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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국정과제 평가 ① : 노동정책

친기업적 노동관에 대한 우려

등록일 2022년06월03일 16시12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유정엽 한국노총 정책2본부 본부장

 

새 정부 출범과 국정운영 기조

 

윤석열 정부는 5월 10일 대대적인 취임식과 함께 출범했다. 당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35차례 강조한 반면, 사회적 양극화 및 갈등 해소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통합’이라는 단어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국정운영의 근간이 될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이를 보면 시장의 자유와 성장을 우선시하는 정책 방향성이 예상된다.

 

코로나19, 기후위기, 디지털 전환과 고용위기 대응, 불평등·양극화 해소 등 국가 주도의 위기대응이 필요한 시점에 신자유주의적 처방 자체는 시대착오적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심화된 불평등과 일자리 문제는 과거 수십 년간 치중했던 기업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산물임에도 그 해결책으로 민간주도, 규제완화, 시장화, 재정의 건전화만을 강조하는 정책을 펼 경우, 또다시 대기업과 소수 기득권층에 경제의 주도권을 내줘 불평등 및 양극화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특히 노동분야에서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의 실현을 약속하고 있지만, 주요 추진과제는 그 목표와 상당한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에 현 정부가 표방한 국정과제의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고, 향후 전망과 한국노총의 대응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주요 노동정책 국정과제의 내용과 평가

 

1) 전반적 노동정책 기조

 

윤석열 정부는 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했으나, 노동정책 및 노사관계 정책의 핵심기조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규제 완화 △효율과 성과만을 강조하는 친사용자 중심의 정책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장시간노동 확대와 노동자의 건강권 침해를 야기할 노동시간 규제완화(선택근로시간제 정산기간 확대, 연장근로시간 총량관리, 스타트업 및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 ▲OECD국가 중 산재사망률 1위 국가의 현실을 외면한 기업자율 중심의 안전관리체계 구축 ▲법과 원칙만을 강조하고 있는 공정한 노사관계의 구축이란 정책과제는 노사관계를 성과주의 정책의 수단으로만 여기는 차기정부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 노동가치 존중에 대한 올바른 인식 없이 노동을 경제성장의 도구로 치부하는 새 정부의 친기업적 노동관을 여실히 드러내 노동정책 전반의 후퇴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 노사관계에 대한 현실 인식과 철학 부재

 

첫째,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법과 원칙을 강조했다. 노사관계에서 공정,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은 그럴 듯 해 보이나, 우리 노사관계 현실을 먼저 직시해야 한다. 플랫폼, 특고, 비정규직, 중소영세 노동자들은 노조할 권리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노조를 만들더라도 실제 사용자와 교섭조차 하기 힘든 현실이다. 노동조합의 인정, 단체교섭 보장을 요구하며 파업을 하고자 하면 정당한 쟁의권 확보도 어렵고, 불법파업으로 내몰리기 다반사이다. 노동법만 보더라도 현행 노조법상 28개 벌칙조항 중 노조 활동 및 쟁의행위 관련 처벌조항은 22개, 사용자 처벌규정은 6개에 불과하다. 노조간부에 대해서는 손배 가압류, 업무방해죄 적용 등 형사처벌 적용이 빈번한 반면, 사용자에 대한 최종 처벌 사례는 매우 드물다. 이런 현실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한 것은 노조에 대한 엄중한 법집행을 의미한다. 현 정부가 진정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자 한다면, 비준·발효된 ILO 기본협약의 존중과 이에 입각해 노조할 권리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3) 노동시간 제도에 대한 노사선택권 확대

 

새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노동시간에 대한 노사선택권 확대를 강조하며, 건강보호 조치를 병행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 연장 근로시간 총량관리, 스타트업 및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를 내세우고 있다.

 

대선공약과 인수위에서 노동시간 규제완화 정책을 뒷받침한 전문가들은 ‘노사선택권’, ‘노동자의 자기결정권’ 등을 명분으로 제시하고 있다. 노조조직률 12%에 불과한 우리나라 상황에서 절대다수 사업장의 경우 노동시간 관리 및 통제권이 전적으로 사용자의 작업지시권에 의해 결정된다. 실질적인 노사의 자율적 선택이나 노동자 개인의 선택이란 찾아보기 힘든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특히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기간 확대는 1일, 1주 노동시간 제한이 없는 제도적 허점을 노리고 집중적인 장시간노동을 시키는 수단으로 재계가 거듭 요구해온 사안이다. 연단위 연장 근로시간 총량관리, 스타트업 및 전문직의 근로시간 규제완화(화이트컬러 이그젬션) 등도 근로기준법상의 노동시간 규제를 회피하려는 제도개악 방안이다. 선택근로제나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등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는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현저히 적은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제도이다.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연간 노동시간은 1,908시간으로 노동시간 유연화 제도를 잘 갖춘 독일보다 무려 6백 시간이나 많다.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유연화 이전에 실노동시간단축 확대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노동시간 규제완화는 주52시간제 무력화와 과로사 등 노동자 건강권의 심각한 침해를 야기한다.

 

더욱이 이러한 제도의 쉬운 도입을 하고자 노동시간 등의 주요한 노동조건의 결정에 있어 노동조합을 배제하고, 부분별·직종별 노사협의회에 근로자위원을 두도록 하는 등 노사협의회의 대표성을 강화하겠다고 접근하고 있다. 이는 노동현장의 실질적 의사결정 구조를 무시하고, 노사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게 될 매우 위험한 접근방식이다.

 

4) 산업안전 및 산업재해 문제조차 규제완화

 

윤석열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개정 등으로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고 한다. 한마디로 명확한 경우가 아니면 경영책임자에게 면책을 주겠다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라고 에둘러 표현했으나 중대재해처벌법을 뜻하는 것이다. ‘불확실성 해소’, ‘안전보건 확보의무 명확화’는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는 경영책임자와 법인이 처벌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확대해주겠다는 것이다. 방법론으로 ‘지침·매뉴얼’을 통해서라고 밝혔는데, 이는 안전보건규제를 형해화시키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시행된 지 반년도 안된 중대재해처벌법을 손댈 것이 아니라 엄중한 법집행이 우선이다. 실질적인 법의 사각지대인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안전대책부터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5)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확산

 

새 정부는 세대상생형 임금체계 확산이란 명분하에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우리나라의 임금격차가 주로 기업규모와 고용형태별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소기업간 원하청 구조 개선, 기업별노조 중심의 교섭구조 개선, 비정규직 차별개선, 저임금체계개선 등 근본적인 개선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는 과거 임금피크제가 단순히 장기근속 노동자의 임금삭감 수단으로 악용된 것과 같은 결과만 초래할 뿐이다. 이미 대다수 대기업에서 임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연봉제로 전환한 상태에서 추가적인 직무성과급을 강제하는 것이 과연 얼마나 청년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인지 의문이다.

 

6) 효율만을 강조한 공공기관 혁신

 

현 정부는 공공기관 혁신이란 미명하에 공공기관 스스로 인력 효율화, 출자회사 정리 등을 추진 시 인센티브 등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공공부문에 대한 인력감축과 기능조정, 범위 축소 등을 예고한 것과 다름없다. 공공부문에서 경영평가 지침이나 예산지침에 따른 인센티브 부여는 곧 강제시행을 의미한다. ‘공공기관 직무중심 보수·인사·조직관리 확산’도 10년 전 박근혜 정부가 공정인사 지침이라 이름으로 추진한 성과중심의 인사관리 및 쉬운 해고 지침을 재탕한 것이다. 이런 정책을 노사관계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은채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면, 향후 노동시장은 심각한 갈등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7) 취약계층 노동정책의 부재

 

새 정부의 노동정책에는 취약한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번 대선이 노동이 없는 선거, 정책이 없는 선거라고 평가되었으나,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는 우리 사회가 극복해야 핵심적인 과제라는데 이견이 없다. 새 정부의 국정과제에는 양극화 해소 및 비정규직 대책 등 취약계층 노동자 보호대책이 빠져 있다. 양극화 문제 해소와 사회통합적 노사관계 구축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활성화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다. 이러한 문제개선을 위해서는 원·하청 및 기업 규모에 따른 임금격차 축소, 비정규직 문제 개선 및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가 확대되어야 한다. 윤석열 정부도 우리사회의 양극화, 임금격차, 불안정 고용의 원인과 문제점을 해소하고자 하는 진정어린 고민을 해야 한다.

 

 

노동운동의 대응과제

 

대선 시기 공약 및 국정과제로 확인할 수 있듯이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규제 완화와 노동시간 유연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 공정 및 법과 원칙이란 명분하에 친기업적인 정책추진이 예상된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의 차별, 노동기본권 확대보다는 노조의 교섭권 약화와 쟁의행위 관련 엄정 대처, 복지보다는 성장, 사회적 대화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노총은 노동자들의 생명, 안전, 건강권을 위협하는 노동조건 개악이 추진될 경우 적극적 대응 및 투쟁에 앞장설 것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들이 주로 노동관계법 개정 사안인 만큼 여소야대의 정치지형을 활용한 정책교섭의 추진, 주요 정당과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정책 교섭력을 강화할 것이다. 진정한 노동의 가치존중이란 온전한 노동기본권을 보장하고, 일터에서의 인권존중 및 안전보장과 차별을 해소하는 것임을 현 정부도 새롭게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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