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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과 향후 과제

공정한 임금체계 마련으로 공공이 민간 선도해야

등록일 2018년04월13일 18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임금체계 개편이 또다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핵심적인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2016년도 성과연봉제 확대도입 시도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으나, 상반기에 공공부문 임금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의 발표가 예정되면서 그것의 성격과 내용을 두고 벌써부터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방안에 직무급적 요소가 포함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현장의 우려가 크다. 또 다른 형태의 성과연봉제로 이해되면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갈등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짙어 보인다. 

 


 

 

임금수준과 임금체계를 구분해야

 

공공부문 임금체계를 둘러싼 첨예한 갈등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나 외부 임금전문가들이 개편의 필요성을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이에 관한 내부 구성원들의 유인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내부 구성원들의 유인이 낮은 까닭을 다시 두 가지 측면으로 구분하면, 우선 표면적으로는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지만 개편을 통하여 얻고자 하는 실제 기대효과는 임금수준의 하락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재부 소관의) 인건비 절감, (고용노동부에서 관심을 갖는) 정규직 고용부담 완화를 통한 고용률 제고, 그리고 민간부문과의 형평성 등이 이러한 측면에서 제기되는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다. 

 

이러한 주장은 임금체계의 정의와 목적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에서 임금체계 개편을 어렵게 만드는 주요한 원인이기도 하다. 임금수준과 임금체계를 정확히 구분하는 것(즉, 정책 목적과 수단의 정합성을 높이는 것)이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내부 구성원의 유인을 높일 수 있는 필요조건임은 공지의 사실이다.

 

내부 구성원의 유인이 낮은 두 번째 이유는 임금체계 개편의 근거로 제기하는 주장이 임금체계의 본원적 영역에 해당되기는 하나 내부노동시장 중심의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특성상 현장에서 그러한 주장에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자 입장에서는 임금 연공성 완화, 동일노동가치 동일임금(이하 동노동임) 원칙 확립 등이 임금 공정성 제고 측면에서 당위적 성격을 갖기에 중요하다. 

 

하지만 입직에서 퇴직까지 상당히 유사한 과정을 거치면서 내부 구성원의 동질성이 매우 높은 우리나라 공공부문 인력구성상 이 또한 내부자 입장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즉, 현행 임금배분방식이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명백하게 불공정하나, 내부 구성원의 동질성이 유지된다면 이러한 방식을 통해서도 구성원 모두가 만족할 만한 장기적 균형점에 도달가능하다. 쉽게 말해 젊어서 손해를 보더라도 나이 들어 그에 합당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내부 구성원 입장에서 현행 방식을 변경할 유인이 약할 수 있다. 

 

공공기관 내부 규율 강화 필요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나라 공공부문에서 왜 임금체계를 개편해야 할까? 필자는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이 사안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공부문 인력운용은 총액인건비 제도라는 비민주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에 기초한다. 매년 임금인상률 자체를 통제받기 때문에 공공기관들은 조직 및 인력운영을 함에 있어서 매우 협소한 재량권만을 갖는다. 

 

그런데 상상을 해보자. 만일 기재부에서 어느 날 갑자기 총액인건비 제도를 폐지하고 각 기관의 상황과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인력을 관리하도록 허용한다면 현장에서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까? 과연 각 기관들은 총액인건비 제도라는 외부적 규율이 사라진 상황에서 그것을 대체할 만한 내부적 규율장치를 마련할 수 있을까? 국민 세금부담이 증가되지 않도록 합리적으로 예산을 관리하면서 공공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을까? 안정적이고 효율적이면서도 공정하게 임금을 배분할 수 있을까? 

 

필자는 이 점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이다. 현재 공공기관에 내재되어 있는 임금배분에 관한 규범 원리는 “동년도 입사자 임금격차 최소화”가 거의 유일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상호 신뢰가 부족한 상황에서 기재부는 지속적으로 관리수위를 높여왔고 이에 대응하여 개별 기관들은 각종 회피수단을 찾거나 또는 평가기준을 맞추기 위한 궁색한 노력만 반복해왔다. 

 

자식의 씀씀이를 믿지 못해 장기적으로 용돈을 주지 못하고 매일 일정액을 용돈으로 지급하는 부자관계와 유사한 상황이다. 경제관념이 없는 자식 탓인지 그렇지 않으면 자녀가 올바른 경제관념을 형성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지 않은 부모 탓인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우선 공공기관들이 임금배분방식을 포함한 인력운용 전반에 관한 내부적 규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총액인건비 제도(그와 더불어 경영평가제도)로부터 탈피하여 진일보한 관리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내부적 선결노력의 일환으로서 임금체계 개편이 필요하다.  

 

고용 유연성과 임금 유연성 모두 비정규직에 전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적으로 추진될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공공기관 임금체계 개편의 또 다른 이유이다. 외환위기 이후 - 옭고 그름을 떠나 - 고용유연성과 임금유연성이 사회적으로 강조되면서 공공기관들은 비핵심역량이라는 이유로 또는 노동시장에서 대체가능한 인력이라는 이유로 상당수 인력들을 아웃소싱하였다. 반면 정규직에 적용된 기존의 임금체계는 비교적 견고히 유지되면서 고용유연성과 임금유연성, 두 가지 부담 모두를 직간접 고용 비정규직에게 전가하는 기이한 노동시장 구조가 형성되었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전대미문의 정규직화 사회적 운동은 이러한 배경에 근거한다. 즉, 비정규직 활용의 비정상성이 일면 급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작금의 정규직화 운동의 사회적 정당성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부문 정규직화 운동은 그 시작은 고용형태 조정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고용형태 또는 직군간 임금차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공공부문은 민간부문을 선도하여 다양한 직업자들이 한 조직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한다. 그것을 위한 중요한 단초는 당연히 공정한 임금체계 마련에 있다.

 

정동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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