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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역 인부들

박희숙 <교과서 속 구석구석 세계명화> 저자, 화가

등록일 2021년10월07일 08시5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집 안에 있는 돈만 쓰면 좋겠지만 그런 사람들은 전 국민의 1%에 불과할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도 내일도 계속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아서 생활한다.

 

우리는 살아가기 위해 숙명처럼 돈을 벌어야만 하는 현실이지만 정말 돈을 벌기란 쉽지 않다. 남에게서 돈을 받기 위한 일은 그 어떤 것도 다 어렵다. 특히 가난하고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한 노동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육체노동밖에 없다. 육체노동 이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극히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석탄을 하역하는 인부들>

1875년경, 캔버스에 유채, 54×65,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

 

생계를 위해 험한 노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 중에 하나가 하역 노동자들이다. 1870년대 대부분의 하역 노동자들은 특별한 기술도 재능도 없이 오로지 몸 하나만을 가지고 생계를 유지했던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살기 위해 고된 노동이라도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 현실이다. 일할 곳이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다.

 

고된 노동에 익숙한 하역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 클로드 모네의 <석탄을 하역하는 인부들>이다. 인부들이 철도교 아래 정박하고 있는 바지선에서 석탄을 내리고 있다. 석탄이 가득 찬 바지선은 여러 개의 널빤지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좁은 널빤지 위로는 인부들이 석탄 바구니를 이고 줄지어 가고 있다.

 

철도교 뒤로는 연기를 내뿜는 공장 건물들이 뿌연 하늘 아래 즐비하게 서 있다. 철도교 아래 바지선이 정박하고 있는 곳은 파리 교외의 클러시라는 도시다. 클러시는 산업 도시로 센 강의 둑을 따라 공장들이 늘어서 있어 19세기 파리 산업의 중심을 담당했다. 이 작품에서 뿌연 잿빛 하늘은 흐른 날씨와 이른 아침이라는 것도 나타내지만, 석탄재가 날리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화면 정면 널빤지 위의 바구니를 뒤집어쓰고 있는 노동자들은 석탄을 다시 운반하기 위해 배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두 번째 널빤지에 있는 노동자들은 바구니에 가득 담겨 있는 석탄을 운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지선 바닥에 있는 검은 물체는 석탄이며, 배 안에 있는 인물들은 석탄을 바구니에 담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바구니에 담겨 있는 석탄을 머리에 이고 좁은 널빤지 위로 이동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숙련된 노동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손을 바구니에 대지 않고 운반하고 있다는 것은 오랜 시간 노력을 쏟아부어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클로드 모네<1840~1926>는 이 작품에서 잿빛 하늘과 대조적으로 석탄을 하역하는 인부들을 널빤지 사이사이 리듬감 있게 배치해 노동의 활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일정한 간격의 널빤지 위에서 걷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배경에 있는 거대한 공장에서 내뿜고 있는 연기와 일체화 되고 있다. 즉 일렬로 세워진 공장의 굴뚝과 나란히 걷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노동자들이 공장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철도교 위의 마차를 타고 가는 사람, 걷는 사람들은 중산층을 나타내며, 불규칙하게 있는 사람들의 모습은 일정하게 줄 서서 일하는 하역 노동자들과 대비되면서 노동을 강조하고 있다.

 

<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1870~1873년, 캔버스에 유채, 131×281, 러시아 미술관 소장

 

많은 사람들을 필요로 하는 곳 중에 하나가 선착장이다. 선착장은 여객선을 타기 위해 사람들이 모이기도 하지만, 물건을 내리기 위해 또는 배를 정박시키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한다.

 

배를 정박하기 위해 노동하는 사람들을 그린 작품이 일랴 레핀의 <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이다. 십여명의 노동자들이 바다에 정박해 있는 커다란 배를 끌고 있다. 노동자들은 어떤 도구도 없이 배와 연결된 끈을 가슴에 묶은 채로 힘겨운 걸음을 옮기고 있다. 상체가 앞으로 쓰러질 듯이 기울고 있는 자세는 몸으로 배를 끌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리가 상체 뒤에 있는 것은 힘들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떨어진 옷과 맨발은 그들이 가난한 노동자라는 것을 강조하지만, 정면을 바라보며 배를 끄는 노동자들의 시선은 노동에 대한 자부심을 나타낸다. 화면 중앙의 붉은 겉옷을 입은 어린 소년은 어린아이까지 일을 해야만 빵을 먹을 수 있는 그 당시 러시아의 암울한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인부들 사이에서 고된 노동을 하면서도 소년의 시선이 높고 먼 곳을 향해 있다는 것은 소년의 밝은 미래를 암시한다.

 

일랴 레핀<1844~1930>은 1868년 상태페테르부르크의 네바강에서 배를 타면서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노동자들이 온 힘을 다해 커다란 바지선을 온몸으로 끄는 모습이었다. 그는 그 충격적인 장면을 보고 19세기 러시아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당시 배를 끄는 인부들을 자주 볼 수 있는 볼가강으로 두 차례 여행을 가면서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실제로 배를 끄는 인부들은 10여명보다 많지만 레핀은 극적인 효과를 주기 위해 소수의 인물만 그려 넣었다. 인물들을 군대 행군 배열식으로 나열한 것은 노동의 극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다. 이 작품은 레핀의 대표작이면서 19세기 러시아의 사실주의 그림을 대표한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나만 어려운 것은 아니다. 누구나 다 어렵다. 그렇게라도 위안을 해야 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간다.

박희숙(화가)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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