략과 우리의 과제

김정목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등록일 2023년07월27일 15시1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5월 31일, 윤석열 정부의 복지정책 방향을 엿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대통령실이 직접 주관한 ‘사회보장 전략회의’가 바로 그 자리였다. 대부분 언론에서는 당일 대통령이 한 발언을 집중 조명하여 보도하였고, 학자들의 비판도 뒤따랐다. 그중에서도 복지의 ‘시장화’를 우려하는 주장들이 가장 많이 회자되었다. 윤석열 정부의 복지전략이 과연 우리에게 어떤 것을 남겼는지, 앞으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다시 상기해 봐야 할 시점이다.

 

사회서비스의 시장화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복지국가는 ‘약자부터 촘촘하게 지속가능한 복지국가’라는 비전 아래 ①약자복지 ②서비스 복지 ③복지재정 혁신이라는 세 가지 전략이 제시되었다. 먼저 약자복지는 취약계층에게 더 집중된 복지자원의 투입을 중요시하겠다는 내용이었고, 복지제도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데에도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부분이 포함되었다.

 

서비스 복지는 사회서비스 부분을 보다 생애주기별 욕구에 맞추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었으며 복지재정 혁신은 재정적 지속가능성 제고에 방점을 찍은 내용이었다. 제시된 내용 중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 것은 역시 사회서비스에 관한 부분이었다. 사회서비스 제공에 있어 민간의 역할을 더 확대하면서 제공 주체 간 경쟁을 유도할 것이며, 이용자의 부담부분을 늘려서라도 서비스를 양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포함되었다.

 

여기서 사회서비스가 시장화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는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상적으로 복지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는 우리 사회에서 크게 세 가지가 존재한다. 첫째는 가족, 둘째는 민간, 셋째는 국가이다. 태어나면서 삶을 영위하는데 일차적으로는 가족이라는 단위가 가족 스스로 복지를 제공한다.

 

하지만 과거 대가족 형태에서 핵가족, 1인 등의 점차 작아진 가구구조 안에서는 가족 스스로 충분한 복지를 마련하기 매우 힘들다. 따라서 가족은 민간이나 국가로부터 복지서비스를 받는다. 여기서 복지국가의 차이가 만들어지는데 복지서비스의 지배적 제공 주체가 민간이 되는 경우가 있고 중앙 및 지방정부가 되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주로 영미형의 시장 중심적 복지국가이며, 후자는 주로 북부 혹은 중부유럽의 복지국가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여전히 가족이 중요한 복지제공의 주체인 국가도 꽤 존재한다.

사회서비스 영역에 있어서 시장화를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히는 것은 결국 돌봄이나 상담 등의 사회서비스 전반의 제공 주체를 민간에, 시장에 맡기겠다고 하는 것이다. 시장에 주로 맡기게 되면 구체적으로는 어떤 현상이 나타나게 되는가?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주·야간 보호센터, 건강 및 심리 관련 각종 센터 등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제공기관들을 민간의 법인 혹은 개인이 차지하게 된다는 것이며, 간혹 존재하는 국공립기관들도 민간위탁운영을 보다 확대할 여지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사회서비스를 위한 재원은 주로 국가와 개인이 부담하지만, 서비스 제공은 민간이 주로 전담하게 되는 구조가 되는 것이다.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가 남길 것은 결국 이용자의 부담

사회서비스의 시장화를 강조한 윤석열 정부의 복지 국가관은 결국 이용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다. 여기서의 부담은 여러 가지 측면이 포함될 것이다. 먼저 재정적 부담이다.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일정 정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필연적으로 이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경제적 부담이 추가된다.

 

우리는 이미 과거에 민간어린이집을 통해 이를 경험한 바 있다. 국가가 정해놓은 표준보육료와 소득수준에 따른 본인 부담을 제외하고서 특별활동비 등의 명목으로 얼마든지 추가로 부모가 더 많은 경제적 부담을 했었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장기요양 분야에서도 비급여항목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회서비스에 있어서 국가가 정해놓은 표준적 서비스이용요금 이외에 얼마든지 경제적으로 추가 부담하게 되는 구조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면, 이용자들은 실제 그것이 필요한지 여부에 상관없이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이용하라고 부추겼을 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둘째, 적절한 서비스제공기관을 선택하기 매우 힘들어지게 되는 문제가 존재한다. 이용자는 일정 정도의 서비스 질이 보장되는 동시에 신뢰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기관을 선택하길 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실제로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가 불러오는 과당경쟁 등의 효과로 인해 적절한 서비스 질을 보장하는 기관을 찾기 어려워진다. 또한, 제공 주체인 민간의 선의에 기대할 수밖에 없으므로 신뢰하기보다는 현실적으로 그냥 맡길 수밖에 없다.

 

셋째, 일종의 부수적 효과로서 가족의 돌봄 부담 증가가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될 것이다. 경제적 부담 증가와 제공기관 선택에 대한 실패의 대가라고도 볼 수 있는데, 돌봄서비스의 필요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가구가 늘어난다. 소득 및 자산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다수의 가족이 그러할 것이며, 동시에 서비스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사회에 속한 구성원들이 그러할 것이다. 이용자들이 사회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게 된다면 결국 그 부담은 가족에게로 돌아오게 된다. 아이의, 노인의, 장애인의, 아픈 사람의 돌봄이라는 것이 가족에게 짐이 되는 사회적 현상이 개선되기는커녕 고착될 것이다.

 


▲ 2022년 9월 19일 대통령실 앞(용산)에서 열린 ‘복지 민영화 선언 윤석열 정부 규탄 긴급 기자회견’

 

노동·시민사회진영의 대안적 복지 국가전략 필요하다

이용자의 부담만 가중되는 복지국가는 결국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 뻔한데도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복지전략을 발표한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과거 보수 정부가 답습했던 ‘복지는 성장의 방해물’이라는 사고관이 그대로 투영되어 한국 복지국가를 더욱 왜소하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정책에 투영시킨 것이다. 그리고 복지는 개인과 가족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국가는 이제 거의 손을 떼겠다는 선언을 한 것과 다름없다.

 

이날 회의에서는 복지재정의 혁신이라고 붙였지만 실제로는 복지지출의 증가를 엄격히 통제하겠다는 것과 현금복지를 줄이겠다는 것이 포함되면서 사실상 국가복지의 축소를 과감히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즉, 보편적 복지국가, 보다 수준 높은 복지국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노동·시민사회진영의 요구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 것과 다름없다.

 

앞으로의 4년은 이 기조가 크게 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들이 조금 더 명확해진다. 우리는 그동안 노동·시민사회진영 내 소홀히 했던 복지국가 전략에 대한 구상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변화된, 그리고 변화되어가는 시민들의 삶의 양식을 면밀히 반영하고 시장과 정치 권력에 대항하여, 범 진보진영의 복지국가에 대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지금부터 전개해나가야 한다. 그리고 노동조합이 일상에서 이를 이끌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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