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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의 역사적 소명은 여전히 유효하다

장진희 한국노총중앙연구원 연구위원

등록일 2022년05월24일 10시41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여성가족부는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

지난 2월 여성가족부 폐지를 우선순위로 공약한 것에 대한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의 답변이다. 우리 사회에 성차별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그의 주장처럼 ‘개인 대 개인’ 문제만으로 바라봐도 괜찮을 만큼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은 개선됐으며, 여성가족부는 정말로 역사적 소명을 다했을까. 여성가족부의 전신인 여성부의 당초 소명은 ‘여성차별과 폭력 철폐’였다.

 

여성부를 출범시킨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역설적이지만 여성부는 여성부가 없어지는 그날을 위해 일하는 부서”라고 언급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여성차별과 폭력이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한 여성부도 존재해야 함을 의미한다. 그러나 남성보다 저조한 경제활동참가율과 여성 임원 및 관리직 비중, 성별 임금격차와 현장에 산재한 성차별적 조직문화 등 여전히 수많은 통계가 여성차별이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부에서는 우리나라의 성불평등을 보여주는 여러 여성 관련 통계가 여성계 혹은 여성단체의 입맛에 맞게 조작·가공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조작할 여지가 없는 국제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성평등에 관한 통계는 유엔개발계획(UNDP)에서 발표하는 성불평등지수(GII)·인간개발지수(HDI)를 성별로 구분해 남녀의 성취 수준을 성비로 측정하기 위한 젠더개발지수(GDI)가 있으며, 세계경제포럼(WEF)이 ‘Global Gender Gap Report’를 통해 발표하는 성격차지수(GGI)가 존재한다. 그리고 노동시장 내 여성의 지위를 확인할 수 있는 대표적 지표로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발표하는 유리천장지수(Glass-ceiling Index)가 있다.

그중 유리천장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여성 경제활동참가율, 성별 임금격차, 기업 내 중간관리자 및 이사회 내 임원 비율, 여성 국회의원 비율 등 10개 항목을 통해 산출되는데 우리나라는 10년 연속 조사 대상 29개국 중 29위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 중간관리자 비중은 15.6%로 뒤에서 두 번째고, 성별 임금격차는 31.5%로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주요 상장기업 이사회의 여성 비율도 8.7%로 꼴찌다.

 

개인의 기대수명과 교육 수준, 1인당 국민총소득(GNI)으로 산출되는 젠더개발지수는 5그룹 가운데 세 번째로 낮고 경제참여와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과 생존, 정치권한을 토대로 하는 성격차지수는 153개국 가운데 109위다. 이처럼 성평등과 관련된 국제통계는 우리나라 여성의 위치가 어떠한지 너무나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현실이 구조적 차별이 아닌 개인의 문제라는 주장은 전혀 공감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의 근거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측은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에 대해 르완다나 필리핀같이 절대적인 인권 수준이 낮은 국가가 우리나라보다 순위가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해당 통계가 허무맹랑한 자료라고 답했다. 이어 성불평등지수를 이유로 삼았는데, 우리나라의 성불평등지수는 162개국 중 11위,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2010년 처음 발표된 이래로 우리나라는 10위권을 기록해 왔으니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리나라 여성이 차별받지 않으며, 더는 여성이 차별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세계경제포럼의 성불평등지수에 따라 우리나라 여성이 차별적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젠더개발지수·성격차지수·유리천장지수는 여전히 우리나라 여성이 차별적인 환경에 놓여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성불평등지수는 기존의 통계를 뛰어넘을 정도로 대표적인 성평등 지수일까.

성불평등지수는 생식건강·여성권한·노동참여 총 3개 영역에서 측정이 이뤄진다. 그중 생식건강에는 모성사망비와 청소년 출산율이 포함되고, 여성권한에는 여성 국회의원 비율 및 중등 이상 교육받은 인구, 노동참여는 경제활동참가율 지표가 활용된다. 국제의원연맹(IPU)에 의하면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19.0%로, 12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여성 경제활동참가율은 OECD 37개국 중 33위에 불과하다. 중등 이상 교육을 받은 인구 또한 남성보다 약 10%포인트 낮다.

이처럼 성불평등지수를 구성하는 지표 대부분에서 우리나라 여성의 위치는 낮다. 그런데 성불평등지수가 낮은 이유는 OECD 평균 22.9%보다 크게 낮은, 1.4%에 불과한 청소년 출산율 덕분이다. 즉 성불평등지수를 인용해 우리나라 구조적 차별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여성권한이 낮고, 여전히 노동시장에서 남성보다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현실을 외면한 채 낮은 청소년 출산율에 기대 이제 우리 사회는 성평등하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여성이 겪는 차별을 모른다고 해서 차별이 없다고 주장하거나 통계의 본 목적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곡해해서는 안 된다. 여성의 생식건강을 제외한 여성 전반에 걸친 통계들은 아직도 우리 사회가 성평등과 떨어져 있다고 공통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여성의 처우가 개선됐으니 여성가족부의 역사적 소명이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 (jhjang8373@inochong.org)

출처 : 매일노동뉴스(http://www.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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