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은 목민심서에서 “백성은 배고픔보다 불공정한 것에 더 분노한다(不患貧 患不均)”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균형발전과 사회통합을 추구하고 노동존중사회를 건설”할 것을 약속했다. 예나 지금이나 세상이 고르지 못한 것은 매 한가지며 세상을 고르게 하는 것은 정치의 주된 소임이다.
지난 2월 28일 국회 본회의장에서는 노동시간 단축 관련 근기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한국노총 정기대의원대회장에서는 비정규직 조직화로 200만 조합원 시대를 실현할 것을 선언했다. 근기법개정안은 토·일요일을 포함한 주당 법정 노동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이다.
실망스런 내용과 긍정적인 내용들이 함께 포함되어 있다. 실망스런 것은 주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노동에 대해 휴일·연장노동수당 합산지급을 인정하지 않아 정부의 위법한 행정지침에 면죄부를 주고 대법원전원합의체 판결에 부정적 영향을 준 점이다.
긍정적인 부분은 노선버스 등 무한정 장시간 노동에 내몰린 특례업종이 26개에서 5개로 줄어들고 특례로 존치되는 업종에 대해서는 연속휴식시간을 최소 11시간 보장하도록 한 점이다.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을 미조직비정규직 노동자에게까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민간사업장까지 확대한 것도 긍정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게는 적용하지 않는 문제점이 있다.
우리는 앞으로 이번 근기법개정안의 문제점을 바로 잡고 2000만 노동자의 온전한 노동시간 단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투쟁하지 않으면 안 된다.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근기법과 관공서 공휴일 규정을 적용하고 존치된 특례업종을 완전히 폐지시켜야 한다.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보전방안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노총은 2018년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단결과 연대의 정신으로 내사업장부터 미조직비정규직을 조직하기로 힘차게 결의했다. 한국노총이 우리나라 제1노총으로서 2000만 노동자를 대표하고 정치·사회적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조직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군다나 노동조합 조직률은 최근 십 수 년 동안 10%대를 겨우 유지하고 있는데 300인 이상 대기업은 조직률이 60%가 넘는 반면 1,200만 명에 달하는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0.1%의 낮은 조직률을 보이고 있다. 정작 노동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과 중소영세기업 노동자들은 대부분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과 대표성이 약화된 것도 이러한 노동조합 조직률과 무관치 않다. 한국노총이 200만 조합원시대를 위해 미조직비정규직을 조직화하자고 결의 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지금 노동운동의 당면 과제는 사회적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많은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스스로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법과 제도를 통해 세상을 고르게 하는 것이 정부와 정치의 역할이라면 미조직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일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우리들의 몫이다. 국회의 근기법개정 내용을 차별이라고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는 차별 해소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자기모순에 빠진다. 미조직비정규직 조직화는 우리가 차별철폐와 200만 조직화를 위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며 건너야 할 강이다.
우리가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비정규직을 조직화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조직비정규직을 조직하고 함께하기 위해서는 기득권을 나눌 수 있는 열린 자세와 용기가 필요하다. 나눌 수 없으면 함께 할 수 없고 함께하지 못하면 조직을 확대 할 수 없으며 조직을 확대하지 못하면 노동운동은 서서히 사그라진다. 결의는 실천이다. 내 사업장부터 비정규직 조직화를 실천하여 200만 조합원시대를 앞당기자. 그것은 불평등을 해소하고 우리사회가 보다 고른 사회로 나아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