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서울시로부터 수탁‧운영하고 있는 도심·동남·동북·서남권 서울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권역센터)는 정책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미조직노동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프랫폼‧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한 세무지원사업은 권역센터의 시그니처 사업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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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프리랜서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사업
미조직노동자 중 다수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와 같이 노동자인 듯 노동자가 아닌 특수고용노동자들이다. 이들에게는 노동상담과 교육 등 일상적인 사업 외에도 이름과 같이 특수하고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같은 고민 속에서 기획된 것이 권역센터 ‘플랫폼·프리랜서 세무지원사업’이다. 사업자로 분류돼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 5월은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공포의 달이다. 증빙자료를 직접 준비해야하는 데다 신고절차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세무지원사업은 이같이 세무신고를 제대로 하지 못해 과도한 세금을 내거나 세제혜택을 받지 못하는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준비됐다.
최초 사업은 도심·동남권센터가 설립된 2020년도부터 시도되었다. 하지만 세무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려웠고, 사업준비 부족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시행착오를 겪은 후, 2021년 초부터 시작된 오랜 준비과정과 동북·서남센터가 설립되면서 4개 권역센터 공동사업으로 확장‧완성되었다. 4개 권역센터는 2021년 2월 플랫폼·프리랜서노동자의 노동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세무사를 찾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언론홍보를 위해 서울시와 한국노총 명의로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센터별로 주요 거점에서 거리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사업을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20여개 언론사에서 기사를 게재했고, 대표 아침 방송인 SBS모닝와이드에서 사업이 소개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뿐 아니라 권역센터에 대한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실제로 고객만족도조사에서 상담자 67%가 ‘온라인홍보와 언론기사를 보고 사업을 알게 됐다’고 답했다.
사업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달성했다. 전화와 방문, 온라인 상담문의가 쇄도했고, 상담 요청에 바로 응대할 수 없어 항의를 받을 정도였다. 사업 첫해인 2021년 4월 중순부터 5월 말까지 약 6주 동안 4개 센터에서 551건의 상담실적을 올렸다. 고객만족도 평가에서도 ‘84%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만 ‘세무사 증원’이나 ‘상담시간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았다. 권역센터는 고객만족도 평가를 반영해 2022년도에는 센터별로 상담일수를 1일에서 2일로 늘리고, 코로나19 펜데믹이 진정됨에 따라 찾아가는 상담도 진행했다. 4월 말부터 5월 말까지 약 5주 동안 553건의 상담 성과를 달성했다.
이 외에도 상담이 어려운 노동자들을 위해 종합소득세 신고방법을 담은 온라인교육영상을 2021년부터 2차례 제작해 업로드했고, 누적조회수가 6월 현재 1천회를 넘어서고 있다. 배달노동자들이 즐겨 찾는 ‘현종화오토바이TV’나 금융전문 유투버인 ‘개념있는 희애씨’ 등과 촬영해 업로드한 세무상담프로그램 영상은 누적조회수 5천회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플랫폼·프리랜서 지원 특화센터인 동북권·서남권센터는 노동자들의 요청에 따라 월·화와 목·금 오전에 세무상담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세무상담에 이어 정책·제도 개선 추진
권역센터는 세무지원사업을 정책·제도 개선사업으로도 확장했다. 2021년 사업을 준비하며 종합소득세 신고시 배달라이더의 업무특성을 반영한 전용 신고코드가 없을 뿐 아니라, 플랫폼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소득세 원천징수를 하고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 이로 인해 다른 업종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었던 것이다.
권역센터는 이에 한국노총과 함께 플랫폼배달노동자의 세무제도 개편을 통한 소득 보존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같은 해 6월 기획재정부·국세청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국회의원실과 정책간담회를 개최하고 전용코드 신설과 세제혜택 확대를 촉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인 김주영 의원은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 사안을 다루며 기재부와 국세청을 압박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부족하나마 플랫폼배달노동자들이 ‘퀵서비스배달원’ 코드로 신고할 수 있도록 국세청 방침의 변화를 이끌어 냈고, 이전보다 많은 세제혜택을 볼 수 있게 됐다. 코드 변경만으로도 플랫폼배달노동자 1인당 적게는 30만 원 많게는 50-60만 원까지 세금환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향후에도 경비율 인정비율이 높은 ‘늘찬배달업’으로 분류, 특성을 온전히 반영한 전용코드 생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다.
한발 더 나아가 권역센터는 한국노총과 함께 올해 6월 특수고용노동자의 소득을 노동소득으로 인정해 복지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법·제도적으로 노동자성 인정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지만, 논쟁만 지속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우선 제도 개선을 통해 이들의 소득을 노동소득으로 인정하고 노동법상 노동자들에 준하는 혜택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플랫폼업종이 다양해 업종별 검토해야 할 사항이 적지 않지만, 정부와 국회의 의지만 있다면 사회보험 가입 확대가 충분히 가능하고, 세무제도 개편으로 실질소득 상승의 기반 마련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뿐 아니라 국민의힘, 정의당, 무소속 의원이 공동주최로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 권역센터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힘을 보탤 계획이다.
권역센처 시그니처 사업이 된 플랫폼‧프리랜서 세무지원사업
사실 2019년, 한국노총이 도심권·동남권센터를 수탁했을 때 역량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자치구센터와의 역할 차별화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세무지원사업은 이런 우려를 불식시켰을 뿐 아니라, 권역센터의 대외적인 인지도를 높이고 센터의 역할을 각인시키는 데 상당한 성과를 내며 시그니처사업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종합지원센터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센터별 사업역량 강화와 권역센터 공동사업 체계 구축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숙제를 남긴 사업이기도 하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의 고용형태, 다양해지는 노동환경을 모두 대응하기에는 권역센터 재원과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개의 권역센터는 한 발 더 뛰고, 더 많이 노력해 더 많은 맞춤형 사업을 기획해 미조직 취약노동자로 대표되는 플랫폼‧프리랜서를 대상으로 한 지원사업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