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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 없는 노동

필 존스 지음 / 롤러코스터 펴냄 / 240쪽 / 1만6천원

등록일 2023년02월07일 14시4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미세노동의 탄생

 

특정 데이터를 인공지능이 학습할 수 있도록 가공하는 기술을 ‘데이터라벨링’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PC만 있으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나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한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자동화, 디지털화는 최저시급도 안되는 푼돈을 받고 일하는 데이터라벨러와 같은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 덕분이다.

 

불안정노동의 실태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연구해온 필 존스는 그의 저서 <노동자 없는 노동>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같은 IT 대기업들의 플랫폼 자본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노동자들의 미세노동의 실상을 낱낱이 다루고 있다. 소액대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미세노동’이란 새로운 용어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이들을 구제하는 IT기업의 수혜라는 식의 논리를 통해 저임금, 열악한 처우에 맞서 저항하기 힘든 이들을 공략한다.

 

직업 안정성이나 든든한 임금보다 독립성을 중시하는 새로운 세대의 노동자들을 위한 일자리라는 말로 사람들을 유인한다. 사마소스 같은 플랫폼은 미세노동을 ‘기초적 제조 노동의 디지털 버전’이라는 말로 미화하고, 그들의 불완전하고 변동 가득한 고용상태를 유연성이라는 말로 포장하며 자신들이 새로운 노동 계약의 선의의 노력자라고 주장한다.

표준적인 고용에 따르는 책임을 회피하고 싶은 IT 대기업들에게 이들은 노동자가 아닌 프리랜서, 독립계약자, 플레이어일 뿐이다. 세계최초 미세노동 중개 사이트인 아마존 매커니컬터크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 날 제프 베조스는 그들을 ‘인공적 인공지능’이라는 표현을 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조차 지워냈다.

 

임금을 넘어선 미래를 위해

 

미세노동은 비공식 노동의 외연만 확장시킨게 아니라 자신의 노동이 무엇의 일부분인지도 모른 채 외부에 그 존재가 철저히 은폐된 채, 노동자에게는 불투명하고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 대형 플랫폼이 원하는 노동의 형태이다.

 

이들은 자율주행차와 스마트시티, 안면인식 등을 가능케 하는 알고리즘을 위한 데이터를 처리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자신과 타인의 일을 사라지게 만들고 있다. 그들이 처리하는 데이터를 토대로 패스트푸드 노동자를 대체하는 챗봇, 배달원을 대체하는 배달봇, 공장 노동자를 대체하는 소등 제조가 가동된다. 또한 이들은 미세노동 사이트가 내건 공허한 약속 때문에, 혹은 비밀유지계약 등으로 서로 연대하고 조직화 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저자는 지금 미세노동자들을 흡수할 수 있는 자유와 필연에 대한 비전이 담긴 새로운 저항의 방식을 모색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득한다. 우리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은 임금이 사라진 세상, 노동이 삶의 중심이 아닌 세상, 각자가 언제 무슨 일을 할지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을 상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임욱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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