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인권위 조사관이 만난 이야기
20여년간을 인권위 조사관으로 활동해온 저자 최은숙이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과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정한 마음에 담아 책으로 엮어 펴냈다. 권리구제나 인권 교과서와 같은 틀에 박힌 지식과 정보 위주의 글들이 아니라 다양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담긴 책이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시민단체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저자는 인권위가 출범하면서 시민운동 활동 경력을 인정받아 인권위 조사관으로 업무를 시작하게 되었다. 인권위 조사관들은 매해 100건 많게는 200건 이상의 사건을 처리하는데, 책 <어떤 호소의 말들>은 이중 세상에 조용히 울려퍼지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은 저자의 또 다른 사건 기록이다.
책의 1부는 저자가 만난 진정인들의 사연 위주의 글들을, 2부는 인권위 조사관으로 일하면서 느꼈던 저자의 다양한 인권에 대한 생각들과 가족과 친구들, 생활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인권위 조사관으로서 느꼈던 기쁨과 뿌듯함, 자신의 일에 대한 확신뿐만 아니라 책 속에는 피의자의 인권을 대변할 수 밖에 없었던 순간에 느껴야만 했던 인권 보호에 대한 회의감, 선입견으로 진정인을 단정짓고 그의 호소를 제대로 들어주지 않았던 일에 대한 후회도 담겨 있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인권위의 한계에 무기력함을 느낌에도 저자가 계속해서 인권위 조사관으로서 일해갈 수 있었던, 뜻을 같이하는 동료 조사관들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조금씩 알아가며 배우는 인권
책 속에는 중국집 주방장 이야기, 참치캔 두 개에 담긴 사연, 기억에 남은 피해자 가족의 모습,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차마 내뱉지 못했던 청년 노동자들의 구구절절한 어려움, 누군가의 가슴에 박히는 그저 스쳐가는 한마디의 무거움, 성폭력 사건, 스포츠 분야 인권, 감금되고 구타당하고 오해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야기 등 다양한 사연이 소개되고 있다.
그 사연마다 담겨 있는 것은 용기를 내어 인권위까지 찾아와 진정을 낸,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이들의 마음이었다. 아마도 그러한 마음 때문에 한가닥 다정함을 붙들고 매순간 자신을 의심하며 더 낮고 어려운 사람들의 호소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을 것이다.
저자는 책 속에서 우리가 믿고 의지하는 법과 제도를 잘 만드는 것만큼이나 누가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해내느냐가 중요하며, 그 마음이야말로 ‘인권의 마음’이라고 ‘마음’의 중요함을 거듭 말한다. 그리고 조금은 슬프고 귀여운 그 모순된 마음을 읽다 보면, 작은 소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생각하고 실천하며 인권의 마음을 키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