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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코로나19 유행시기 확산된 비대면 진료, 좋기만 한 것일까?

이상윤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책임 연구위원

등록일 2022년06월09일 09시0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원격의료와 관련된 논란은 오래된 얘기다. 원격의료의 필요성, 효용성 등에 대한 의견에도 불구하고 안전성, 질, 접근성, 형평성 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아 그간 한국에서 원격의료는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특히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의 반대가 커 실행에 어려움이 있었다.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 입장에서는 대형병원이 원격의료를 할 경우 본인의 환자를 대형병원에 뺏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유행 이후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어쩔 수 없이 원격의료 혹은 비대면 진료가 허용되었기 때문이다. 여러 형태로 원격의료가 수행된 결과 의사들의 반발도 많이 줄어들었고, 여러 가지 우려되던 부작용도 생각만큼 크지 않음이 밝혀졌다. 이에 코로나19 유행 이후에도 본격적인 원격의료 시대가 열릴 가능성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진행된 원격의료에 대한 평가를 보면 환자들은 원격의료 방문에 대해 높은 수준의 만족도를 보고했으며, 대면 진료와 관련된 장벽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원격의료, 디지털 장벽 고려해야

 

그러나 원격 진료는 원격진료에 필요한 필수 기술, 인터넷 환경 및 디지털 활용 능력에 대한 접근이 환자 집단마다 크게 다르기 때문에 기존의 건강 격차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연령, 지역, 사회경제적 수준 등에 따라 디지털 장벽이 있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러한 요인에 대한 세심한 고려 없이 원격의료가 무분별하게 확대된다면, 가장 위험하고 가장 소외된 지역사회에서 의료 접근에 대한 기존의 불평등을 강화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원격의료는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이들에게 분명 필요하고 효용도 있기에 이용을 아예 막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하지만 어떠한 환경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원격의료가 진행되는가에 따라 기존 의료 체계에 위협이 될 수도 있고, 기존의 의료 불평등이 악화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향후 이에 대한 논의와 정책 결정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디지털 격차 및 접근성에 따른 불평등 완화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제외국에서 시행된 원격의료에 대한 평가 결과는 분명 이러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원격의료에 대한 장벽은 농촌 인구, 노인,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고 건강에 대한 문해력이 제한된 사람들에게 크게 작용했다. 중요한 정책적 고려가 없다면 가장 취약한 환자가 원격의료의 혜택을 가장 적게 받을 것이다.

 

제외국에서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원격의료 시행에 대한 평가로 정보 격차, 디지털 격차에 대한 인식이 증가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에 비춰볼 때 한국의 경우는 원격의료의 필요성과 효용성에 대한 논의만 많고, 원격의료가 가져올 불평등과 격차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는 적어 우려스럽다.

 

나이가 많고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환자의 상당수가 스마트폰, 태블릿 컴퓨터, 노트북 컴퓨터 등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해 이러한 장치를 완전히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이다. 그들에게는 장치를 사용하는 방법과 인터넷 화면상 인터페이스와 상호 작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수적이다. 또한 대면진료가 꼭 이루어져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원격의료나 비대면 진료보다 대면 진료가 우선하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민영화·시장화에 대한 규제 필요

 

원격의료 수행시 이에 대한 보수 지불 방식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환자와 의료인의 선호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해 볼 때, 원격의료가 기존 대면진료만큼 혹은 그에 견줘 더 낫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증거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 영역에서 적지 않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원격의료의 질, 건강 향상 효과, 비용 및 활용도 등에 대한 논란이 아직 많다. 이 부분이 명확해지지 않는 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로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원격의료 역시 다른 의료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안전성, 효과, 경제성 등에 대한 평가가 진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에 근거해 서비스 보상 수준이 결정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와 별개로 의료 영역에 상업적 행위자가 등장해 기존의 의료 체계를 위협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원격의료 주창자들은 원격의료가 의료에 사용되는 ‘도구’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원격의료는 그 기술의 특성과 그것을 위해 요구되는 조건 때문에 더 광범위한 사회 구조 변화의 계기로 작동되거나 그러한 변화를 추구한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과 그들의 역할 증대이다. 전통적 의료 영역에서 주된 행위자는 의료인, 의료기관,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 보험회사 등이다. 세계 규모에서 ‘디지털 헬스’의 효용을 강조하며 뛰어든 새로운 행위자는 바로 거대 규모의 테크노, 데이터 기업들이다. 구글, 아마존, 애플, 삼성 등 테크노, 데이터 기업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술적 강점과 많은 데이터를 이유로 이 영역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의 경우 SK, KT, LG 등 통신사들과 네이버, 카카오 등 이른 바 ‘토종’ 통신 및 데이터 기업들이 주된 행위자다.

 

새로운 행위자의 등장은 전통적인 의료 영역에 새로운 ‘가치’를 주입하며 새로운 ‘실행’이 필요하다는 주장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의료인과 환자의 인간적 접촉을 통해 의료가 이루어지고 그 공급은 사회가 책임진다는 전통적 모델을 넘어, 데이터에 근거해 데이터 전문가들이 의료를 제공하고 그 공급은 기업과 시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기존의 의료 체계를 민영화하고 시장화하는 기제로 작용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 원격의료가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 기존 의료 체계 내에서 공적 의료를 위한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정책과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코로나19 유행 시기 원격의료 혹은 비대면 진료의 활용은 그 가능성과 한계를 보여주었다. 원격의료가 기존의 의료 불평등을 악화시키고, 비즈니스 모델이나 상업화된 의료의 도구로 활용되도록 하지 않기 위해서 시민단체, 노동조합, 규제 당국의 적절한 역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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