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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교통 불평등 누가 책임져야 합니까?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2년11월17일 10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아침에 지하철이 연착돼 지각했습니다. 사장님께 지하철 지연운행에 따른 확인서를 발급받아 제출했는데 지각 처리된 부분에 대해 임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합니다. 구제받을 방법이 없을까요?”

수도권에 살며 대중교통으로 통근하는 많은 직장인이 한 번쯤은 겪었을 애환이다. 노동자로는 억울하겠지만 지각으로 인해 감액된 임금을 사업주에게 보전받을 방법은 없다. 지하철 연착으로 인한 피해를 사업주에게 고스란히 짊어지게 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논리상으로는 지하철을 비롯한 대중교통을 운영하는 지하철 공사나, 버스회사를 상대로 운행지연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법정에서 대중교통 운행회사의 고의나 과실을 입증해야 하고 큰 비용이 들어 노동자에게 권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결국 나는 마땅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었다.

 

△ 출처 = 이미지투데이


통계청의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에 따르면 조사 대상 중 약 21%의 시민들은 출퇴근 때 지하철이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있다. 통근수단으로 승용차를 이용하는 비율은 2015년 조사 결과보다 6.8%포인트 이상 증가해 절반(50.8%)을 넘었다. 이는 2020년 초부터 퍼진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른 변화로 보인다. 승용차로 통근하는 이들이 늘었지만 고유가 걱정으로 여전히 많은 수도권 노동자들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 인파로 꽉꽉 들어찬 지하철과 버스로 고단한 하루를 시작한다.

이들의 평균 통근시간은 30.8분이다. 2015년 조사 대비 고작 0.4분 줄어들었다. 서울에서 가장 긴 통근 소요시간(37.2분)이 소요됐고 다음으로 경기도(35.3분), 인천(35분) 순이었다. 30분 남짓 출퇴근 시간이면 괜찮은 것 아닌가? 그러나 이는 평균의 함정에 불과하다. 10분 남짓 걸어서 직장에 갈 수 있는 직장·주거가 근접한 서울 강남이나 판교 등 도시 내 일자리가 보장돼 자족 가능한 지역의 고소득 노동자들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편도 60분 이상의 통근시간이 소요되는 이들이 30%에 육박한다.

통근시간 증가가 통근자들의 삶의 만족을 낮추고 행복감을 갉아먹는다는 사실은 이미 앞선 연구에서 확인됐다. 2016년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직장인들의 통근시간과 행복’이라는 연구의 분석 결과를 보면 서울시 직장인의 평균 통근시간은 35분이었다.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6.86점으로 통근시간이 10분 늘어날 때마다 행복지수가 0.007점 하락했다. 통근시간 10분의 가치를 환산하면 월 5만6천530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철도정책기술본부장은 그의 연구에서 수도권에 거주하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데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 직장인의 행복 상실 가치는 월 94만원으로 평가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수도권에 거주하며 직장 통근거리가 왕복 2시간이 소요되는 노동자는 직장·주거 근접으로 출퇴근시 통근시간 소요가 10분 내외인 노동자와 같은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월 94만원 이상을 더 벌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수도권 외곽에 살며 서울로 출퇴근하는 이들은 다시금 먼 거리를 이동해 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일거리를 찾고 그 과정에서 장시간 노동으로 재해 위험에 노출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경기도 외곽도시에서 서울로 출퇴근하는 노동자라면 마주치게 되는 아침 거점 환승역의 대규모 출근 인파를 생각해 보자. 금정역·가산디지털단지역·신도림역·고속터미널역 등 서울로 들어서는 주요 환승역의 미칠 것 같은 인파 속 숨쉬기도 힘든 출근길 전쟁을 치르며 이들은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의 어느 핼러윈 행사에서 벌어진 대규모 군중 참사 속 희생자들의 공포를 매일매일 상기할 것이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지만, 집이 서울 외곽이어서 벌어지는 노동자들의 이런 상대적 손실을 누가 책임져야 하나?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교통 불평등이 지하철역 가까운 요지에 집을 살 능력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공장이 들어선 화성과 평택, 파주의 산업단지와 정보통신기업이 즐비한 자족도시 판교 주변으로 편리한 교통과 아름다운 녹지와 편의시설이 온전히 재벌 기업과 투자자들의 돈으로만 만들어졌는가?

개발의 광풍 속에 들어선 재개발 단지 입주민들의 출퇴근 승용차로 발생한 교통체증 탓에 원주민들의 통근시간은 배로 늘어나 월 100만원 가까운 행복값을 손해 보는데, 분양받은 아파트 값만 천정부지로 뛰는 불합리한 현실을 공정하고 균형 있게 조절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먼저 주요 도심의 교통부담을 유발하는 개발사업의 주체와 그로 인해 경제적 이득을 보는 이들에 대한 공정한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 그리고 수도권 도시 간 노동자들의 교통수단 지원도 필요하다. 경기도 시흥시는 인근의 인천 남동산업단지에 일터를 두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통근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좋은 사례로 참고할 만하다.

수도권 외곽 신도시에서 서울로 나가고 들어오는 대중교통 횟수를 늘리고 출퇴근 간 균형을 조정하는 것도 시급하다. 일자리가 부족해 시민들이 서울로 일하러 나가는 비율이 높은 용인과 의정부, 부천과 수원의 경우 출근길과 퇴근길 대중교통의 균형이 심각하게 파괴돼 있다. 서울로 일하러 가는 건 중요한데 일을 마치고 저녁이 있는 삶을 위해 집으로 오는 길은 알아서 오라는 이야기인가?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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