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이 불안하거나 해고될 경우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고용보험 즉, 실업급여다.
실업급여는 실업 기간 최소한의 생활 안정을 통해 재취업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노동자에게는 생명줄과 다름없는 사회보험제도이다.
특히 외환위기, 경제위기, 코로나 19, 우-러 전쟁 등 경제침체기에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역할을 하라고 존재한다. 사회보험 중 실업급여는 위기가 깊고 길어질수록 실업률이 늘어나 재정이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고, 호황이 계속될 경우 재정은 흑자로 돌아서는 게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제지를 필두로 한 수구 보수언론과 학자들은 틈만 나면 ‘실업급여 재정 바닥’, ‘월급보다 실업급여를 더 타가는데 누가 일을 하려고 하냐’ 등 고용보험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으며 국가 사회정책을 좌지우지하려 한다.
여기서 상기할 것이 고용보험료는 노동자와 사업주가 반씩 부담하는 재정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노동자가 낸 보험료를 실업에 처했을 때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일정 기간’ 동안 정해진 ‘기준’에 맞게 받을 뿐인데, 그것이 그리도 나쁜 일이란 말인가?
▲지난 7월 14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실업급여 삭감’ 운운하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 규탄 기자회견
윤석열 정부, 고용보험 개악 추진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2020.12.)에 의해 21년 7월부터 산재보험 적용 직종을 시작으로 단계적·직종별로 고용보험이 적용 확대되고 있다. 현재, 예술인•특고•플랫폼•기타 특고 노동자까지 단계적으로 고용보험을 확대 적용하고 있으나, 모든 일하는 사람을 실업으로부터 보호하자는 취지와 달리 적용 제외 직종 등 광범위한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소득기반 고용보험 제도 개선TF(이하 고보TF)’를 운영 중이나, 소득기반에 근거한 적용 대상 확대 및 사각지대 해소 등 사회안전망 구축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고보TF는 고물가, 고금리로 실질소득이 줄어들어 생계 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의 실업급여 삭감(하한액 인하, 가입 기간 연장 등) 등 고용보험 개악 중심의 논의를 전문가 위원 발제를 빌어 진행 중이다.
한국노총 등 노동계는 고보TF 5차 회의(’23.5.24)에서 정부의 고용보험 반노동 행태 정책 추진 중단을 요구하고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계가 퇴장한 이후도 기조 변화 없이, 고용보험위원회를 걸쳐 고용보험법 개악을 강행할 계획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기업의 임시 일용 비정규직 사용 관행 등으로 실업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고용구조는 개선하지 않은 채 실업에 내몰린 노동자를 도덕적 해이로 몰아가며 반복수급 감액 방안과 대기기간 연장 등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악안을 발의했다.
이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의 책임을 일자리를 잃는 것도 서럽고 생계유지도 빠듯한 고용 취약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한국의 실업급여 소득대체율은 평균임금 수준에 비교할 때 OECD 최하위권이다. 5년 평균 순소득 대체율이 덴마크 72%, 독일 41%, 스페인도 39%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고작 6% 수준 이다. 특히, 고용보험에 가입한 기간이 실업 이전 18개월 동안에 180일 이상이어야 하며, 노동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비자발적 실직에 대해서만 급여 지급대상이 되는 등 엄격한 수급요건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실업급여 수급자의 73.1%가 실업급여 하한액 적용을 받는 조건에서, 최저임금 대비 소득대체율(실업급여의 하한액)마저 낮춘다면, 저임금노동자의 실업 기간 생계유지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다.
STOP! 고용보험 개악, NOW! 모든 일하는 사람 고용보험 가입
정부의 책임은 방기하고, 사회보험 원리를 망각하고 재정 건전성, 지출 효율화를 들먹이며 고용보험 개악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복합적 경제·고용 위기 시 실업 노동자에 대한 생계보장 및 취업 촉진이 고용보험의 역할 및 취지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고용 안전망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재정 건전성 문제를 노동자의 실업급여 삭감으로 대응하는 것은 정부와 기업은 책임에서 비켜 가고 노동자에게 책임과 고통을 전가하는 것이다.
정부는 실업급여 삭감이 아니라, 계약 종료, 해고, 권고사직이 만연한 노동시장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안정적이고 적정한 임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실질적인 고용보험 재정 건전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추진 중인 고용보험법 개악을 저지하고 고용보험 보장성 강화,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조기 실현 등을 위한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실업급여를 받는 노동자는 결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최소한의 실업급여마저 뺐겠다는 정부와 사용자가 나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