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산하 전국금융산업노종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김현준, 이하 산은 노조)가 산업은행 이전방안 날치기 제출을 즉각 폐기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산업은행 경영진은 27일, 한국산업은행을 부산 이전 대상기관으로 지정하기 위한 내부 방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해당 의결 사항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결정하는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산업은행 내부 노사협의를 거쳐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라’고 안내했지만 묵살됐으며, 경영진 독단으로 이뤄진 밀실 의결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산은 노조는 28일 오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원들의 극렬한 반대와 행정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된 산업은행 이전방안 날치기 제출을 즉각 폐기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기자회견 참석자들은 “어제 아침 새벽부터 수백 명의 직원들이 불통을 일삼는 강석훈 회장과 부행장들에게 항의 의사를 전달하고, 부산 이전안을 의결하는 경영협의회 개최 취소를 요청하기 위해 경영진의 출근길을 막아섰다”면서 “그러나, 직원들의 눈을 피해 은행 밖에서 날치기로 이전기관 지정 방안을 의결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지난 3월 20일, 사측 앞에 ‘노사 공동 이전 타당성 검토 TF’를 설립해 노사가 함께 본점 이전의 타당성을 검토하고, 대내외 공감대를 형성해 함께 의사결정을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 “하지만, 사측의 답변은 “‘이미 행정절차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는 부적절하며, 국가 정책에 대한 타당성 검토 또한 당행 검토사항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답변뿐이었다”라고 밝혔다.
▲ 발언 중인 김현준 산은노조 위원장
이어 “노사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전기관 지정 방안을 작성하고 의결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 제출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산업은행 조합원 2,200여 명, 비조합원 600여 명을 합친 2,800여 명이 연명부에 서명했다”며 “이는 산업은행 사측이 단독으로 이전기관 지정방안을 작성했다는 사실을 명백히 입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산업은행 사측의 의결 사항에 대해 “해당 결의 내용은 상법상 ‘이사회’ 결의사항이지 ‘경영협의회’ 의결 사항이 아니다”라며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산업은행의 업무에 관한 중요사항’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직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 채 위법과 졸속으로 강행되고 있다”며 “명분 없고 실리 없는 산업은행 이전방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이를 무시하고 계속해서 불법적인 이전 추진을 강행한다면 그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미국 내 자산 규모 16위권인 실리콘밸리 은행의 파산, 국내 은행들의 가파른 금리 인상과 경기 약화, 부동산 시장 침체 등 금융위기에 대한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불법적으로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강행하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고 말했다.
▲ 발언 중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어 “노사가 함께 노사 TF를 구성하자는 제안은 거절하고, 경영협의회를 직원들 몰래 개최하는 경영진들의 모습이 한심함을 넘어 불쌍하기까지 하다”며 “정부는 더 이상 산업은행 지방 이전 시도를 멈추고, 대한민국 금융산업이 국가 경제에 어떻게 이바지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