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산하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위원장 최철호, 전력연맹)이 정부를 상대로 탄소중립 기본계획 의결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정의로운 전환 소송’을 제기했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등을 보호하며 부담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이다. 이 정책은 우리나라 탄소중립 기본법뿐만 아니라 국내법 효력을 가진 파리협정 전문과 ILO 가이드라인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을 명시하며, 사회 다양한 계층이 위원회 구성 등에 주도적으로 참여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이행 방식도 마련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사회 다양한 계층의 대표성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를 구성했고, 노동자 등 이해관계자들이 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반영할 기회조차도 박탈한 채 국가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한국노총과 전력연맹은 1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 대표의 참여를 배제한 탄중위 구성과 기본계획 의결은 위법하다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노동계, 청년, 기후환경 등 많은 시민사회 단체가 탄소중립 기본계획의 폐기와 철회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이를 반영하기는커녕 무시하고 있다”며 “이 같은 정부의 전횡은 명백한 위법이므로 전국 5만여 전력 노동자들의 뜻을 대표해 소송을 청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발전소는 폐쇄할 수 있으나, 그곳에서 노동하는 종사자들의 삶은 폐쇄할 수 없다”며 “정부는 탄소중립의 직접 이해관계자인 전력 노동자들의 사회적 대화 참여를 통해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정부는 지금이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하고 비민주적으로 구성된 위원회를 전면 재구성하고, 위원회가 의결한 위법한 기본계획을 즉각 폐지하라”고 촉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2022년, 2기 위원회를 구성할 때 그나마 있던 노동계 몫을 삭제하며 위원회 구성을 산업계 대표를 비롯한 친기업적 전문가들로 구성했다”면서 “이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 발언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김동명 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기본계획에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목표를 하향하고 원자력 발전에 집중한다는데 이는 공격적인 온실가스 감축안이 필요한 현시점과 전혀 맞지 않은 후퇴 안”이라며 “이번 소송을 통해 탄소중립 전환부분에서 직접적 피해를 받는 수많은 노동자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도 “정부는 전환과정에 피해를 보게 되는 이해관계자들과 사회적 대화로 정책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 아닌, 사회적 갈등을 유발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 발언 중인 최철호 전력연맹 위원장
이어 “탄소중립 기본법상 정의로운 전환은 노동자가 주체적으로 사회적 대화에 동등하고 실질적으로 참가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한다”며 “우리는 법이 보장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중심에서 침해된 노동자들의 권리를 되찾고, 탄소중립 정책 수립의 주체로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