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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만 오르는 건강보험료가 내 건강을 보장해줄 수 있을까

등록일 2018년07월11일 10시3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효원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3.49% 인상된다.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시행되면서 개인들의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막상 보험료가 인상된다고 하니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건강보험의 혜택을 사람들마다 매우 다르게 체감한다. 보험료를 많이 납부하는 이들은 대개 비교적 젊고, 일을 하고 있고, 자주 아프지 않는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연령별로 건강보험 보장률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보장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85세 이상이고 가장 낮은 연령대는 19~44세이다. 실제로 자신이 아파서 병원을 다녀본 덕에 건강보험의 보장범위가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19~44세에 속한 이들의 대부분은 부모나 자식, 형제들을 통해 간접체험하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보장성이란 것은 무엇이고, 그래서 건강보험료는 왜 자꾸 오르는지 간단히 살펴보려고 한다.

 

 

건강보험 보장성이란

‘보장성’이란 무엇일까? 정부에서 사용하고 있는 보장성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건강보험 보장성(보장률)’은 비급여를 포함한 전체 진료비 중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공단에서 부담하는 비중이 커질수록 보장성이 강화되는 구조인 것이다.

병원에서 받은 영수증을 살펴본 경험이 있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수증에는 ①본인부담금, ②보험자부담금, ③비급여 및 전액 본인부담금의 합계가 진료비(약국에서는 약제비)총액(①+②+③) 으로 표기된다. 총액이 10,750원, 본인부담금이 3,200원, 보험자 부담금이 7,550원, 비급여 및 전액 본인부담금이 0원이었다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70.23%인 것이다.

 

문제는 ‘비급여’?

이런 방식으로 우리나라의 한 해 보장률을 계산하고 있는데, 가장 최근 통계인 2016년에는 건강보험 보장률이 62.6%로 지난해(63.4%)보다 0.8% 하락했다. 최근 10년 동안 건강보험 보장률은 최저 62.0%에서 최대 65.0% 사이였다. 매년 올라도 모자랄 보장률은 왜 떨어졌을까?

건강보험 보장률이 떨어지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민간의료보험 때문이다. 민간의료보험은 결과적으로 ‘비급여’를 증가하게 만든다. 건강보험으로 보장되지 않으면서 병원과 의원의 수익을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많이 알려진 대로 실손의료보험이 바로 비급여 증가의 주범이다. 건강보험과 민간의료보험의 역할을 면밀하게 따져 나누지 않았고 민간의료보험을 제대로 규제하지 않았던 탓에 실손의료보험을 통해 가입자들이 ‘비급여’ 진료를 많이 받음으로서 결과적으로는 보장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자꾸만 떨어지는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는 작년 여름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 전에도 ‘건강보험 중기보장성 강화계획’이라는 이름으로 보장성을 강화해왔지만, 이번 대책은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건강보험 보장성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의미에서 중요한 조치로 보인다. 주목할 만한 목표는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이다. 민간의료보험으로 자꾸만 수요가 늘어나는 비급여를 ‘예비급여’로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의료비부담을 줄이고 비급여를 관리해보겠다는 것이다. 보장성 강화 대책과 함께 민간의료보험의 역할 정립을 위해 ‘공-사의료보험 연계’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결국 민간의료보험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민간의료보험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지고 건강보험에 대한 신뢰도는 낮아져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을 통해 보장성을 강화하기가 어려워진다. 그 누구도 민간의료보험과 국민건강보험 제도의 이중부담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정부지원금”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에 대해 홍보하는 정부는 종종 ‘3.2%’라는 숫자를 언급했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을 위해 향후 몇 년 간 유지되어야 할 건강보험료율 인상률이다. 지출이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었다. 그렇지만 정부가 중요하게 놓친 것이 있다. 바로 ‘정부지원금’의 문제이다.

외국에 수출할 정도로 좋은 건강보험제도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정말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정부지원금’이 적다는 것이다. 정부지원금 비중이 턱없이 적어 꽤 오랫동안, 그리고 여전히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전체 의료비 중에서 가계의 직접부담 수준이 상당히 높은 국가에 속한다.

2017년 현재 건강보험 재정은 가입자들이 내는 보험료수입, 정부지원금(국고보조), 담배부담금, 기타수입으로 구성되고, 구성비중은 각각 86.2%, 8.4%, 3.2%, 2.2%이다. 구성비중만 보더라도 정부지원금 수준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정부지원금은 지속적으로 감소추세에 있다. 사실상 국가는 건강보험제도운영을 국가가 주관하면서도 국가의 재정적 책임은 계속해서 방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건강보험료율이 결정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시한 여러 가지 건강보험료율 인상안에서 정부지원금은 고정된 것으로 설정되었다. 정부지원금을 보다 확대해야한다는 가입자위원들의 반발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정부에서 건강보험 재정에 더 많은 지원금을 주게 된다면 국민들이 부담하는 몫이 줄어들 것이다. 정부지원금의 근거는 『국민건강보험법』 제108조에서 있는데,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지난 몇 년 동안 이 비율은 14%에 미치지 못하였고, 내년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염려하고 국민의 건강에 대한 책임을 생각한다면 그 노력이 “상당”한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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