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관계
원고들은 한국가스공사(피고회사)에 2016년 하반기, 2017년 상·하반기에 채용형 인턴으로 입사하여 2∼3개월의 인턴 절차를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들이다.
한국가스공사는 원고들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3개월의 인턴 절차를 거쳐 평가한 후 적격자에 한하여 정규직으로 전환됨’을 명확히 밝히면서 ‘2017년 인턴의 정규직 전환율은 90% 이상임’도 함께 공지하였다.
한국가스공사의 성과급은 ‘고정상여금’과 ‘인센티브 성과급’으로 나뉘는데, ‘고정상여금’은 기본급의 50%씩 연간 6회(3, 5, 7, 9월, 설, 추석) 지급되고, ‘인센티브 성과급’은 평가 대상기간 60일 이상 근무실적이 있는 3급 이하 직원에 대해 근무실적 평가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는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원고들에게 ‘고정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고, ‘인센티브 성과급’은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지급하되 인턴 재직기간을 제외하여 지급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고정상여금’ 미지급과 인턴 재직기간을 제외한 ‘인센티브 성과급’ 지급은 정규직 노동자 또는 당초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노동자들에 비해 차별적으로 처우한 것으로 「근로기준법」(이하 ‘근로기준법’이라 함) 제6조 및 「단시간 및 기간제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기간제법’이라 함) 제8조를 위반한 불법행위임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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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판결 요지 및 시사점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권을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11조 및 근로자에게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고 있는 근로기준법 제6조를 구체화하여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그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규정이다. 기간제법 제24조 제1항은 그 시정명령 불이행에 대하여 과태료까지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 바, 위와 같은 규정 취지 및 성격에 비추어 위 규정에 위반하여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적 처우를 한 경우에는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이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가. ‘채용형 인턴’은 ‘기간제법’에서 정하는 기간제 노동자에 해당한다.
대상판결의 법원은 구체적인 설명 없이 채용형 인턴을 ‘기간제노동자’로 전제한 다음, 기간제법 제8조 제1항에 의한 한국가스공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노동자들은 이른바 ‘채용형 인턴’으로, 노동자를 기업에 확정적으로 편입시키기 전 수개월간의 기간을 설정하여 업무 수행 능력을 평가하는 제도로 사실상 시용노동자와 동일·유사하다고 할 수 있고, 시용계약이 (기간제)근로계약임은 명확하므로 채용형 인턴도 이와 같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 이미지=한국가스공사
나. 정규직 노동자와 달리 ‘채용형 인턴’에게 고정상여금 등을 지급하지 않는 차별은 합리적인 이유 없는 차별에 해당한다.
‘고정상여금’ 미지급에 관하여는, 한국가스공사는 △원고들이 인턴으로 근무하던 당시 정규직으로 채용된 노동자가 없으므로 비교대상근로자가 없고, △가사 정규직 노동자가 비교대상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원고들에게 ‘고정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은 제반 사정에 비추어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원고들의 인턴근무기간(2016년도 하반기부터 2018년 상반기까지) 정규직 노동자를 채용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그럼에도 업무에 공백이 없었다는 점, ▲한국가스공사의 ‘채용형 인턴 운영 매뉴얼’에도 ‘채용일부터 현업 근무 가능한 자’라고 기재되어 있는 점, ▲채용형 인턴도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하게 업무를 수행한 점을 고려할 때, 원고들의 인턴 기간 동안 교육연수과정이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정규직 노동자의 주된 업무 내용과 비교할 때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나아가 ▲한국가스공사 취업규칙(보수규정)에는 별도의 직군이나 고용형태의 구분 없이 ‘보수계산일 기준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게 ‘고정상여금’이 지급된다고 정하고 있는 점, ▲재직기간이 60일 또는 30일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지급률의 차이가 있을 뿐 ‘고정상여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채용형 인턴이라고 하더라도 재직기간 60일 또는 30일 미만인 정규직 노동자와 비교하여 업무 수행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들에게 ‘고정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인센티브 성과급’의 경우에도 한국가스공사는 △비교대상근로자가 없고 ▵가사 비교대상근로자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인센티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였으나, ▲채용형 인턴은 채용된 시점부터 정규직 노동자에 준하는 업무를 수행하였으므로 채용형 인턴으로 근무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인턴으로 근무하던 기간에도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된 노동자와 동종 또는 유사한 업무를 수행하였다고 보이는 점, ▲원고들이 인턴으로 근무하던 당시 정규직 신규 채용 노동자가 없다고 하더라도 직제에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가 존재하는 이상 비교대상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하였다.
또한 ▲한국가스공사는 채용형 인턴과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되는 노동자 모두 국가직무능력표준(NCS)를 기반으로 채용하고 있는 점, ▲인턴은 대부분 정규직으로 전환되므로 인턴이 정규직 노동자로 채용될 인원의 배수를 정원으로 모집되었다고 볼 수도 없는 점, ▲채용형 인턴이라고 하더라도 특별히 업무 능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인턴 노동자에게 ‘인센티브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근로기준법 제6조의 차별금지요소는 ‘예시’로 보고 폭넓게 판단하여야 한다.
대상판결은 ‘채용형 인턴’이라는 특별한 고용형태 또는 직군을 고려하여 새로운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종전에 존재하는 노동자 간 차별에 관한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그 적용 범위와 기준을 ‘근로관계의 실질’에 맞추어 판단한 타당하고도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대상판결이 ‘채용형 인턴’을 구체적으로 구분하여 설명하지 않은 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에 해당한다고 한 부분은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채용형 인턴(기간제)’을 거쳐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된 원고들의 고용형태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이므로 기간제법의 적용이 적용된다고 단언하기가 어렵고, 특히 ‘인센티브 성과급’의 경우에는 기간제 노동자로 근무하던 중 발생한 차별이라기보다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에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채용된 노동자와 비교하여 발생한 차별적 처우라고 볼 여지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채용형 인턴이 기간제 노동자가 아니므로 차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하지 못하는 것일까?
무기계약 노동자가 ‘사회적 신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근로기준법 제6조가 정하는 차별금지요소인 성별,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한정적으로 열거된 요소가 아닌 예시로 본다면, 채용형 인턴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와 당초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된 노동자 사이의 차별문제는 동일한 비교집단 내에서의 차별문제로 볼 수 있다.
결국 근로기준법 제6조를 노동관계에서 본질적으로 동일한 비교대상 사이에서 열거 사유를 포함하여 고용형태와 같은 그 외의 사유까지 포함한 차별적 처우를 금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단순히 기간의 정함이 있고 없고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대상판결의 사례와 같이 다양한 고용형태에 수반되는 차별까지 포섭하여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차별금지법의 제정 없이 근로기준법 제6조 만으로도 최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노동관계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차별들을 어느 정도는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