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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기후위기와 건강의 위기, 보건의료체계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팀장

등록일 2022년10월07일 09시47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9월 24일 3만 5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모인 대규모 기후집회가 열렸다. 2019년에 7천여명이 대학로에서 모인 이후 3년만에 열린, 기후집회로서는 사상 최대 규모였던 924 기후정의행진은 ‘이대로 살 수 없다’를 슬로건으로 했다. 기후위기에 동반되는 건강의 위기만 살펴보더라도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표현은 참 적확하다.

 

단적인 예로 기후위기와 더불어 우리의 삶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는 팬데믹 위기는 자본주의를 뿌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후위기와 상호연관성을 가진다. 코로나19를 포함하여 여러 인수공통감염병의 배경에는 불평등한 글로벌 자본주의가 있다. 고소득국의 소비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본이 생물·물리적 자원과 저렴하게 착취가능한 노동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남반구를 수탈하면서 야생동물들은 서식지에서 쫓겨나고, 인수공통감염병의 완충지대인 생물다양성이 파괴된다. 지금 우리가 처한 기후위기와 건강위기를 비롯한 이 다중의 위기는 천재지변이 아니라 자본의 활동이 유발한, 예상되어왔던 재난인 것이다.

 


△ 기후정의행진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위기

 

물론 기후위기로 인한 건강위기는 팬데믹뿐만이 아니다. 극단적 기후현상이 일으키는 인명피해부터 간접적인 질병영향까지, 기후가 건강에 미치는 피해는 광범위하다. 그리고 기후위기가 일으키는 이 모든 건강위기는 기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지형을 따라 편중되고 있다. 가난한 이들, 장애나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는 이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는 이들, 여성, 어린이들에게 더 큰 타격을 준다.

 

올해 여름의 살인적인 폭우는 반지하와 같은 취약한 주거환경에 돌이킬 수 없는 인명피해를 불러왔다. 평균기온상승으로 더 많은 온열질환이 발생하고 있으며, 그 피해는 장시간 고온환경에 노출되는 취약한 사업장의 노동자, 냉방시설이 없는 주거환경에 사는 이들에게 집중된다. 고온환경은 체온상승에 더 민감한 노인, 기저질환자에게도 건강 위협 요인이 되며 임신한 사람에게는 임신성고혈압, 전자간증, 조산 등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대기오염은 기후변화와 상호 되먹임(feedback)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대기오염으로 인한 급·만성 호흡기질환은 기저질환을 가진 이들은 물론 호흡기계가 취약한 어린이와 같은 인구집단에게 더 치명적이다. 기후부정의를 가장 직관적이고 아프게 증명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건강불평등이 아닐까.

 

 

공공병원 확충·강화 필요

 

그렇다면 기후위기와 건강위기에 대응하는 보건의료체계는 어때야 할까? 기후위기에 따른 건강 피해에 대응하기 위한 공중보건의 개입은 일반적으로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에 대한 연구와 실 태조사, 의료자원을 활용해 기후변화의 건강영향을 중재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포함한다. 나아가 보건의료영역이 병원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역사회와의 기후 대응 역량을 강화시키고, 보건의료영역을 넘어 기후와 환경 대응을 위한 제반 정책들을 옹호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한국의 민간중심 의료체계는 기후대응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우선 공공병원을 비롯한 공공의료자원이 매우 부족한 것이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병상 공급 과잉 상태이나 그 대부분이 민간병상으로, 공공병상 수로는 OECD 꼴등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기형적인 공급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닥친 팬데믹 대응과정에서 우리는 근 3년간 대형민간병원들이 재난 대응에 협조적이지 않다는 것을 여실히 목도하고 있다.

 

감염병 파고 때마다 정부는 병상확보를 위해 민간의료기관을 어렵게 설득해야 했고, 결국에는 손실보상금과 수가로 회유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지연된 병상확보와 개선되지 않는 돌봄노동자들의 노동강도는 코로나19 대응을 어렵게 했고, 결국 코로나19 확진자는 물론 시민 전체의 건강권을 위협했다. 사실 민간영역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민간의료기관이 대다수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가치지향적인 목표를 수행하는 데 한계가 많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는 결국 팬데믹뿐만이 아니라 점증하는 기후 건강위기에서도 반복될 문제다. 기후재난과 건강위기를 중재하기 위해서라도 공공병원을 확충 강화해야 할 것이다.

 

 

보건의료영역도 탄소배출 줄어야

 

기후로 인한 질병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데에서 나아가 보건의료영역이 병원의 탄소배출을 줄이고, 지역사회와의 기후 대응 역량을 강화시키고, 보건의료영역을 넘어 기후와 환경 대응을 위한 제반 정책들을 옹호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러한 적극적인 기후대응까지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한국의 맥락에서는 적어도 과잉의료를 줄이는 것부터가 시급하다. 보건의료영역은 그 자체로 주요 탄소배출원이기도 하다. 한국의 전체 탄소배출의 5.3%는 보건의료분야에서 배출되며, 한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보건의료분야 탄소배출량은 세계 8위이다. 보건의료분야의 배출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겠으나, 과잉의료로 인한 불필요한 배출이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단적인 예로 병원에서 가장 많은 탄소배출 지분을 차지하는 곳 중 하나가 수술실이다. 그런데 한국 의료계에서는 민간주도 공급구조와 지불제도가 유도하는 과잉진료행위로 인해 특정 수술들이 지나치게 많이 행해지는 기이한 행태가 반복되고 있다. 공공의료 공급을 늘리고, 필요한 이들에게 적정진료를 충분히 제공하는 제도개편으로 보건의료부문의 불필요한 탄소배출을 줄이고 건강불평등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건강을 상품으로 만드는 민간중심 의료체계를 버리고, 지속가능한 공공의료체계로 전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살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환은 기후정의를 요구하는 사회운동과 함께 할 때 가능할 것이다.

이서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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