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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사회적 재난’이다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의 원인과 대책

등록일 2023년06월09일 09시4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강훈 변호사(전세 사기·깡통전세 시민사회대책위원회)

 

전세 사기로 인천 미추홀구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망자가 올해 4명이나 발생하였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4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1명은 과도한 대출을 갚다가 과로로 목숨을 잃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에서 숨진 것까지 포함하면 전세 사기 관련 사망자는 총 5명이다. 서울 강서구, 구리시, 동탄, 부산, 포항, 대구, 제주 등 전국 각지에서 전세 사기 피해가 신고되어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은 특히 20대, 30대 노동자들에게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런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 정부 탓, 임대차 3법 탓이라고 주장하며 임대차 3법을 뜯어고치겠다, 전세 사기 특별법을 제정하여 전세 사기 피해자를 구제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제대로 규명하지 않고 대책을 세우면 되겠는가?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가 최근 급증하는 진짜 원인, 올바른 대책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지난 4월 26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전세 사기 깡통전세 특볍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전세 사기와 깡통전세란?

요사이 연일 신문을 장식하는 기사 중 하나가 전세 사기이다. 전세 사기는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전세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속여 임차인이 착오에 빠진 상태에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편취당한 경우를 말한다. 반면, 깡통전세는 임대인이 임차인을 속였는지 그렇지 않은지와 관계없이 주택의 임대차보증금보다 주택 가격이 떨어져 주택을 매각(시장에서 매매, 또는 경매·공매로 매각)해도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다 돌려주지 못하는 것을 말한다.

 

전세 사기 사례의 대부분은 깡통전세 사례에 해당한다. 그러나 깡통전세는 주택 가격의 등락을 배경으로 하므로 전세 사기에 해당하는 경우보다 전세 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가 훨씬 많다.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왜 이렇게 늘어났나?

깡통전세와 전세 사기 피해가 증가한 이유는 첫째, 문재인 정부 때 전세대출과 전세 보증을 대폭 확대해주었기 때문이다. 전세대출을 늘려주고 전세 보증을 정부가 확대하자 금융기관은 손실을 보지 않게 되므로 쉽게 대출을 늘려주었다. 실제 전세 사기 피해 발생 시기도 전세대출이 확대된 2017년 이후 급증했다. 따라서 2020년 임대차 3법 제정과 2017년 이후 전세 사기의 급증은 별로 관련이 없다.

 

둘째,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정보 불균형 때문이다. 전세 거래는 수억 원까지 임대인에게 돈을 빌려주는 거래이지만 금융기관과 달리 임차인은 임대인의 신용정보나 체납 정보를 미리 알아볼 수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이런 정보 불균형을 방치했다.

 

셋째, 공인중개사의 임차인에 대한 설명의무 강화가 미흡했다. 공인중개사에게 주택가격 및 보증금과의 비율에 대한 설명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넷째, 임대사업자 제도를 크게 확대하면서도 임대사업자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가 없었다. 이런 상태에서 사기꾼들이 임차인의 전세대출을 활용해 임차인을 속여가며 수백 채씩 주택 ‘갭 투기’로 대규모 사기 행각을 벌였다.

 

깡통전세, 전세 사기의 개인적 예방 대책

깡통전세나 전세 사기를 당하여 극심한 경제적·정신적 고통 끝에 자살하는 피해자가 늘어나면서 전세 거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를 예방하는 방법은 같다.

 

첫째, ‘임대보증금/주택 시세’는 최대 70% 이하여야 한다. 피해자들은 주택가격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전세금이 주택가격의 70% 이하로 거래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것을 몰라 전세 사기를 당했다. 70%는 경매 매각가율(=매각금액/감정액)을 고려해 제시한 주택가격 대비 전세금의 최대한도의 비율이다.

 

둘째, 주택 등기부 등본과 주택 건축물대장을 꼼꼼히 살핀다. 셋째,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확정일자를 열람해야 한다. 특히 다가구주택이면 먼저 입주한 선순위 임차인들의 보증금 현황을 전부 파악해야 한다.

 

넷째, 주택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임대인이 바뀔 것이라고 현재 임대인 또는 공인중개사가 말하는 경우 주택임대차계약 체결을 피한다. 다섯째, 임대인이 계약 체결 장소에 나오지 않고 공인중개사가 대행하는 임대차거래는 피한다.

 

깡통전세, 전세 사기의 제도적 예방 대책

깡통전세나 전세 사기 예방대책으로 첫째, 임차인과 임대인 간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통해 공인중개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하여야 한다. 설명의무의 핵심은 주택가격과 전세 가격의 적정성 및 주택에 관한 권리관계, 아울러 주택의 상태이다.

 

둘째, 임차인의 전세대출이나 전세대출 보증 심사 과정에서 임대인의 신용평가가 불량하면 그 사실을 금융기관이나 보증보험 기관이 임차인에게 고지하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셋째, 임대인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임차인의 전세대출이나 전세 보증보험 가입이 불가능한 경우 또는 민간등록임대사업자인 임대인이 전세금반환보증에 가입할 수 없는 경우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해지 또는 해제할 수 있도록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임대인이 제3자에 주택 소유권을 양도할 때 임차인에게 사전에 통지하고 임차인은 임대차 계약관계의 승계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넷째, 전세대출에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제도(DSR)를 적용하고 임차인들이 보증금 대출 이자뿐만 아니라 원금도 일부 변제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다섯째, 전세금 반환보증, 또는 보증금 반환 보증보험의 보증 범위를 단계적으로 축소하여 전세가의 거품을 빼고 월세 거래 비중을 조금씩 늘려야 한다. 여섯째,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 전체 주택 중 공공임대주택 재고 비율을 늘려야 한다.

 

피해자 구제 대책: 특별법 제정

인천 미추홀구에서 계속 전세 사기 사망 피해자가 나오고 피해자·시민단체와 야당이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자 정부도 특별법 제정을 하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23년 5월 25일까지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하고 협상을 벌이고 있어 조만간 법률이 제정될 전망이다.

 

다만, 특별법에서 전세 사기 피해자만을 대상으로 하면 향후 신청자가 임대인의 전세 사기 의도를 입증하기 어려운 점으로 인해 피해 구제가 늦어지고 깡통전세 피해자들은 피해 구제 대상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정부가 보증금 반환채권 매입 방안을 배제하는 것도 보증금을 일부라도 받아 이사 가고 싶어 하는 전세 피해자들의 요구 사항과 거리가 멀어 문제이다.

 

현재 정부 방안대로라면 가장 피해가 극심한 피해자, 즉 최우선 변제금도 못 받고 쫓겨나가야 하는 피해자들은 기존에 전세대출을 받았을 경우 그 상당수가 지급불능 상태에 내몰리게 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피해자에 대한 최우선 변제금 지원이 불가피해 보이지만 정부는 거부하고 있다. 아울러 파산, 개인회생에 들어가게 될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신용회복 대책이 필요하다.

 

전세 사기·깡통전세 문제는 정부가 제도를 잘못 운영해 피해를 대규모로 키운 사회적 재난이다. 따라서 피해 구제 대책 마련에서 정부는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 5월 25일, 전세 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전세 사기·깡통전세 시민사회대책위원회는 특별법을 ‘반쪽짜리’라고 비판하며 “입주 전 사기, 보증금 5억 원 이상, 수사 개시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 등 많은 피해자가 특별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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