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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노동3권을 되찾아야 한다.

박래군 손잡고 상임대표

등록일 2022년09월01일 09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라는 작은 시민단체가 있다. 2013년 말 쌍용자동차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난 뒤 시민 배춘환 씨가 한 언론에 노란봉투에 4만7천 원을 넣어서 보냈다. 이 일을 계기로 ‘노란봉투 캠페인’이 진행되었고, 여기에 4만7천 명의 시민들이 참여해서 14억 원 넘는 금액을 모았다.

 

노동사안에 대해서 시민들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참여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까 손잡고는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에 대해 노동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액의 손해배상과 임금까지 가압류하면서까지 노동권을 말살하는, 잘못된 제도를 없애기 위해서 2014년에 결성된 단체다.

 

손잡고는 그동안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손배가압류를 없애기 위한 법안들을 제19대 국회부터 꾸준히 발의해왔다. 이 제도가 노동자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주는지, 그리고 손배가압류를 통해 노동조합을 파괴하고 있음을 정치권에 이해시키고, 노조법 개정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 손배가압류 현장 실태조사와 현장 간담회를 이어왔고, 토론회와 연구작업들도 진행해왔다.

 

올해는 공공상생연대기금의 지원을 받아서 <아카이브 33.3>을 구축하기도 했다.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는 헌법 제33조와 노동조합의 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노동조합및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조를 합쳐서 이름을 지었다. 그동안 진행되어온 손배가압류 관련 재판 자료 197건을 정리하여 누구나 찾아볼 수 있게 했다.

 


△ 제8회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출처 = 손잡고)

 

노조법 제3조는 다음과 같다. 제3조(손해배상 청구의 제한)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

 

조문 그대로 보면 노동조합의 단체행동에 대해서 손해배상을 할 수 없도록 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제는 ‘이 법에 의한’이란 수식어이다. 노조법에 의해서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되는 범위를 넘어서는 행동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을 할 수 있다는 논리로 발전하고, 실제로 1994년부터 이를 근거로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법원은 이를 인용해왔다. 노동자들의 임금도 가압류 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자 한 명이 수억 원 대의 손해배상을 감당하라는 것은 잔인하다.

 

‘사용자는 고액의 손해배상 및 가처분 신청 등을 통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시켜 노조의 활동을 차단하고 식물노조로 만든 뒤 노조 해산을 유도하도록 하고, 주동자에 대해 선별적으로 고액의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노조 내부의 분열을 유도’하는 게 손배가압류 제도다. 손해배상 대상자가 된 노동자는 수억 원에 이르는 손해배상을 감당하기 어렵다. 임금도 압류되고, 집안의 가구와 집기들에게까지 압류 딱지가 붙으니 가정 파괴까지 이어진다.

 

이런 고통을 잘 아는 노동조합의 간부들은 이에 맞서서 죽음으로 항거하기도 했다. 두산중공업의 배달호, 한진중공업의 김주익, 최강서 열사들의 경우가 그런 경우다. 그렇게 자결하는 경우 외에도 손배가압류 문제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시달리던 노동자들이 돌연사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고통을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탈퇴하거나 근로자지위확인소송 취하를 종용받거나 퇴사를 강요당하기도 한다. 이러면 노동조합이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저항할 수도 없다. 최근에는 이런 손배가압류가 비정규직, 하청, 플랫폼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게 집중적으로 가해진다.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는 공권력을 통해 파업 노동자들을 구속시키는 방법으로 노동운동을 탄압했다면, 이제는 형사적인 방식이 아닌 경제적 수단을 통해서 노동운동을 탄압한다. 말하자면 신종 노동운동 탄압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손배가압류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는 손배가압류를 노동탄압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주춤하는 듯하더니 윤석열 정권에 들어와서 다시 기승을 부린다.

 

지난달 파업을 끝낸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경우에는 회사가 7천억, 8천억 원의 손해배상을 법원에 청구하겠다고 노동조합을 압박했다. 마지막까지 이 문제가 쟁점으로 남았다. 이러면서 손배가압류 제도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월급 2백만 원을 받는 조선소 하청 노동자들에게 7, 8천억 원을 배상하라는 것은 아무래도 너무 심하다는 여론이 일었고, 그러자 정치권에서도 잠자고 있던 노란봉투법을 소환하게 되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진행되는 동안 군산의 참프레라는 곳에서도 배달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이고, 고공농성까지 진행했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회사가 100억 원의 손해배상을 걸겠다고 압박하였고, 이런 압박을 견디지 못한 조합원들이 모두 노조를 탈퇴해버렸다. 결국 손배가압류 제도를 통해 노동조합을 해산하게까지 만든 것이다. 진로하이트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에도 원청 회사는 교섭에 응하지 않고, 손해배상액을 5억 원에서 27억 원으로 높이고, 이후에도 다시 높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은 손배가압류 앞에서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기본권마저 부정하는 제도를 없애자고 해왔지만, 국회에서는 19대 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단 한 번 법안심사가 이뤄진 뒤로 매번 심의조차 안 되고 폐기되고는 했다.

 

지금 21대 국회에도 4개의 노란봉투법이 발의되어 있는데 손잡고는 새 법안을 준비하고 정의당 이은주 의원을 통해 새럽게 발의하려고 하고 있다. 이번 법안에는 노조법 제3조만이 아니라 제2조도 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는 최근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에서 보듯이 제3조만 개정해서는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하여 사실상의 영향력 또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자’와 ‘그 사업의 노동조합에 대하여 상대방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할 수 있는 자’까지 넓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야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제3조는 노동조합의 쟁의행위를 넓게 인정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고, 노동자 개인에게는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해 정기국회에서 노란봉투법을 반드시 입법시키기 위해서 손잡고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가 먼저 나서서 운동본부를 만들고 있다. 노란봉투법 입법으로 노동기본권을 확보하는 투쟁이 본격화된다. 한국노총도 이런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야 하지 않을까? 더 이상 노동자들을 죽음과 굴종으로 내모는 손배가압류는 이번에 확실히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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