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은 서울시로부터 권역별(도심‧동남‧동북‧서남)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이하, 권역센터)를 수탁받아 노동자 권익보호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9년 10월 도심권센터, 11월에는 동남권센터를 개소했고, 2020년 12월에는 동북권센터, 서남권센터의 사무가 시작됐다. 권역센터의 계약기간은 3년이며, 2022년 10월, 도심권‧동남권의 민간위탁사업 재계약에 성공했다. 권역센터는 서울시를 4개 권역으로 나누어 서울에 거주하거나, 사업장이 있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 한국노총-서울시 권역센터 위‧수탁 협약 사무
1. 취약계층 노동자 노동복지 증진을 위한 정책개발 및 추진
2. 유관기관 및 자치구 센터 간 협력-연계사업 발굴 추진
3. (도심·동남) 서울시-권역 내 센터 간 거점기능 수행
3. (동북·서남) 서울지역 플랫폼‧프리랜서 권익보호 및 지원
4. 노동자 종합지원센터 공통사업 추진
- 취약계층 노동자 노동상담, 법률지원 및 노사관계 컨설팅
- 노동조합 설립 지원 등을 통한 노동권익 보호사업
- 노동관계법 등 교육 및 취업지원
- 문화·복지·안전보건 등 노동자 복지향상을 위한 ‘종합서비스’ 제공
5. 시설관리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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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역센터의 사업추진에 앞서, 권역별 실태조사를 통해 권역의 산업과 노동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권역센터의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권역센터별 특화사업을 설정했다. 도심권은 소규모 봉제, 인쇄, 쥬얼리 산업을 중심으로, 동남권은 운수물류, IT프리랜서 중심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동북권은 소규모 봉제, 수제화 산업, 서남권은 IT, 도소매업, 금융업 중심으로 사업을 계속하고 있다.
최근 산업의 변화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이에 따라 급속하게 늘어난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에 대한 지원사업을 권역센터가 수행하고 있다. 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의 사회적대화 참여 지원, 연대노조 조직화 지원, 한국프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설립 등에도 큰 역할을 했다.
현재 4개의 권역센터에는 연평균 4만여명이 지원사업 및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권역센터는 매년 2건 정도의 정책연구사업을 진행해 노동권 강화를 위한 정책제언을 도출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매년 6천 건 정도의 내방, 전화, 온라인, 찾아가는 노동상담 등 법률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특성화고를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과 업종별 노동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년 2만5천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하고 있다.
△ 서남권 서울특별시 노동자종합지원센터 ‘찾아가는 노동상담’(출처=서남권센터)
기존의 노사관계 관행과 법‧제도로는 플랫폼‧프리랜서의 노동인권보호에 부족함이 많다. 따라서 권역센터는 플랫폼‧프리랜서 지원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시작한 플랫폼‧프리랜서 종합소득신고 지원사업은 큰 호응과 성과를 남겼다. 세무지원사업은 TV교양프로그램, 신문, 관련 유튜브에도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권역센터 운영과 같은 민간위탁사업은 행정보직의 비대화 억제, 민간의 특수한 전문기술을 활용한 행정사무의 능률성 제고 및 비용 절감,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단순 행정사무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시행된다. 관련 법률 중 국가사무의 경우 ‘정부조직법’,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으로 정의하고, 서울시와 같은 지방차지단체 사무의 경우는 ‘지방자치법’, ‘서울특별시 행정사무의 민간 위탁에 관한 조례’에서 정의하고 있다.
민간위탁사업의 개념적 특성은 ①법령이나 조례 등에 규정되어 자치단체장이 시행해야 할 사무중에서 ②공공‧공익성이 있고 ③시민의 권리‧의무와 무관하며 ④민간부문의 경쟁적 시장구조가 형성되어 경쟁원리 적용이 가능한 사무를 대상으로 ⑤능률성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수탁자를 선정하여 ⑥수탁기관의 명의와 책임하에 그 사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17개 광역 자치단체 및 중앙정부에서는 수백 건의 민간 위탁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중 노동자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노동자종합지원센터, 비정규직 지원센터, 이동노동자 쉼터가 대표적이다. 서울시에서는 노동자지원 민간위탁사업을 오래전부터 진행해 왔다. 그 성과를 벤치마킹해 올해 들어서는 부산광역시, 인천광역시, 대구광역시, 울산광역시에서 노동권익센터를 설립해 민간에 위탁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서울시 민간위탁사업의 성과와 평가는 매우 우수하다. 다른 자치단체의 민간위탁사업에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서울시의 민간위탁사업은 총 410개 정도이다. 노동 관련 사업은 권역센터를 포함하면 10개 정도다. 사업평가 시스템도 매우 철저하다. 매년 2차례 ‘서울시 지도점검’과 1회 ‘외부 회계감사’가 실시된다. 사업 3년차에는 ‘민간위탁 종합평가’를 통해 사업인프라, 사업활동, 사업성과, 지도감독이행노력, 만족도를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이를 통해 사업의 재계약, 재수탁 등에 반영하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민간위탁사업의 중‧장기 성과관리 계획’을 발표하고, 기존과는 다른 평가 기준을 만들고 있다.
서울시의 일방적인 민간위탁 사업비 삭감
서울시는 2022년부터 민간위탁 사업비를 삭감해 오고 있다. 2021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 바로 세우기’ 관련 지침을 발표하고, 서울시의 50여개 민간위탁사업에 대한 운영방식 변경, 사업 통폐합, 일부사업 종료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권역센터의 사업비는 계속적으로 삭감되고 있고, 서울시에서 서울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한 2023년 사업비 예산안도 삭감됐다. 특히, 권역센터의 정책연구사업에 대한 예산이 전액 삭감되어 이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서울시와 한국노총이 권역센터 위‧수탁 사업을 시작하며 작성한 협약서에 명시된 사업을 수탁기관과의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의 민간위탁 사업에 대한 개선 의지는 존중한다. 일부 민간위탁 사업의 중복 예산 투입, 채용 비리, 비효율적인 사업에 대한 개선은 서울시민의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사업이기에 타당하다. 하지만, 민간위탁사업을 추진하고 수행하고 있는 노동자의 노동인권에 대한 서울시의 인식 부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동안 서울시에서는 지침으로 ‘민간위탁 노동자 근로조건 보호 확약서’를 수탁기관장이 서명하게 해 민간위탁 노동자의 노동인권보호에 힘써 왔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일방적으로 사업예산을 삭감해 노동자의 업무를 빼앗고 있다. 이것이 서울시가 말하는 노동인권보호는 아닐 것이다.
무엇보다 서울시정 책임자 변경으로 서울시가 오랫동안 쌓아온 노동자지원 관련 사업의 노하우와 성공사례가 중단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울시 민간위탁사업의 책임은 위탁을 한 서울시에 있겠지만, 그 사업의 수혜는 시민인 민간이 받는다. 사업을 실행하는 민간 수탁기관은 시민의 요구와 효과적인 사업운영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수탁기관은 민간위탁의 법적 근거가 되는 ‘정부조직법’과 ‘지방자치법’, 자치단체의 ‘행정사무의 민간위탁에 관한 조례’와 ‘민간위탁 지침’을 철저히 준수해야 할 것이다. 민간위탁 사업 운영의 기본이 되는 공공성과 효율성의 적절한 배분도 중요하다.
한국노총은 서울시 노동정책의 수립부터 실행까지 함께해 온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권역센터의 수탁기관으로서 서울시의 노동자지원사업에 함께 하고자 한다. 서울시는 한국노총이 노동자 지원사업을 성실히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