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대선이 끝난 지 84일 만에 6.1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32년 만에 개정된 지방자치법에 따라 올해부터는 지방의회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되기 때문에 지역 정치에 기대와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지방선거에 임하는 노동조직은 개별 단위사업장 사안을 뛰어넘어 지역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정치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개입하여 노동자의 기본권 강화와 노동자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본 글에서는 이번 6.1 지방선거의 의미를 짚어보고 한국노총의 3대 목표, 16대 과제를 소개해 지역현장의 이해를 돕고자 한다. 또한 이를 지방정부의 노동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지역사회 변화와 민선 8기 지방선거의 의미
역대 지방선거를 보면 친노동자 자치단체장의 당선은 그 지역의 노동·복지정책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서울시는 ‘노동존중특별시’라는 노동정책 기조하에 조례와 위원회 제정, 노동정책기본계획 수립 등 행정조직 및 지역거버넌스를 체계화 했다. 비정규직 정규직화, 생활임금 조례, 노동이사제 등 노동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했다. 특히 코로나 재난기에 광주, 부산, 대구 등의 지자체에서는 노사민정 사회적대화로 지역상생형일자리를 추진했다. 전주시의 ‘해고 없는 도시’ 상생 선언을 시작으로 전국 50여곳에서 고용유지·해고금지 실천에 동참했다. 경기도 등 광역·기초단체에서는 재난지원금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의 실험적인 시도와 이행과정에서 주목할 점은 모범적인 노동복지정책모델이 타 지역사회에 영향력을 미치고, 중앙정부 노동사회정책의 토대가 된다는 점이다.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해지면서 인구감소는 지역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자산과 인구의 수도권 집중은 일자리와 소득의 지역간 불평등을 심화하고 더 나아가 보건의료, 교육, 주거 등 보편적 사회인프라의 수도권 쏠림현상도 가속화시키고 있다. 더구나 기후변화와 일과 산업의 디지털 전환 등 급격한 산업환경 변화가 자본과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화와 결부되어 지역 간 불평등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이번 6.1 지방선거를 지역균형발전과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 일과 삶의 공동체 회복을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노동중심 정의로운 지역사회 건설을 위한 한국노총의 3대 목표, 16대 과제
한국노총은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노동 중심 정의로운 지역사회 건설’ 기조하에 참여와 통합의 노사관계, 차별 없는 평등한 노동시장, 나의 삶을 책임지는 지역사회 안전망 구축을 3대 목표로 정하고 16대 과제를 선정했다.
첫째, 참여와 통합의 노사관계 영역은 ▲지자체 노동행정체계 구축·확대 ▲노동중심 지역 사회적 대화 구축 ▲노동이사제 도입 ▲노동회의소 기반 구축 및 노동인권교육 확대·활성화이다.
노동존중사회를 표방하는 지자체가 늘면서 노동행정 제도화를 이뤄내고 있지만 여전히 서울, 경기를 제외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에 격차가 크다. 지역 노동정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노동정책 기본계획 수립으로 청사진을 제시하고, 시도단위에서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독립된 노동·일자리 전담부서 설치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일자리위원회 등 지역에 분산되어있는 고용노동거버넌스를 노·사·민·정이 대등하게 참여하는 노사민정협의회를 주축으로 재정비해 지자체의 노동정책 입안과정에서 지역주체간 협의로 이행해나가는 시스템이 요구된다. 그리고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노동자경영참가를 보장해 지방공기업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그밖에도 노동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한 노동인권교육 조례제정도 시급하다.
둘째, 차별 없는 평등한 노동시장 영역에는 ▲생활임금 도입확산 및 임금정보공시제 도입 ▲공공고용공단 설립 ▲공무직노동자 신분보장 및 차별개선 ▲상생형 일자리와 지역공동복지연대기금 조성·운영 ▲주4일제 시범 도입·시행 ▲청년·여성·고령자 등 세대·계층의 노동권 보장이 포함되었다.
먼저 생활임금 조례제정 및 적용 범위 확대 등으로 생활임금 본연의 취지를 되살려야 한다. 생활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는 지자체가 107개로 확산추세이긴 하지만, 투자·출연기관에만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지자체 민간기업 전체로 생활임금제를 확산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이를 바탕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완화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 지방공기업 및 출자·출연기관 등 임금공시제를 의무화하고, 고용형태공시제와 연계한 성별·직종·근속 등 임금정보공시를 의무화해 임금불평등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이외에도 공공고용공단 설립으로 취업·훈련서비스를 강화하고, 취약계층 노동자의 일자리 질을 개선해야 한다.
최근 전국 최초로 서울시에서 공무직 고용안정 및 처우 개선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었으나 광역·기초를 포함해 17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공무직 노동자의 신분보장과 차별개선을 위해서는 공무직 법제화가 시급하고,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전환과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원칙 등이 적용되어야 한다.
아울러 지역은 여전히 중소기업 중심의 불안정 일자리에 집중되어 있어 노사 상생을 통한 상생형 일자리를 확대하고, 기업규모 및 고용형태에 따른 임금 및 복지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지역공동복지기금 설치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또 지역 청년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거버넌스에 청년대표 참여를 확대하고 청년자립을 위한 청년수당을 도입해야 한다. 지자체 내 성평등정책 전담조직 기능도 강화해야 한다. 초고령 지역사회 도래에 대응한 고령자 취업 및 사회참여 촉진을 위한 고령자 고용 활성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삶을 책임지는 지역사회 안전망을 위해서는 ▲공공사회서비스 인프라 확충 및 지역사회 통합돌봄 확대 ▲공공보건의료공단 설립과 보건의료 직접고용 및 공공의대 설립 ▲지역 유급병가 제도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산재예방 활동 강화 ▲노동자 휴게시설 설치·개선 지원 ▲플랫폼·특고노동자 산재·고용보험 지원 및 맞춤형 안전보험 실시 등의 과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이다.
노동자와 서민의 일상적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초석이 될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한국노총이 제시하는 노동의제와 더불어 지역 고유 실정에 맞는 노동의제를 발굴해 과감하게 제기하고 이슈화해 나가야 한다. 특히 노동조합이 지역 거버넌스에 주도적으로 참여함으로써 노동이 존중받고 중심이 되는 노동친화적인 정책을 열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