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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투기업의 노동탄압③] 디아지오노동조합의 매각 저지 투쟁

김민수 디아지오노동조합 위원장

등록일 2022년11월04일 11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회사 이름은 낯설겠지만 글로벌 주류업계 1위인 디아지오라는 회사가 있다. 시가총액이 100조가 넘고, 연 매출액은 20조가 넘으며, 영업이익도 10조가 넘는 세계적인 초우량 주류회사다. 조니워커와 기네스를 비롯한 많은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윈저 브랜드로 유명한 회사이다. 코로나19로 국내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도 한국법인인 디아지오코리아는 20%가 넘는 영업이익율을 달성했고, 매년 수백억 원의 배당금을 본국으로 송금했다.

 

디아지오코리아 조합원들은 그동안 정말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확실했다. 하지만 사측은 이러한 노력과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형식적인 단체교섭과 일방적인 인사제도 개편 시행 등 독단적인 행보들로 20년 이상 유지해온 합리적인 노사 관계를 파탄 내기 시작했다. 이 무렵 소문만 무성했던 윈저 브랜드 매각에 대한 기사가 2021년 12월 26일 한국경제 신문에 보도되었다. 디아지오코리아 매출의 55% 가량을 차지하는 윈저 브랜드 매각 보도는 열심히 일만 하던 조합원들에게 사형선고와도 같은 기사였다. 그럼에도 사측에서는 “루머에는 대응하지 않을 것이며, 사실을 확인해 줄 수 없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만을 지속하며 노동조합과 전혀 소통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했다.

 


△ 지난 6월 여의도 디아지오코리아 본사 앞에서 열린 디아지오코리아 불법매각 저지 및 척결을 위한 전국식품산업노련 총력투쟁 결의대회

 

노동조합은 2022년 1월 27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 결정 이후, 2월 7일 전체 조합원 임시 총회에서 쟁위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96.63%의 압도적인 가결률로 총파업에 돌입했다. 하지만 사측은 여전히 사태 해결을 위한 노력은 커녕, 오히려 3월 25일 디아지오 글로벌의 발표를 통해 윈저 브랜드 매각을 공식화하기에 이른다. 인수자는 자기 자본금도 없이 인수대금 모두를 외부에서 차입한다고 공헌한 사모펀드(베이사이드 PE)였으며, 디아지오 글로벌 브랜드인 조니워커, 기네스 등의 사업은 신설법인을 설립해 영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도 노동조합 및 노동자들과는 한차례 상의도 없었다.

 

노동조합은 매각 발표 내용 중 이해되지 않는 사항이 있었다. 윈저 브랜드를 매각하기 전 디아지오코리아 법인을 두 개의 법인으로 분할하고 윈저 브랜드를 매각한다는 부분이었다. 디아지오코리아 법인을 남겨두고 윈저 브랜드만 매각하면 쉽게 진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두 개의 법인으로 분할 한다는 것은 노동조합의 반대로 인해 사측이 원하는 대로 물적·인적 분할이 진행되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결정이었던 것이다.

 

또한 조니워커, 기네스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신설법인은 단체협약 승계를 하지 않겠다고 일방적으로 공문으로 통보한 것은, 향후 신설법인을 노동조합 없이 운영하겠다고 만천하에 공표한 것과 다름 없었다. 결과적으로 노동조합을 무력화시키고 글로벌 브랜드는 향후 무노조 경영을 하겠다는 일방적 결정이었다.

 

이에 노동조합은 인적 분할에 동의하지 않고, 분리된 법인에서는 근무하지 않겠다는 초강수를 두며 사측과 맞섰다. 또한 법인이 분할되더라도 노동조합은 하나로 유지, 존속할 수 있도록 기존 노동조합을 일반 노조로 변경할 것을 조합원 투표로 결정하고, 6월 27일 최종 일반 노조 변경 신고증을 수령했다. 이에 사측은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글로벌에서 직접 교섭할 대표를 한국에 파견했다. 2박 3일간의 밤샘 교섭 끝에 7월 4일 양쪽 법인 모두 단체협약을 승계하고 고용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 최종 합의문에 서명하게 되었다. 이로써 디아지오코리아 노동조합은 146일간 흔들리지 않는 파업을 통해 조합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 특히 단체협약 승계를 지켜냈고, 디아지오 노동조합으로 새롭게 출범하게 된 것이다.

 

노사합의와 일반 노조로의 변경까지 이뤄냈지만, 매각은 마무리 되지 않았다. 최초 사모펀드를 통해 윈저를 인수하려던 회사는 포기하고 다시 새로운 인수자가 등장했다. 이 새로운 인수자는 수년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었다. 노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의 향후 고용보장을 위해 윈저 브랜드가 적자 회사로 인수되는 것을 막아야만 했다. 다시 한번 노동조합은 매각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위원장 1인 시위를 비롯해 글로벌 경영진과의 직접 협상을 이어나갔고, 결국 지난 9월 27일 매각은 최종 무산되었다.

 

이번 매각 저지 투쟁으로 자본의 일방적인 매각, 합병, 분할 등의 결정을 힘없는 노동자가 막아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뼈져리게 느낄수 있었다. 또한 노동자들이 흔들림 없이 단결하면 악질적인 자본의 행태도 막아낼 수 있다는 것 역시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었다. 우리 디아지오 노동조합은 이번 경험이 비단 우리의 일만이 아닌 대한민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모든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당면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한국노총 산하 외국인 투자기업 노동조합들이 함께 힘을 합치고 연대해 이러한 불법적이고 악질적인 자본의 행태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선봉에서 모든 역할을 해 나갈 것임을 다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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